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둥이네 이야기 제8화
미라는 아이들과 아파트 단지의 아스팔트 길을 걷고 있다.
한주가 타고 있는 유모차 양 옆에 혜진과 인주가 따라 걷는다.
혜진은 유모차 왼쪽 손잡이를 잡고 걸으며 미라에게 아부하듯 말한다.
“엄마, 장난감 사달라고 하면 안 되지~ 그지~.”
미라는 요즘 부쩍 장난감에 관심이 부쩍 많아진 인주를 바라보며 말한다.
“예, 장난감 사면 안 돼요.”
다시 또 이어지는 혜진의 속 보이는 말.
“아이스크림 많이 먹으면 안 되지~.”
“아이스크림 많이 먹으면 배 ‘아야’ 해요.”
유모차를 밀고 가는 길에 혜진의 또래친구 석현이 길에 쪼그려 앉아 땅바닥을 살펴보고 있다.
그 모습을 보고 미라가 묻는다.
“석현이 뭐 하니?”
“개미 있어요.”
혜진의 호기심이 발동한다.
“개미? 정말?”
길을 가던 혜진이 석현 앞에 쪼그려 앉는다. 이러다 혜진도 길에 앉아서 놀 것 같은 예감, 미라가 혜진을 재촉한다.
“혜진아 가자, 석현이도 같이 가자.”
혜진과 석현이 일어나 미라와 함께 걷는다.
유모차를 미는 미라와 아이들은 아파트 단지 안에 있는 구멍가게에 도착한다.
혜진은 구멍가게 입구에 설치된 얼음주스(슬러시) 기계를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엄마, 저거.”
조막만 한 한 무리의 아이들을 바라보며 웃는 가게주인에게 미라가 말한다.
“얼음주스 2개 주세요.”
미라가 혜진과 석현을 쳐다보며 말한다.
“하나는 혜진이 것, 또 하나는 석현이 것.”
가게 주인이 얼음주스를 종이컵에 담아서 혜진과 석현이에게 하나씩 준다.
그 사이 가게 앞에 쪼그려 앉은 인주는 진열된 장난감 자동차를 만지고 있다.
미라는 그런 인주를 보며 말한다.
“인주야, 장난감 안 돼, 집에 장난감 많지?”
미라는 인주가 들고 있는 장난감 경찰차를 뺏어서 제자리에 둔다.
만지던 장난감을 빼앗긴 인주가 불만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장난감은 나중에, 나중에, 자, 맛있는 과자 삽시다.”
곁에 있던 혜진이 얄밉게 미라의 비위를 맞춘다.
“엄마, 장난감 사면 안 되지~?”
“그럼~. 인주 좋아하는 과자 고르자.”
“엄마, 내 과자는?”
깍쟁이 같은 혜진을 보며 웃는 미라.
“그래 너하고 석현이 것도 하나씩 고르렴.”
잠시 후 장난감 경찰차를 갖지 못해 화가 난 인주가 안 갈려고 버틴다.
미라는 그런 인주의 손을 잡고 유모차를 밀면서 간다.
컵에 담은 얼음주스를 긴 빨대 스푼으로 떠먹느라 정신없는 혜진과 석현, 그들은 앞서가는 미라와 멀어진다.
유모차를 밀고 가는 미라는 뒤따라 오는 혜진과 석현을 몇 번이고 기다리며 함께 간다.
한가한 아파트 단지 안, 인도와 주차장 차도 사이의 경계석 턱에 앉아 있는 미라와 아이들.
유모차와 마주하고 앉은 미라는 한주와 눈을 맞추며 한주를 어르고 있다.
“으르르 깍꿍... 아이구, 기분이 좋아요?”
인주는 사탕과자 포장을 진지하게 뜯고 있고, 혜진은 과자 봉지에서 나온 스티커를 석현의 손등에 붙여주고 있다.
도서관에서 돌아오던 현수가 미라와 아이들의 모습을 본다.
현수 눈에는 그들이 길가에 앉아 무료하게 한낮의 시간을 보내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괜히 미안해지는 현수, 그들에게 다가간다.
현수는 어제 울렸던 인주를 바라보며 과장되게 말한다.
“어라, 똥강아지, 여기서 뭐 해?”
현수는 인주를 들어서 안는다. 그리고 한주와 혜진을 번갈아 쳐다보며 웃는다.
