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집 가는 길

다둥이네 이야기 제9화

by 여름

하루를 마쳐가는 늦은 저녁.

장난감과 스케치북이 널브러져 있는 안방에서 아이들은 각자의 유희에 전념하고 있다.

인주는 방바닥에 굴러다니는 혜진의 손거울까지 주워와서 가지고 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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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주가 쓰고 있는 노란색 플라스틱 안전모를 뺏으려 하는 한주.

그러자 인주는 입을 벌리며 한주 팔에 들이댄다.

옆에서 지켜보던 마라가 기겁하며 한주를 끌어안으며 인주를 제지한다.

“인주! 동생 물면 안 돼!”

엄마의 호통에 인주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능청스럽게 다시 장난감에 집중한다.

그래도 눈앞에 펼쳐져 있는 장난감을 포기할 수 없는 한주, 미라 품에서 바둥당거리며 벗어나 기어코 장난감으로 다시 기어간다. 그러자 인주는 미라의 눈치를 살피며 한주를 밀친다.

미라가 그 모습을 보고 소리친다.

“인주야! 좀!”

미라는 방바닥에 아무렇게나 놓인 장난감을 한주 손에 쥐여준다. 장난감 하나를 뺏긴 인주는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미라를 한번 힐끗 쳐다본 후 다시 그의 본업인 장난감 놀이에 전념한다.


미라의 호통 소리에 작은방에서 공부하던 현수가 무슨 일인가 싶어 안방으로 건너온다. 그러나 현수 눈에는 안방이 평화롭기 그지없다.

방바닥에 펼쳐진 스케치북에 진지하게 그림 그리는 혜진. 현수는 혜진이 그리는 것을 지켜보다가 말한다.

“혜진이 그림 좀 볼 수 있어?”

혜진은 그리고 있던 스케치북을 현수에게 내민다.

“자, 봐.”

스케치북 한 장 한 장을 넘기던 현수가 혜진의 한 장의 그림을 유심히 본다.

“이 그림 아빠 주면 안 돼?”

“왜?”

“이 그림이 좋아서.”

혜진은 큰 인심이나 쓰는 듯 현수에게 말한다.

“그래, 아빠 가져.”

현수는 스케치북에서 그림 한 장을 조심스럽게 뜯어낸 후 자리에서 일어나 작은방으로 건너간다. 작은방에 갈 기회를 잡은 혜진이 현수를 뒤따라 간다. 인주도 따라간다.


작은방에 들어선 현수는 책장 위에 있던 복합기를 책상 위에 옮겨다 놓고 노트북과 연결한다. 그리고 혜진이 그린 그림을 복합기에 올려놓고 스캔을 시작한다.

찍찍거리며 작동되는 복합기를 신기하게 쳐다보는 혜진과 인주.

이어서 복합기에서 혜진의 그림이 인쇄되어 나온다.

현수는 인쇄된 그림 한 장을 혜진에게 건넨다.

“엄마에게 보여줘야지~.”

혜진은 복사한 그림을 들고 안방으로 팔랑거리며 건너간다.

현수는 인쇄된 또 한 장의 그림을 그의 책상 앞 벽에 붙인다. 익살스러운 혜진의 자화상을 보면서 웃는 현수.



일요일 아침, 아이들은 또 방바닥에 장난감을 널브러 넣고 놀고 있다.

미라는 걸레로 닦으며 인주에게 말한다.

“인주야, 이리로 좀 옮겨 앉아, 엄마가 여기 좀 닦게.”

장난감을 가지고 한주와 투닥거리는 인주는 미라 말이 들릴 리 없다.

미라는 할 수 없이 인주를 들어서 옆으로 옮긴 후 방바닥을 걸레로 훔친다.

걸레질하는 미라에게 혜진이 묻는다.

“엄마, 아빠 언제 와?”

“조금 있으면 올 거야.”

“빨리 할머니 집에 가~.”

“아직 시간 많이 남았어. 공부하고 할머니 집에 가자.”


방바닥을 다 닦은 미라는 옆에 있는 교자상을 혜진 앞으로 끌어다 놓고 학습서를 교자상 위에 올려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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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진은 싫은 내색을 하며 말한다.

“공부해야 해?”

“아까 인주도 '줄 따라 줄 따라' 공부하는 거 봤지? 혜진이도 공부해야지.”

그러자 응석을 부리는 혜진.

“으으으~ 으응.”

“머리가 바보 안 되려면 공부해야 하지~.”

온화한 말로 혜진을 꼬드기는 미라, 그러자 혜진도 부드럽게 거부한다.

“공부 나중에 하자.”

달래며 말해도 혜진이 말을 듣지 않자 입장이 강하게 바뀌는 미라.

“공부 안 하면 할머니 집에 못 가요.”

혜진은 내키지 않는 표정을 지으면서 교자상 위에 있는 연필을 집어든다.


학습서에 사슴, 기린, 코끼리, 고래 등의 글자가 채워져 나간다.

그러다가 혜진은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 미라에게 하소연한다.

“엄마, 머리 아파.”

“혜진이 머리가 어떻게 아파.”

“머리가 많이 아파.”

미라는 근심스러운 표정으로 혜진을 쳐다본다.

“그러면 나중에 공부하자.”

미라는 책을 펼쳐놓은 교자상을 옆으로 밀쳐놓는다.


현관문 열리는 소리, 이어서 현수가 안방으로 들어선다.

현수는 안방에 있는 아이들을 쳐다보며 미라에게 묻는다.

“갈 준비 다 되었어?”

“얘들 옷만 입히면 돼요.

“아빠, 빨리 가자.”

할머니집에 놀러 간다는 것에 들뜬 혜진, 현수가 말한다.

“혜진이 옷 입어야지, 할머니집에 가려면.”

