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둥이네 이야기 제7화
안방에서 숟가락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밥상에 둘러앉아 저녁 식사를 하는 미라와 아이들.
퇴근한 현수가 현관문이 열고 들어온다.
현관문 열리는 소리에 밥 먹던 혜진이 소리친다.
“어? 아빠 왔다.”
이제 말을 제법 할 줄 아는 인주도 덩달아 소리친다.
“아빠?”
거실에 들어선 현수는 안방에서 숟가락 놓는 소리와 밥상 밀리는 소리 그리고 미라의 다급한 목소리를 듣는다.
“인주야, 이거 먹고, 이거 먹고 가.”
현수는 안방에서 들리는 소리에 웃으며 작은방으로 들어간다.
작은방으로 현수가 들어오자 뒤이어 인주와 혜진이 들이닥치다. 막내 한주도 누나와 형에게 뒤질세라 빨빨거리며 기어서 들어온다.
현수는 뒤따라 들어온 아이들에게 웃으며 말한다.
“요것들, 오늘도 잘 놀았어요?”
혜진은 책상 위에 걸터앉는다.
그리고 의자를 차지하는 인주, 그 정도로 녀석의 위상이 높아졌다.
뒤따라 온 한주는 엎드린 채 현수를 올려다본다.
현수는 그런 한주를 들어서 안으며 엉덩이를 두드린다.
“어구, 요, 찹쌀궁뎅이!”
안방에서 미라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식사했어요?”
“안 했어.”
“밥 준비할게요.”
현수는 한주를 내려놓고 편한 옷을 갈아입은 후 아이들에게 말한다.
“어린이들, 밥 먹으러 갑시다.”
현수가 한주를 안고 작은방에서 나가자 혜진과 인주도 뒤따라 간다.
안방에 아이들이 먹던 밥상이 그대로 놓여 있다.
현수가 그 밥상 앞에 앉으며 안고 있던 한주를 무릎 위에 올린다.
현수의 양옆으로 앉은 혜진과 인주, 그리고 그 녀석들을 보며 웃는 현수.
미라가 밥 한 공기를 들고 와 현수 앞에 놓으며 묻는다.
“오늘은 일찍 퇴근했네요?”
“자격증 시험이 이제 얼마 안 남았잖아.”
혜진은 일찍 퇴근한 현수에게 본심을 드러낸다.
“아빠, 밥 먹고 우리 밖에 나가서 놀자.”
혜진의 속 보이는 계략에 미라가 막고 나선다.
“아빠는 공부해야 하기 때문에 안 돼.”
공부하기 싫어하는 혜진이 현수에게 묻는다.
“아빠는 공부 좋아해?”
“아니, 싫어.”
“아빠도 바보 안 되려고 공부하는 거야?”
“아니야, 돈 벌어서 장난감 사려고 공부하는 거야.”
현수의 말 같지 않은 말에 혜진이 꼬여 드는 것을 막아서는 미라.
“공부 안 하면 바보 됩니다.”
현수는 무릎 위에 앉힌 한주의 입으로 밥을 얻은 숟가락을 갖다 댄다.
그 모습을 본 미라가 현수에게 잔소리한다.
“한주 아직 이빨도 제대로 안 났는데 밥 먹이면 안 돼요.”
“아, 참, 한주는 아직 외계인이지.”
현수가 민망한 듯이 웃으며 말하자 혜진의 질문이 다시 시작된다.
“아빠, 외계인이 뭐야?”
“응, 다른 별에서 온 머리 큰 사람을 외계인이라 그래.”
“한주 머리 커?”
현수는 자기가 한 말을 혜진에게 증명하기 위해 한주의 오른쪽 팔을 잡고 머리 왼쪽 편으로 감싼다.
한주의 손끝이 한주 정수리 조금 더 지난 부분에 닿는다.
“봐, 머리가 커서 팔이 여기까지밖에 안 오잖아.”
“한주 머리가 아빠 머리보다 작은데?”
밥을 먹어야 하는 혜진을 위해 미라가 또 나선다.
“혜진아, 아빠하고 말하면 바보 돼, 밥 먹자, 밥.”
혜진이 의아하다는 듯 현수를 본다.
“아빠가 바보야?”
애시당초 ‘바보’라는 말을 꺼낸 미라가 이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대신 대답한다.
“바보 되면 큰일 나지. 그런데 바보는 아니야.”
현수는 웃으며 햄 한 조각을 혜진의 입에 넣어준다.
미라가 그 모습을 보고 인주 숟가락에 햄 한 조각을 올려준다.
