Episode 6: 익숙한 듯 새로운 나날
6시 정각. 어김없는 기상나팔 소리.
눈 비빌 시간도 없이 일어나서 모포 개고, 군복을 걸치고, 전투화를 신자마자 사열대로 달리기 시작. 아차! 내 정신 봐. 모자를 깜빡하다니. 후다닥 발걸음을 돌려 들어가려는 순간, 머리 위에 살짝궁 실리는 중량감. 모자를 가져와서 씌워주며 가지런한 옥수수를 과시하는 옆 친구의 미소가 정겹기만 해. 고맙다, 전우야!
"우측 선두 기준. (기준!)
좌로 번호. (하나 둘 셋... 번호 끝!)"
매일 아침에 진행되는 일조점호. 첫 번째 순서는 인원 점검. 정말이지 지겹지도 않은가 봐. 이젠 도망가고 싶어도 그동안에 구른 게 아까워서라도 갈 수가 없는데 말이야. 매일 똑같은 걸 반복하다니. You win!
다음은 식순에 따라 국민의례.
처음에는 가사가 헷갈려서 "남산 위의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 듯, 밝은 달은 우리 가슴 일편단심일세~"
"가을 하늘 공활한데 높고 구름 없이, 바람서리 불변함은 우리 기상일세~"처럼 2절, 3절을 따지지 않고 부르는 데에 의의를 두었었어. 개그콘서트의 '고음불가'처럼 음정 박자 무시는 보통이었고 말이야. 지금은? 들어보라고. 훈련할 때 악을 써대느라 쇳가루가 바람에 날리는 소리가 나지만서도, 매일 같이 연습한 덕분에 애국가만큼은 한 소절도 안 틀리지롱! 부럽지?
이어지는 스테이지는 음악에 맞추어 스텝을 밟는 시간. 지르박 차차차? 아니, 60만 국군의 도수체조! 이제 눈감고도 할 수 있지만, 매일 똑같은 음악을 들으려니 영~. 뭐 좀 신선한 것 없나? 팝송에 맞춰 에어로빅을 한다거나, 마이클잭슨처럼 브레이크 댄스를 추든가 말이야. 사기 진작에도 도움이 되고 좋을 텐데.
"오늘도 새 아침이 밝았습니다. 분단이라는 현실 앞에서 좌절하지 말게 하시고, 열심히 생활할 수 있는 힘을 주십시오. 옆 전우들을 격려할 수 있는 넓은 마음과 어떠한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는 인내심을 주십시오. 오늘도 조국에 떳떳할 수 있는 하루가 되도록 하소서. 감사합니다."
고향을 향하여 서로 다른 방향으로 선 후에, 모자를 벗어서 겨드랑이에 끼우고는, 대표로 기도문을 낭독하는 전우의 음성을 들으며 다 같이 고향예배 실시. 이 시간만큼은 왜 이리도 코 끝이 찡한지. 훌쩍, 팽!
마지막으로는 환자 체크.
음~ 우선은 용어의 정의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겠어. 팔꿈치, 무릎이 까지거나 멍든 것도 환자에 끼느냐? 천만에. 웬만한 상처로는 어림 반푼어치도 안되지. 기온차가 심해서 생긴 감기도 라면을 끓일 정도로 이마가 펄펄 끓지 않으면 욕만 먹고 말걸? 그러니 아예 안 나가는 게 속 편하단다.
그나저나 밥 먹을 시간은 아직 안 됐나? 꼬르르르륵.
실로 오랜만에 부대 내에 위치한 교장에서의 훈련. 과목은 총검술에 대한 이론교육. 이건 이미 서슬 퍼런 군사정권 시절에 고등학교 교련 시간에 마스터한 건데 안 할 수 없나? 교등학교 성적표라도 가져왔으면 보여주고 빠질 수도 있으련만.
차려 총, 찔러, 때려, 돌려 쳐, 막고 차, 그리고 연무선 16개 동작에 대해 조교들의 시범이 이어졌어. 그중에서도 북한군이 사용하는 창격술의 대가라는 개구리 상병의 시연은 정말이지 일품이었어. 뒷다리의 탄력이 좋아서 그런지 터닝도 기가 막히고. 소총의 개머리판이 팔뚝에 부딪힐 때 나는 경쾌한 소리는 또 어떻고. 나도 저런 소리가 났으면.
하지만 고교 시절에 이미 본 과목을 마스터한 본 조교의 입장에서는 식은 죽 먹기나 다름없지. 하하!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이람. 동작에 절도가 없다고 쉬는 시간 없이 계속 반복을 시키다니. 게다가 평소에 원한 산 일도 없는데 '찔러' 상태에서 10분 넘게 정지 화면으로 놔두다니. 이건 완전 얼차려 아냐? 아이고 팔이야, 어깨야. 무더운 날씨에 몸도 마음도 지쳐갈 무렵, 뿌옇게 먼지 낀 안경 렌즈 위에 물방울이 뚝뚝... 비다?! 아니다. 철모에 짓눌린 안경에 떨어진 땀방울이랑 헷갈린 거야. 아고 맥 빠져라.
그건 그렇고 팔뚝에 개머리판을 어찌나 힘껏 부딪혀 댔던지 멍이 시퍼렇게 들었지 뭐야. 퉁퉁 붓기도 했고. 나중에 안 일이지만 조교들은 개머리판 속에 동전이랑 꼬질대 등 금속 조각을 미리 넣어 두기 때문에 소리가 달랐던 거지. 왜 나만 퍽퍽 소리가 나는가 했네. 로보캅처럼 특수 합금으로 팔이 되어 있으면 쩡쩡하고 청량한 소리가 울려 퍼졌을 텐데. 으이구 약 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