미라가 장롱에서 아이들 옷을 꺼내며 현수에게 부탁한다.

“과일이라도 좀 사서 가게, 가는 길에 마트에 좀 들러요.”

혜진이 끼어든다.

“엄마, 수박 사자.”

“혜진이 이제 온갖 간섭을 다 합니다.”

혜진 간섭에 웃으며 말하는 미라, 한주 옷을 입히기 위해 누워있는 한주를 앉힌다.



아파트 현관에서 혜진이 폴짝거리며 나온다.

이어서 한주를 안은 미라와 인주의 손을 잡고 나오는 현수가 그 뒤를 따른다.

마침 석현을 데리고 지나가는 석현 엄마와 마주치자 미라가 인사를 건넨다.

“안녕하세요.”

“예, 어디 가시나 봐요?”

석현 엄마의 물음에 혜진이 나서서 석현에게 자랑한다.

“우리 할머니 집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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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현을 대신해서 부러워해주는 석현 엄마, 혜진의 말에 장단을 맞추어준다.

“혜진이는 좋겠네, 우리는 놀이터에 가요.”


놀이터라는 말에 혜진은 마음이 흔들리고... 혜진은 망설이는가 싶더니 석현을 따라간다.

쫓아가는 혜진에게 미라가 소리친다.

“혜진아, 어디 가?”

“엄마, 그네 조금만 타고 올게.”

인주도 혜진을 따라 쫓아간다. 난리 났다.

미라는 안고 있던 한주를 현수에게 맡긴 후 녀석들을 잡으러 간다.


잠시 후 혜진과 인주가 미라의 양손에 잡혀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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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혀오는 혜진이 아쉬운 듯 투정을 부린다.

“엄마, 그네~.”

“할머니집에 갔다 와서 그네 타는 거야.”

미라는 혜진과 인주를 자동차에 밀어 넣는다.


한바탕 소란 후 자동차에 올라탄 가족, 미라가 부쩍 말대꾸가 많아진 혜진에게 다짐한다.

“말 안 듣는 어린이는 놀이터에 남겨두고 할머니집에 갈 거야.”

혜진은 자기만 잘못했다는 것이 아니라는 듯 인주까지 걸고넘어진다.

“엄마, 인주도?”

“인주는 코알라 반이라 아직 몰라서 그랬지만 혜진이는 사슴 반 언니잖아. 사슴 반 언니가 엄마 말 안 들으면 되겠어?”

“석현이도 사슴 반이야.”

요리조리 핑계를 대는 혜진, 그에 대응하는 미라.

“석현이는 엄마하고 놀이터에 갔잖아. 그런데 혜진이는 엄마 없이 놀이터 가면 무서운 고양이가 혜진이 물어? 안 물어?”

미라의 논리에 밀리는 혜진, 잠시 머뭇거리다가 이번에는 현수를 끌어들인다.

“아빠, 고양이 잡아줘.”

“아빠도 고양이 무서워.”

현수는 혜진을 놀리듯 대답한다.



자동차 앞 유리창에 마트 주차장으로 들어가는 지하차도 입구가 보인다.

소리를 먼저 지르기 위해 긴장하며 전방을 주시하는 두 경쟁자, 혜진과 인주.

“혜진이 오늘처럼 말 안 들으면 고양이...”

지하차도의 어두운 구간으로 들어서는 자동차, 드디어 때가 되었다.

혜진과 인주, 기다렸다는 듯이 소리를 지르기 시작한다.

“아~ 아~”

“아~ 아~”

혜진을 다그치던 미라가 어이가 없어서 피식 웃는다.



마트에 들어선 가족.

미라가 미는 카트 안에 혜진과 한주가 들어가 앉아 있다. 그리고 인주의 손을 잡고 뒤따르는 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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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진이 또 나서기 시작한다.

“엄마 수박은?”

“저쪽으로 가면서 살 거야.”

그런 미라를 보채는 혜진.

“엄마, 수박~.”

말 많은 혜진에게 엮여봤자 입만 아프다고 생각한 미라, 대신 현수의 손을 잡고 뒤따라오는 인주를 보며 말한다.

“인주는 누나가 그런다고 너까지 따라 하면 돼? 안 돼? 자동차에서 누나 따라 소리나 지르고 말이지.”

인주는 카트를 붙잡고 미라를 쳐다본다.

“왜? 인주도 카트 타고 싶어?”


잠시 후 혜진 대신 인주가 카트 안에 앉아 있고 혜진이 미라가 미는 카트 옆에서 종알거리며 걸어간다.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 안, 미라가 운전하는 현수에게 묻는다.

“몇 분의 몇 왔어요?”

“대략 삼 분의 이 정도 온 것 같아.”

“차가 저번보다는 빨리 가는 것 같네요.”

“좀 돌아가긴 하지만 이 길이 훨씬 더 빠르지.”


달리는 자동차가 어두운 지하차도에 들어서자 자동차 안이 어두워진다.

인주는 이때다 싶어 소리를 지르기 시작한다.

“아~ 아~.”

질 수 없는 혜진도 소리를 지른다. 이것저것 따질 겨를이 없다.

“아~ 아~.”

이제 한주도 당당한 일원으로 동참하여 소리를 지른다. 눈까지 똥그랗게 뜨고서.

“아~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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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들은 소리를 지른다. 그러므로 녀석들은 존재한다.


터널을 빠져나와 차 안이 밝아지자 인주와 혜진은 언제 그랬냐는 듯 조용해진다.

현수가 기가 차다는 듯 말한다.

“녀석들이 이제 컴컴한 지하차도에 들어가도 소리를 지르네.”

현수의 말에 미라도 웃으며 말한다.

“이제 인주가 먼저 소리를 지르네요.”


가족은 그렇게 할머니집에 도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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