혜진은 현수를 보자 반색하며 말한다.
“아빠, 우리 놀이터 가자.”
“그럴까? 놀이터 가고 싶어?”
“응, 석현이랑 같이.”
현수는 들고 있는 가방을 유모차 포켓에 넣는다.
어제 일로 어색해진 현수와 미라, 미라가 먼저 말을 튼다.
“아침은 먹었어요?”
“빵 사다 먹었어.”
현수는 인주를 안고 놀이터 쪽으로 가자 혜진과 석현 그리고 미라가 유모차를 끌고 뒤따른다.
미끄럼틀과 그네가 설치된 모래밭 놀이터에 아무도 없다.
아이들이 놀이터의 그네에 올라탄다.
미라는 한주가 탄 유모차를 화단 옆에 세워놓고 놀고 있는 아이들을 지켜본다.
혜진이 소리친다.
“아빠, 그네 밀어줘.”
현수는 아이들이 앉아 있는 그네를 밀어주기 시작한다.
혜진이 앉아 있는 그네를 밀어주는 현수는 선생님이라도 되는 양 혜진을 호명한다.
“꿈동산 미술학원, 사슴 반, 김혜진 어린이~.”
“예~.”
깜찍한 목소리로 대답하는 혜진.
현수는 그 옆의 그네에 앉아 있는 석현을 밀어준다.
“우리 동네에서 제일 용감한 석현 어린이”
석현이 대답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망설이다 대답한다.
“예.”
인주가 앉아 있는 그네를 밀어주며 인주를 호명한다.
“꿈동산 미술학원, 똥강아지 반, 김인주 어린이~.”
“...”
“꿈동산 미술학원, 깨구락지 반, 김인주 어린이!”
“...”
연이은 현수의 호명에도 대답하지 않는 인주, 현수가 혜진에게 묻는다.
“여보, 인주가 무슨 반이었지?”
“코알라 반, 인주에게 관심 좀 가지세요.”
“코알라? 그런데 왜 코알라야? 우리나라에 있지도 않은 코알라를?”
“그래도 똥강아지보다는 낫네요.”
그네를 미는 현수는 웃으며 인주를 다시 호명한다.
“꿈동산 미술학원, 코알라 반, 김인주 어린이~!”
“예-.”
맑고 낭랑한 목소리로 대답해 주는 인주.
인주의 대답에 신이 난 현수가 호들갑스럽게 한번 더 호명한다.
“꿈동산 미술학원, 코알라 반, 김인주 어린이~.”
“예.”
현수는 아이들의 그네를 번갈아 밀어주며 시간이 흐른다.
화단 턱에 앉아 있는 미라는 한주가 탄 유모차를 앞뒤로 천천히 움직이며 잠투정 부리는 한주를 달랜다.
인주가 현수를 바라보며 말한다.
“아빠, 쉬.”
현수는 인주를 화단으로 데려가서 바지를 내려 오줌을 누인다.
그 사이 혜진은 석현과 놀이터 모래밭에서 개미를 잡아 병에 담고 있다.
“혜진아, 지금 뭐 해?”
혜진이 고개를 들어 현수에게 대답한다.
“개미 잡고 있어.”
“몇 마리 잡았어?”
혜진은 대답 대신 한쪽 팔을 들어 다섯 손가락을 편다.
“다섯 마리? 개미 놓아줘, 개미들 점심 먹으러 가야 하잖아.”
“싫어.”
“안 그러면 아빠 도서관에 다시 간다.”
“알겠어.”
혜진은 병을 뒤집어서 개미를 놓아준다.
혜진이 개미를 놓아주자 석현은 아쉬워하는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나, 집에 갈래. 안녕.”
석현이 일어나서 집을 향해 가자 혜진도 자리에서 일어난다.
“아빠, 우리도 집에 가자.”
혜진이 현수에게 다가와 손을 잡는다.
미라는 유모차를 끌고 가고, 현수는 혜진과 인주를 양손을 잡고 걷는다.
그 옆을 지나던 50대 여인이 아이들을 신기한 듯 쳐다보며 말한다.
“어머나, 귀여워라.”
여인의 부러움에 뿌듯한 미소를 짓는 미라, 여인이 묻는다.
“모두 한 형제예요?”
“예.”
“얼마나 좋을까?”
“키우느라 정신없어요.”
