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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수 Oct 07. 2024

곰탱이의 과거

연재소설 : 깜찍한 부조리 14화 - 곰탱이의 과거

잠자고 있는 현수 그리고 현수 머리맡에서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는 인주.

현수가 잠에서 깨어 인주를 바라본다.

“인주, 언제 여기 왔어?”

“아까.”

인주는 장난감을 가지고 계속 논다.


혜진이 방으로 들어와 의자에 앉으며 아직 잠자리에 있는 현수에게 말한다.

“아빠, 오늘 놀러 가자.”

“안돼, 아빠 쉬고 싶어.”

“으으으응~ 놀자~.”

혜진의 애교스러운 응석을 보며 현수가 말한다.

“어휴, 요 여우 딱지.”

“여우 아니야.”

“그럼, 뭔데.”

양손으로 입가에 나팔을 만들어서 우아하게 말한다. 

“공주~”

“그럼, 여우 공주~.”

“아니야, 공! 주!”


현수는 방으로 들어오는 한주를 잡아서 이부자리로 끌어들여 볼을 꼬집는다.

“아빠~, 오늘 놀러 가자.”

현수는 혜진의 말을 못 들은 척하며 한주를 힘껏 끌어안자 한주는 현수의 품에서 벗어나려고 바둥당거린다.



아파트 앞 주차장 공터. 

혜진은 2인용 세발자전거, 인주는 세발자전거, 한주는 붕붕차를 타며 놀고 있다.

캠코더를 든 현수는 인도와 주차장 사이의 도로 턱에 걸터앉아 있다.

인주의 세발자전거가 빨리 달리자 지켜보던 미라가 소리친다.

“인주야, 천천히 가.”

현수는 아이들이 놀고 있는 모습을 캠코더로 찍으며 미라에게 말을 건넨다.

“밖에 나와 노는 아이들이 없네. 내 어릴 적에는 해 질 녘까지 밖으로 싸돌아 다니면서 놀았는데.”

“요즘 아이들은 학원 다니느라 바빠서 놀 틈이 없어요.”

“외둥이 집이라면 아이 혼자 밖으로 나오기가 힘들지 않을까?”

“그럴 수 있겠죠, 아무래도 형제가 있으면 함께 나와서 놀기가 쉽겠죠.”


아파트 주차장에서 젊은 남녀가 배드민턴을 치기 시작한다.

혜진은 2인용 세발자전거를 끌고 와서 현수에게 묻는다.

“아빠, 저게 뭐야?”

“저거? 배드민턴.”

“배드민턴?”

혜진은 배드민턴 치는 것을 신기한 듯 바라본다.


미라는 혜진의 그런 모습을 바라보며 현수에게 말한다.

“혜진 아빠, 혜진이 학원을 좀 알아봐야 할 것 같아요.”

“왜?”

“혜진이 호기심을 내가 감당할 수가 없어요. 하고 싶어 하는 것이 얼마나 많은지…”

“혜진이가 뭘 좋아할까?”

“피아노라던가, 발레 같은 것은 어떨까요?”

현수가 혜진을 바라보며 말한다.

“혜진이가 그렇게 컸나?”

“혜진이 또래가 이런 것을 하고 있어요.”


현수는 자전거에 앉아 배드민턴 치는 모습을 보고 있는 혜진에게 말한다.

“혜진아, 혜진이는 뭐가 제일 하고 싶어?”

“배드민턴 하고 싶어.”

“배드민턴? 배드민턴 학원에 보내줄까?”

"혜진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미라는 웃는다.


배드민턴 치던 젊은 남자가 잠시 자리를 비우고 남아 있는 여자가 배드민턴 채를 앞으로 내밀어 혼자서 셔틀콕을 공중으로 툭툭 쳐서 올린다. 

혜진은 그 모습을 부러운 듯이 바라본다."



현관문이 열리고 가족들이 들어온다.

혜진은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현수에게 말한다.

“아빠, 더 놀자.”

“많이 놀아줬잖아.”

혜진이 응석을 부리며 말한다.

“으으으응~. 배드민턴 치고 싶어.”

