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성수 Oct 08. 2024

이분의 일

연재소설 : 깜찍한 부조리 15화 - 이분의 일

물놀이장에서 수영복으로 갈아입은 현수와 아이들. 현수가 펌프로 수영 튜브에 바람을 넣고 있다. 그것을 부럽게 바라보는 아이들. 혜진이 나선다.

“아빠, 나도 해 볼게.”

“나도 할 거야.”

인주도 펌프질 하겠다고 나서면서 서로 하겠다고 소동이 벌어진다.

현수는 혜진과 인주 차례대로 펌프질시키며 튜브에 바람을 넣는다.

“자, 수영장에 들어가자.”


현수는 아이들을 물놀이장에 데리고 와서 튜브에 태운다.

현수 무릎 깊이의 물놀이장에서 아이들이 타고 있는 튜브를 밀어주는 현수, 

“재미있어?”

“응, 재미있어.”

햇살 때문에 얼굴을 찡그리며 현수에게 대답하는 혜진.

“인주하고 한주도 재미있어?”

“응.”

인주만 천진난만하게 대답한다.

현주는 번갈아 가며 아이들의 수영 튜브를 밀어준다.


미라는 그늘막 아래 느긋하게 앉아 아이들의 물놀이하는 모습을 캠코더로 찍는다.


점심시간으로 인해 물놀이장이 어수선해진다.

현수가 한주의 수영 튜브를 밀면서 곁에 있는 혜진에게 묻는다.

“배 안 고파?”

“응, 뭐 먹고 싶어.”


현수는 아이들과 물놀이장에서 나와 미라가 앉아 있는 그늘막으로 간다.


현수와 아이들은 돗자리를 깔아놓은 그늘막으로 와서 앉는다.

“어린이들, 재미있었어요?”

미라의 물음에 혜진과 경쟁하듯 인주가 먼저 대답한다.

“응.”

그러나 깍쟁이 같은 혜진은 대답 대신 먹을 것을 요구한다.

“엄마, 배고파.”

해방감을 즐기고 있는 미라는 웃으며 현수에게 일을 미룬다.

“아빠보고 맛있는 거 사달라고 해.”

과거의 업보에 시달리는 현수는 미라의 횡포를 군말 없이 받아들인다.

“뭐 사 올까?”

미라가 미리 준비한 돈을 내민다.

“인스턴트 음식 말고 치킨이나 피자 같은 것으로 사 오세요.”

“아빠, 같이 가.”


깜찍한 수영복을 입은 혜진이 현수의 손을 잡고 음식 판매대로 걸어간다.



현수와 혜진은 닭고기꼬치와 떡볶이 등이 진열된 음식 판매대 앞에 선다.

쌓여있는 닭고기꼬치를 바라보는 현수. 

“닭고기꼬치 맛있겠다.”

“아빠, 맛있는 거야?”

“응, 맛있어.”

현수가 판매원에게 주문한다.

“닭고기꼬치 다섯 개 주세요. 그리고… 떡볶이도 하나 주시고요.”


젊은 남녀가 급수대에서 컵라면에 뜨거운 물을 붓는다.

그것을 본 혜진이 손가락으로 컵라면을 가리킨다.

“아빠, 저거.”

“라면은 안돼, 저거 사면 엄마한테 혼나.”

“으으으응. 저거 사줘.”

혜진이 응석을 피우자 현수는 잠시 생각하다가 판매원에게 말한다.

“컵라면 하나 주세요.”


현수는 한 손에 음식을 담을 비닐봉지를 들고, 또 다른 한 손으로 혜진의 손을 잡고 걸어간다.


현수는 가족이 앉아 있는 돗자리 위에 닭고기꼬치와 떡볶이 컵라면을 내어놓는다.

인주와 한주가 처음 보는 컵라면이 신기하여 달려든다.

컵라면을 먼저 잡은 미라는 아이들의 손이 닿지 않게 머리 위로 든다.


“안 돼, 뜨거워, 위험해.”

혜진이 동생들에게 소리친다.

“내 거야!”

미라는 현수가 사 온 음식들을 보고 현수에게 말한다.

“얘들 위험하게 왜 이것을 사 왔어요? 그리고 닭꼬치 하고 떡볶이는 아이들에게 매운데.”

미라의 타박에 난감한 표정을 짓는 현수.

“그러고 보니 그렇네. 어쩌지…”

그렇지만 아이들은 미라가 들고 있는 컵라면을 일제히 바라본다.

미라는 컵라면에 눈이 꽂힌 아이들을 보며 현수에게 말한다.

“컵라면을 사 오세요, 컵라면 안 먹이면 세상이 시끄러울 것 같아요.”

현수는 웃으면서 일어서서 그늘막에서 벗어난다.


미라는 컵라면의 뚜껑을 열어 아이들의 입에 라면을 한 젓가락씩 넣어준다. 

그러고는 컵라면 국물에 떡볶이와 닭고기꼬치를 씻어서 아이들에게 먹인다.

“엄마 닭고기 맛있어.”

혜진은 닭고기꼬치를 직접 들고 먹는다.


음식을 사 가지도 돌아온 현수가 비닐봉지에서 컵라면과 김밥을 꺼내 돗자리 위에 놓는다.

그러나 이제 컵라면에 무심한 아이들.

현수가 아이들에게 말한다.

“컵라면 안 먹어?”

미라가 현수에게 말한다.

“컵라면 빨리 드시고 국물 남겨 놓으세요. 국물에 떡볶이 씻겨서 아이들 먹이게.”

