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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수 Oct 10. 2024

노는 아이들

연재소설 : 깜찍한 부조리 17화 - 노는 아이들

텐트 안에서 놀고 있는 상회와 혜진. 

인기를 얻고 있는 TV 방송 프로그램의 노래 부르기 게임을 흉내 내며 놀고 있다.

상희의 손에 벌칙을 위한 두루마리 화장지를 쥐여줘 있다.

상희가 첫 소절을 부른다.

“♪색종이를 곱게 접어서♬.” 

그다음 소절을 이어서 부르는 혜진.

“♬물감으로 예쁘게 색칠하고♪.”

다음 상희.

“♪알록달록 오색실 꼬리 달아♬.”

다음 소절을 불러야 하는 혜진은 가사가 생각나지 않아 머뭇거리다가 ‘이히히’ 하며 웃는다.

상희는 벌칙으로 혜진의 머리를 두루마리 화장지로 살짝 친다. 깔깔대며 웃는 상희와 혜진.


상희가 다시 첫 소절을 시작한다.

“♪색종이를 곱게 접어서♬.” 

TV에서 본 것은 있어서 꼴에 머리를 좌우로 흔들며 노래를 부르는 상희.

“♬물감으로 예쁘게 색칠하고♪.”

다음 소절을 무사히 마친 혜진, 활짝 웃는다.

“♪알록달록 오색실 꼬리 달아♬.”

“♬비행기를 만들자♪.”

상희는 혜진이 어려웠던 소절을 무사히 넘어가자 웃다가 자신이 다음 소절을 놓친다.

이번에는 혜진이 상희의 머리를 두루마리 화장지로 살짝 친다.

상희와 혜진은 깔깔대고 웃으며 다시 노래를 시작한다.


“♪색종이를 곱게 접어서♬.” 

“♬물감으로 예쁘게 색칠하고♪.”

...



펜션 앞마당 식탁에서 식사를 마치고 담소를 나누는 일행.

상희와 혜진의 노랫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간간이 들리는 웃음소리.

인주가 심심한 듯 미라 품에 안겨든다.

그 모습을 본 명선이 연형에게 말한다.

“여보, 여기서 이럴 게 아니라 개울가로 가요.”

미라도 현수에게 말한다.

“혜진 아빠도 술만 마시자 말고 아이들하고 좀 놀아줘요.”


자리를 정리하고 일어나는 일행. 

현수는 일어나서 인주의 손을 잡고 나선다.

“우리 인주, 심심했지? 자 놀러 갑시다.”


명선이 텐트 안에서 놀고 있는 상희와 혜진에게 말한다.

“상희야, 여기 앞에 놀러 갈 거야, 어서 나와라.”

“안 가, 여기서 놀래.”

“개울에 갈 건데, 마음대로 해.”

혜진이 상희에게 말한다.

“언니, 우리도 가자.”

동생의 부탁을 들어주며 언니의 위신을 즐기는 상희.

“그래.”


텐트에서 나오면서까지 재잘대는 여자아이들.

졸지에 언니가 된 상희가 ‘동생’ 혜진에게 묻는다.

“김혜진, 너 아빠 말 잘 들어?”

언니의 말에 충실히 대답하는 혜진.

“응, 아빠는 내 말 잘 들어.”

상희가 부러운 듯이 혜진에게 말한다.

“우리 아빠는 오빠 말만 잘 들어. 내 말은 잘 안 들어.”


현수는 텐트 옆을 지나다가 녀석들의 말을 듣고 기가 차는 듯 웃는다.



연형과 현수는 얕은 개울가 그늘에 돗자리를 펼친 후 대형 쇼핑백과 휴대용 아이스박스에서 음식과 소주를 꺼내서 펼친다.

돗자리 위에 자리를 잡는 일행, 혜진과 상희는 개울가에서도 여전히 재잘거린다.

미라가 그들을 보며 말한다. 

“얘들아, 여기 와서 이것 좀 먹고 놀아.”

혜진이 간단히 미라의 성의를 무시한다.

“싫어,”

혜진은 상희를 보며 다정하게 말한다.

“언니, 우리끼리 놀자~.”

“그래, 우리끼리 놀자!”

미라는 오히려 반기듯이 말한다.

“그래, 너희들끼리 재미있게 놀아.”

그래도 아쉬운 것이 있는 혜진.

“엄마, 수영복.”