여인은 현수의 손을 잡고 있는 인주를 가리키며 묻는다.
“얘가 둘째예요? 몇 살이에요?”
“만 세 살이에요, 막내하고 17개월 차이 나요.”
“어머나, 막내 때문에 관심을 덜 받겠어요.”
“왜 아니겠어요. 그래서 둘째가 안쓰러워요.”
여인은 현수를 힐끗 쳐다보며 말한다.
“아빠가 많이 놀아줘야겠네.”
현수는 겸연쩍게 웃으며 인주를 들어서 안는다.
놀이터에서 돌아온 아이들이 좁은 화장실에서 목욕을 한다.
큰 대야에 들어가 안아 있는 혜진과 작은 대야에 앉아 있는 인주.
미라는 큰 물컵으로 아이들에게 물을 끼얹으며 씻겨준다.
대야에서 일어서려는 인주를 보며 미라가 중계방송하듯이 말한다.
“예, 우리 인주 어린이, 밖으로 나가려고 발버둥 치고 있습니다.”
다시 미라 손에 잡혀 작은 대야에 주저앉히는 인주.
작은방에서 나온 현수가 아이들이 목욕하고 있는 화장실로 다가와 말한다.
“인주야, 아빠가 잔치국수 만들어 줄까?”
미라가 인주 대신 대답한다.
“아빠가 잔치국수 해준답니다. 인주는 좋겠네.”
관심 서열에서 빗겨 난 혜진도 나선다.
“아빠, 나는?”
“혜진이도 잔치국수 좋아해?”
“응, 잔치국수 맛있어.”
“아빠가 국수 맛있게 만들어 줄게.”
현수는 주방 쪽으로 가서 냉장고 문을 연다.
현수는 물이 끓고 있는 냄비에 굵은 멸치가 넣고 썰어놓은 감자와 양파를 프라이팬에 볶는다.
그 사이 목욕을 마친 아이들, 안방에서 미라의 목소리를 흘러나온다.
“인주야, 옷 입자, 옷! 고추 내어놓고 다니면 아이 부끄러워!”
그러면서 들리는 인주와 혜진의 웃음소리와 방바닥을 뛰어다니는 소리.
현수는 달걀지단을 만들고, 물이 끓는 큰 냄비에 국수가락을 넣는다.
다시 안방에서 들려오는 미라의 목소리.
“혜진아, 너까지 왜 그래, 여기 와서 빨리 옷 입자.”
현수는 국수를 그릇에 나누어 담은 후 감자볶음과 달걀지단을 국수 위에 올리고 멸치 다싯물을 붓는다.
“혜진아, 머리 다 말랐다. 자, 머리 빗자.”
적당한 시간에 딱 맞추어 만들어진 잔치국수.
현수는 수저가 놓인 밥상에 국수 그릇과 반찬 그릇을 올려서 안방으로 들고 들어간다.
목욕 후 말끔하게 차려입은 혜진과 인주.
혜진의 머리를 빗어주는 미라가 차려진 밥상을 보며 말한다.
“어머나, 아빠가 맛있는 국수를 만들었네.”
미라가 안방에서 나가 포크를 들고 들어온다.
현수는 인주를 무릎에 앉혀 젓가락으로 국수를 먹인다.
“꿈동산 미술학원, 코알라 반, 김인주 어린이!”
“예~,”
“국수 맛있어?”
“응.”
관심에서 밀려난 혜진도 말한다.
“아빠, 나도 맛있어.”
인주와 혜진에 대한 관심을 다시 공평하게 조절해 주는 미라.
“인주, 국수 맛있게 먹으세요. 혜진이도 맛있게 먹고.”
인주가 손으로 국수가락을 집어서 먹자 포크로 국수를 돌돌 말아서 먹이는 현수.
현수가 입을 오물거리며 국수를 먹는 인주에게 묻는다.
“인주는 누구 똥강아지?”
“아빠.”
“그렇지! 인주는 아빠 똥강아지!”
자신의 지위가 위태롭다고 느낀 혜진이 약삭빠르게 끼어든다.
“아빠, 나는?”
현수가 혜진을 바라보며 잠시 머뭇거린 뒤 웃으며 말한다.
“혜진이는... 아빠 짝꿍!”
아이들이 먹다가 떨어뜨린 국수 가닥으로 밥상 주위가 지저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