현수는 혜진에게 말한다.

“혜진이 컵라면 안 먹어? 좋아하잖아?”

혜진은 능청스럽게 대답한다.

“닭꼬치가 더 맛있어.”

황망한 표정의 현수, 할 수 없다는 듯 컵라면을 먹는다.

미라도 컵라면을 집어 든다.

“내라도 컵라면을 먹어줘야지.”


음식을 맛있게 먹는 아이들 그리고 컵라면 먹는 현수와 미라의 모습이 이어진다.



점심을 마치고 아이들이 다시 물에 들어가고, 현수는 물놀이장 밖에서 아이들을 살펴보고 있다.

인주는 조그만 원형 튜브에 올라타 있고, 한주는 다리를 끼우는 유아용 튜브를 타고 물놀이장을 걷는다.

혜진은 수영 강좌에서 강습받은 수영 자세를 흉내를 낸다.

“아빠, 나 수영한다.”

얕은 물놀이장에서 엉금엉금 기면서 수영 자세를 흉내 내는 혜진, 

현수가 그 모습을 보고 웃는다.

그렇게 아이들이 물놀이장에서 노는 모습이 이어진다.


오후 세 시쯤 되자 물놀이장의 분위기가 시들해진다.

인주는 지친 듯 무표정하게 튜브에 앉아 있다.

한주는 현수를 보자 꺼내 달라고 두 팔을 벌린다.

현수는 한주를 안고 물놀이장에서 나온다.

현수는 한주의 손을 잡고 혜진에게 말한다.

“혜진아, 이제 집에 가자.”

혜진이 오후 햇살에 얼굴을 찌푸리며 현수에게 소리친다.

“더 놀래!”

“물속에서 오래 놀면 감기 들어, 감기 들면 주사 맞아야 해.”

주사라는 말에 혜진이 물놀이장에서 나온다.

멀리 떨어져서 튜브를 타고 있는 인주. 현수는 물놀이장으로 들어가 인주의 수영 튜브를 밀어서 물 밖으로 나온다."



물놀이를 마친 가족이 자동차를 타고 돌아온다.


혜진은 운전하는 현수에게 묻는다.

“아빠 몇 분의 몇 왔어?”

혜진의 말에 현수에게 미리 일침을 가하는 미라.

“아이에게 거짓말할 생각하지 마세요.”

그래도 자존심 있는 현수, 잠시 생각하다가 분모를 2로 해서 말한다.

“응, 2분의 1 왔어.”

그 말에 혜진이 손가락을 펴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다.

그 모습을 본 미라가 손바닥을 펴고 엄지손가락을 가리키며 말한다.

“봐 엄지손가락 마디가 두 개지? 두 개 중에 한 개를 왔다는 뜻이야.”

그 말에 현수가 한탄하듯 말한다.

“아차, 엄지손가락이 있었군.”

그러면서 혜진에게 친절하게 말한다.

“이분의 일은 반이라는 뜻이야, 이제 반 왔어.”

현수의 대답에 혜진은 TV에서 본 개그맨의 말투를 흉내 내며 장난친다.

“사실이야?”

미라도 박자를 맞추어 말한다.

“진짜야?”

다시 그 말을 받아서 말하는 혜진.

“정말이야?”


현수는 미라와 혜진이 한편이 되어서 하는 말을 듣고 웃는다.



인주는 방바닥에 장난감을 펼쳐놓고 놀고 있고 한주는 그 옆에 앉아 있다.

장난감 왕관을 머리에 쓴 혜진은 인주가 펼쳐놓은 장난감 하나를 뺏어 든다.

인주는 소리를 지르면서 혜진에게 덤벼든다.

미라는 혜진에게 덤벼드는 인주를 제지하며 끌어안는다.

심술을 부리는 혜진에게 미라가 말한다.

“혜진이, 그러면 안 돼, 빨리 인주에게 돌려줘.”

“싫어.”

“너가 가지고 놀 장난감도 아니잖아.”

“그래도 가지고 놀 거야.”


때마침 퇴근한 현수가 거실에서 미라와 혜진의 대화를 들으며 안방으로 들어온다. 

현수가 타박하듯이 혜진에게 말한다.

“혜진이, 요고 요고...”

미라가 현수를 보며 말한다.

“퇴근했어요? 저녁은요?”

“먹었어.”


혜진은 들고 있던 장난감을 바닥에 내려놓으며 이제 현수를 조르기 시작한다.

“아빠, 배드민턴.”

“밤에는 어두워서 배드민턴 못 쳐. 내일 토요일이니까 내일 치자.”

“으으으응~”

현수가 응석을 부리는 혜진을 보면서 말한다.

“미운 일곱 살이라더니… 왜 이렇게 하고 싶은 것이 많아?”

미라도 현수의 말에 동의한다.

“그러니까요…”

“혜진이를 지치게 할 만한 것이 없을까?” 

“글쎄요.”

그러면서 미라 현수에게 묻는다.

“아, 참, 다음 주 주말에 놀러 갈 수 있겠어요?”

“어디?”

“오빠가 펜션 하나 잡아 놨다고 놀러 오라는데요.”

“아, 상희네? 혜진이가 좋아할 것 같은데, 잘됐네.”

상희라는 말에 혜진이 눈을 반짝이며 말한다.

“엄마, 상희 언니 집에 놀러 가?”

“응, 놀러 갈 거야.”


혜진의 좋아하는 모습을 보며 현수가 방에서 나간다.

이전 14화 곰탱이의 과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