식사를 마친 한가한 저녁 시간, VTR로 재생되는 TV에서 아이들의 동요가 흘러나온다. 동요에 맞추어 춤을 추는 혜진, 손수건을 팬티의 허리춤에 끼워 미니스커트처럼 걸치고 있다.
그 와중에 미끄럼틀을 차지하기 위해 대치하고 있는 인주와 한주, 인주는 미끄럼틀 위에 앉아 있고 한주는 미끄럼틀을 잡고 서있다.
미라는 혜진의 율동을 돕기 위해 TV에서 나오는 동요를 손뼉을 치며 따라 부른다.
그러면서 미끄럼틀을 두고 대치하고 있는 녀석들까지 감시하느라 바쁜 미라.
“♬토끼는 춤추고♪, 여우는 바이올린♬, 진짠 진짠 진짠 진짠 진짠 진짠하더라♬, ♪그중에 한 놈이 잘난 체하면서♬ 까불 까불까불 까불 까불 까불하더라♪.”
혜진이 율동을 마치자, 미라가 웃으며 혜진에게 말한다.
“혜진 어린이, 너무 잘했어요.”
미끄럼틀을 두고 한주와 대치하고 있는 인주에게 미라가 부탁하듯이 말한다.
“인주는 미끄럼틀 많이 가지고 놀았으니, 한주에게 주세요.”
네 살 인주가 단호하게 말한다.
“싫어!”
혜진은 ‘코끼리 아저씨 고래 아가씨‘라는 동요로 율동을 시작한다.
‘♪고래 아가씨♪ 코끼리 아저씨 보고 첫눈에 반해♬ 스리슬쩍 윙크했대요...’
안방에서 나는 동요가 어렴풋하게 들려오는 작은방.
현수는 책상에 앉아서 책을 보고 있다.
갑자기 다급하게 외치는 미라의 목소리.
“인주야, 안 돼! 물면 안 돼! 물면 안 돼!”
현수는 그 소리를 듣고 책상에서 급히 일어나 방에서 나간다.
미라는 한주를 미끄럼틀에서 떼어놓으며 안는다.
안방으로 다급히 들어오는 현수가 묻는다.
“무슨 일인데?”
“인주가 한주를 물려고 해서요.”
현수는 인주를 바라본다.
미끄럼틀 위에서 딴청을 부리며 앉아 있는 인주.
현수는 인주를 안아 바닥에 누이고 현수도 그 옆에 눕는다.
누워서 팔과 다리로 인주의 몸을 감싸 안으며 몸을 못 움직이게 하는 현수.
“요 똥강아지, 한주를 깨물면 돼, 안 돼?”
인주가 현수의 품에서 빠져나가려고 웃으며 바둥당거린다.
현수가 웃으며 그런 인주를 놓아주지 않는다.
“요 똥강아지, 깨물 거야, 안 깨물 거야?”
인주는 바둥당거리다가 현수가 풀어주지 않자 급기야 울기 시작한다.
“으아아 앙”
미라가 정색을 하며 현수에게 말한다.
“얘를 왜 울리고 그래요.”
“그냥 장난치는 건데...”
“얘가 우는데 이게 장난이에요?”
미라와 혜진 그리고 한주가 현수를 쳐다본다.
TV에서는 코끼리 아저씨 동요가 계속 흘러나오지만, 방 안 분위기는 싸늘하다.
현수는 누웠던 몸을 일으키고 인주를 앉힌다.
“인주야, 괜찮아, 울지 마, 아빠가 그냥 장난친 거야.”
현수는 울고 있는 인주를 한동안 바라보다가 일어나서 안방에서 나간다.
그 모습을 본 혜진이 미라에게 묻는다.
“엄마, 아빠 화난 거야?”
미라는 말없이 인주를 끌어안는다.
핸드폰에서 알람음이 울리자, 현수가 잠자리에서 시계를 본다. 6시 40분.
현수는 잠자리에서 일어나 침구를 개어서 장롱 안에 넣는다. 그리고 옷을 입은 후 가방을 들고 방을 나선다.
아침 햇살이 환한 안방.
이제 막 잠자리에서 일어난 아이들의 일상이 시작된다.
천하태평하게 누워서 우유를 빠는 인주, TV에서 나오는 유아 프로그램을 보고 있다.
미라는 한주를 눕혀놓고 기저귀를 벗긴 후 한주의 엉덩이를 손바닥을 오므려서 두드린다. '벅 벅 벅'하면서 나는 소리.
“어머나, 우리 찹쌀 궁뎅이, 밤새 쉬 많이 했어요?”
미라는 한주에게 팬티를 입힌다.
“어때요, 우리 찹쌀 궁뎅이, 보송보송해서 좋죠?”
누워있는 한주는 미라를 바라보며 해맑게 웃는다.