“수영복 안 가져왔어. 물에 그냥 들어가서 놀아도 돼.”


상희와 혜진은 발목까지 오는 개울에 들어가서 물을 튀기며 놀고,

인주와 한주는 민호 옆에 앉아 비닐 막대기에 담긴 얼음과자를 빨아먹고 있다.

미라는 인주와 한주가 얼음과자를 먹는 모습을 신기한 듯이 보며 말한다.

“어쩜 이렇게 진지하게 먹을까?”


연형과 현수는 잔을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소주를 마시고 있고,

미라와 처남댁은 편하게 앉아서 담소를 나누며 시간이 흐른다.


늦은 오후의 햇살이 비치는 개울가.

술을 마시던 현수와 연형은 돗자리에 누워서 잠자고 

미라와 명선은 이야기 삼매경에 빠져있다.

인주와 한주는 개울가에서 돌로 조그만 둑을 쌓는 민호의 일꾼이 되어 있다.

그리고 상희와 혜진, 물에서 놀다가 지쳤는지 돗자리에 앉아 음식을 먹는다,


미라가 혜진에게 말한다.

“혜진아, 아빠 깨워, 이제 가자.”

“으~으~응~, 집에 가기 싫어, 더 놀래.” 

“그게 아니고 펜션으로 가자고.”

응석을 부리다가 톤을 낮춰서 묻는 혜진.

“지금 집에 가는 것이 아니고?”

“그래.”


혜진은 현수를 깨우기 위해 현수의 몸을 흔든다.

꿈쩍도 하지 않는 현수.

미라가 웃으며 혜진에게 비법을 알려준다.

“혜진아, 아빠 코를 잡아봐.”


혜진과 상희는 각각 현수와 연형의 코를 장난치듯이 잡는다.

자다가 부스스한 얼굴로 일어나는 현수와 연형.

현수는 정신이 없는 듯 주위를 둘러보며 묻는다.

“잠깐 잔 것 같은데…. 지금 몇 시야?”

“해질 때가 되었어요, 이제 정리하고 가요.”


현수와 연형은 일어나서 짐을 싸기 시작하자 혜진과 상희가 고사리 같은 손으로 짐 싸는 것을 돕는다.

짐을 다 싸자 현수와 연형은 큰 짐을 하나씩 들고 걷는다.

미라는 양손에 인주와 한주의 손을 잡고 걷는다. 

어깨동무하고 뒤따라오던 상희와 혜진은 잠시 멈춰 서서 노래를 부른다.

“♬뚬뿜 뚬뿍 뚬뿍새 산에서 울고... ♪,”

둘은 어깨동무를 한 채 박자에 맞춰 어깨를 좌우로 흔들며 노래를 부른다.

미라는 그들의 천진난만한 모습이 그냥 보기 아까울 정도다.

“...♪비단 구름 사가지고 온다고 했으니♬.”


노래가 끝나자 미라가 웃으며 칭찬한다.

“혜진이가 언니 학교 노래를 배웠네. 아이 잘했어.”

그러면서 인주를 바라보며 말한다.

“이번에는 인주가 한 번 불러볼까?”

인주가 노래 부르기를 망설인다. 미라가 인주 눈높이로 쪼그려 앉아 박수를 치기 시작한다. 기계적으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는 인주.

“송아지, 송아지, 얼룩송아지, 엄마 소도 얼룩소♪ 엄마 닮았네.”

인주가 밋밋한 음정 높낮이로 노래를 부른다. 

미라는 작은 인주의 목소리에 손뼉을 소리 없이 친다. 그러면서 고개를 아래위로 흔들며 인주의 장단을 맞추어 준다. 

“아이구, 잘했어요, 우리 인주.”



어둠이 내리는 적막한 저녁, 현수는 펜션 마루에 걸터앉아 아이들을 지켜보고 있다.

지퍼로 닫힌 텐트, 인주와 한주가 그 앞에 서서 텐트에 들어가려고 한다.

“누나, 나도 텐트에 들어갈래.”

“안 돼.”

혜진의 앙칼진 목소리에 말도 못 하는 한주가 소리친다.

“아뚜뚜, 아뚜!”

인주가 현수를 바라보며 도움을 요청한다.

“아빠, 나도 들어가게 해 줘.”

현수는 텐트 안에 있는 혜진을 향해 말한다.