부스스한 머리를 한 채 방바닥에서 뒤굴거리는 혜진이 미라에게 묻는다.
“엄마, 아빠는?”
“도서관에 갔어.”
“아빠 회사 안 가는 날이야?”
“응, 혜진이 유치원 안 가는 날.”
“엄마, 동네 한 바퀴 돌자~”
“아침밥 먹고, 공부하고, 그러고 나서 밖에 나가는 거야.”
미라는 한주의 분유를 타기 위해 안방에서 나간다.
한주도 엉금엉금 기어서 미라를 따라간다.
주방에서 분유를 타고 있는 미라 뒤로 기어가는 한주.
한주는 빼꼼히 열린 방문을 밀며 작은방으로 기어서 들어간다.
미라는 분유를 탄 젖병을 들고 돌아선다.
작은방 방문이 열려 있고 그 방 안에 한주가 의자를 잡고 서 있는 모습이 보인다.
“어, 한주가 언제 아빠 방에 들어갔어? 문이 제대로 안 닫혀 있었나...”
미라는 한주가 있는 작은방으로 들어가다가 방 한가운데 한주가 싸놓은 오줌을 본다.
미라가 웃으며 한주에게 다정하게 말한다.
“그 사이에 이렇게 쉬를 했어? 아유, 이 오줌싸개.”
미라는 방에서 나가 걸레를 들고 들어와서 오줌을 닦는다.
“다음부터 한주는 오줌싸개라고 불러야겠어요. 오줌싸개.”
미라는 의자를 잡고 서있는 한주의 팬티를 벗긴다.
“자, 젖은 팬티를 벗읍시다, 자 똑바로 서고... 옳지!”
미라는 팬티가 벗겨진 한주를 안고 작은방에서 나가며 방문을 닫는다.
미라는 한주를 안방으로 안고 들어와 누인 후 젖병을 물린다.
한주에게 새 팬티를 갈아입힌 후 방에서 나가는 미라.
“혜진아, 한주 잘 보고 있어, 엄마 밥 차려 올게.”
장난감 노란 플라스틱 안전모를 쓰고 있는 인주는 경찰차가 나오는 TV 화면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다. 그러면서 인주는 자신이 경찰로 변신하는 상상을 한다.
못된 고양이를 잡으러 다니는 경찰 복장의 인주, TV에서 본 그 경찰차에 타고 있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 한주가 또 끼어들고...
인주는 잔뜩 뻐기며 한주에게 말한다.
“나는 경찰이다.”
그러나 경찰모자가 아닌 노란 플라스틱 안전모를 쓰고 있는 인주. 그리고 그것이나마 부럽게 바라보는 한주, 또 훼방을 놓는다.
“내가 탈 거야”.
경찰차를 뺏으려 하는 한주, 인주는 그런 한주를 밀친다.
그러자 인주의 팔을 물려고 덤벼드는 한주. 인주가 소리친다.
“너 경찰 아저씨가 잡아간다!”
인주의 바람대로 경찰 복장을 한 현수가 나타나서 한주를 안고 간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인주는 웃는다.
그런데 세발자전거를 탄 혜진이 나타나서 인주가 탄 경찰차를 쫓아오며 소리친다.
“인주야, 밥 먹어!”
느닷없이 끼어드는 혜진의 목소리에 인주의 상상이 부서진다.
밥상이 차려진 안방.
TV를 골똘히 보고 있는 인주에게 혜진이 말한다.
“인주야, 밥 먹어”
인주가 미라의 양손에 달랑 들려서 밥상 앞에 앉혀진다.
인주는 여전히 장난감 안전모를 쓰고 있다.
“밥 먹을 때는 모자를 벗어야지.”
미라는 인주가 쓰고 있는 노란 장난감 안전모를 벗긴다.
장난감 안전모를 뺏겨서 기분이 상한 인주, 상상 속에서 자신을 괴롭힌 혜진을 물려고 한다.
그 모습을 본 미라는 옆에 있는 밥주걱으로 방바닥을 두드리며 인주에게 말한다.
“인주 안돼!, 누나에게 그러면 경찰아저씨한테 잡혀가.”
미라의 말에 인주는 심통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혜진이 밥을 한 숟가락 뜨자 미라는 김치 조각을 물에 씻어 혜진의 숟가락에 올려준다.
미라는 크게 벌린 입으로 숟가락을 가져가는 혜진을 보며 말한다.
“아이구, 우리 혜진이는 밥도 잘 먹어요.”
그 기회를 놓치지 않는 혜진.
“엄마, 우리 밥 먹고 밖에 놀러 나가자~.”
밥상에 둘러앉아 밥을 먹는 미라와 아이들의 정겨운 모습이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