“혜진아, 인주하고 한주 텐트 안에 좀 들어가게 해 줘.”

“안 돼, 여기는 내 집이야! 언니 하고만 있을 거야!”

“그러면 혜진이 오늘 밤에 텐트 안에서 잘 거야?”

“응.”

여기는 시골이라서 밤에 큰 뱀이 돌아다녀. 얼마나 무서운데.

상희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묻는다.

“정말이에요?”

“정말이지, 시커먼 뱀이 얼마나 무서운데. '쉬익' 하면서 물어.”

혜진이 겁먹은 목소리로 말한다.

“아빠, 무서워.”

현수는 웃으며 다시 한번 위협적인 소리를 만들어낸다.

“쉬~익!.”

“아빠, 무서워, 하지 마!”


텐트 안에서 상희와 혜진의 쑥덕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텐트 지퍼 문이 열린다.

텐트 안으로 들어가는 인주와 한주.

현수는 그 모습을 보며 웃는다.



펜션 주차장에 현수 가족과 연형 가족이 떠나기 위해 모여있다.

인주와 한주는 차에 타고 있고 

아직 차에 오르지 않은 혜진의 얼굴에 불만이 가득하다.

“아빠, 좀 더 있다 가자고오~.”

“안돼, 상희 언니도 지금 가잖아.”

미라가 혜진에게 묻는다.

“상희 언니하고 계속 놀고 싶어서 그래?”

“응.”

현수가 혜진에게 장난을 치듯 묻는다.

“상희 언니랑 헤어질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파?”

혜진이 현수를 향해 눈을 흘기며 말한다.

“아빠 미워.”

“그러면 상희 언니 차 타고 가. 아빠는 그냥 서울 갈게.”


말도 안 통하는 동생들과 전쟁 같은 나날을 보내다가 자기를 위해 놀아주는 언니를 만난 혜진, 그런 언니와 헤어진다는 것이 가슴에 사무치고 사무친다.

급기야 울음을 터트리는 혜진.

미라가 혜진의 우는 모습을 보며 현수를 타박한다.

“혜진이는 지금 얼마나 심각한데 얘한테 장난을 쳐요?”

혜진의 우는 모습이 귀여운 현수는 웃으며 장난을 이어간다.

“혜진이의 저 아픈 마음을 누가 알아줄까?”

미라가 현수를 쏘아붙인다.

“당신은 이런 아픈 과거가 많이 있었나 보네?”

현수가 능글맞게 혜진에게 말한다.

“혜진아, 시간이 지나면 다 괜찮아져.”

“아유 참… 아이 좀 그만 놀려요!” 


연형과 명선은 웃으며 혜진의 투정 어린 모습을 바라본다.


“아빠 미워!”

서러운 혜진은 현수에게 곁눈질을 하면서 말하고는 미라의 품에 얼굴을 파묻는다.

현수는 옆에 있는 연형과 명선에게 인사한다."

“형님, 먼저 가야 할 것 같습니다. 혜진이 저렇게 서럽게 우는데 차에서 달래야 할 것 같아서요.”

“살펴 가고 다음에 또 보세.”

현수는 그 옆의 명선에게도 인사한다.

“그럼, 먼저 가겠습니다.”

“예, 살펴 가세요.”

집에서 천덕꾸러기 막내 신세였지만 여기서 언니 노릇을 할 수 있었던 상희. 

동생 혜진에게 아쉬운 인사를 건넨다.

“혜진아, 잘 가.”

헤어지는 것이 아쉬운 혜진, 상희에게 어색하게나마 손을 흔들며 차에 오른다.

민호도 인사를 한다.

“고모 잘 가. 고모부 안녕히 가세요.”



혜진은 여전히 불만에 가득 찬 얼굴을 하고 있다.

운전석에 앉은 현수는 그런 혜진의 모습을 흘끗 뒤돌아 보고는 웃으며 말한다.

“혜진아, 나중에 또 상희 언니 만나면 되잖아. 또 오자.”

“...”

말이 없는 혜진.


미라는 혜진이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개그 프로그램에서 나온 멘트를 한다.


“정말이야?”

현수가 다음 말을 이어서 한다.

“사실이야?”

다시 미라의 차례.

“진짜야?”


혜진은 입을 삐죽이 내밀며 미라를 손으로 툭 친다.

그 모습을 보고 웃는 현수와 미라.


자동차가 집을 향해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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