“배드민턴?”

“응.”


현수는 책장 위에 올려놓은 배드민턴 채와 셔틀콕을 혜진에게 준다.

“이것 가지고 나가서 배드민턴 쳐.”

“아빠도 같이해.”

“조금 전에 언니가 혼자서 배드민턴 치는 것 봤지? 그렇게 먼저 배드민턴 연습을 해야 해.”

“나 혼자?”

“응, 연습은 혼자 하는 거야. 아빠가 베란다에서 배드민턴 치는 것 보고 있을게.”

“알았어.”


배드민턴 채를 든 혜진이 신이 나서 현관문을 열고 나간다.



현수는 아파트 3층 베린다에서 아파트 앞 주차장 있는 혜진을 내려보고 있다.

혜진은 오른손으로 배드민턴 채를 잡고 왼손으로 셔틀콕을 낮게 던진다. 

배드민턴 채로 공중에 뜬 셔틀콕을 배드민턴 채를 휘두른다. 빗나간다.

베란다에서 이를 지켜보던 현수가 말한다.

“조금 더 높이 던져서 천천히 쳐 봐.”

“응.”


안방에서 인주와 한주가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다.

아이들을 보고 있는 미라가 혜진의 학원에 대해 말을 이어간다.

“혜진이 바이올린을 시키면 어떨까요?”

베란다에 있는 현수는 주차장에서 배드민턴 치는 혜진을 주시하며 말한다.

“바이올린은 처음에 배우기가 무척 어렵다고 하더라고.”

“아, 그래요?”

“바이올린 하는 사람이 내게 그러던데 전문가가 될 것이 아니라면 피아노를 배우라고 하더라고.”

“바이올린 하는 사람 누구요?”


혜진을 내려다보는 현수는 '아차' 싶어서 움찔하는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예전에 누가 그랬어.”

“여자 아니고요?”

현수는 안방에서 말하는 미라의 말을 무시하고 아파트 주차장에 있는 혜진을 향해 소리친다.

“그렇지, 잘 맞추네.”

“바이올린은 여자들이 많이 하는데, 안 그래요?”

안방에서 들리는 미라의 말이 무서운 현수, 그래서 혜진에게만 집중한다.

“그래, 공을 천천히 던져.”

“왜 말을 피해요? 여자 맞죠?”

현수는 긴장된 표정으로 혜진에게 소리친다.

“그렇지, 이제 잘 맞추네. 잘했어.”


한주가 인주 앞에 놓인 장난감을 빼앗는다. 

인주는 뺏긴 장난감을 한주에게서 가져오려 한다. 

안 주려고 장난감을 등 뒤로 숨기는 한주.

입을 벌리고 한주를 향해 고개를 쭉 내미는 인주의 물려는 예비동작.

그 모습을 보며 미라가 소리친다.

“야, 너.”


미라가 자신에게 ‘야, 너’라고 소리친 것이라 착각하는 현수, 순간 움찔하며 빠져나갈 핑계를 찾는다.

“혜진아, 아빠가 내려갈게, 기다려.”


한편 미라는 한주가 물리지 않도록 한주를 끌어안는다.


그 사이에 베란다에 서 있던 현수는 작은방을 통해 얼른 밖으로 내뺀다.


미라는 동생을 물려던 인주를 타이른다.

“동생에게 그러면 안 돼.”


미라가 다시 현수에게 말하려고 베란다를 쳐다본다. 

현수가 그 자리에 없다.



밖으로 나온 현수가 혜진에게 다가간다.


“공 줘봐, 아빠가 던져줄게. 잘 맞추어 봐.”

“응.”

현수는 혜진에게서 셔틀콕을 받아서 혜진이 치기 쉽게 던져준다.

혜진이 배드민턴 채로 셔트콕을 친다.

“그래, 잘 쳤어.”

“또 던져줘, 아빠.”

현수는 바닥에 떨어진 셔트콕을 주워서 혜진에게 던진다.


베란다 3층에서 미라가 머리를 내밀고 혜진에게 외친다.

“혜진아, 이제 배드민턴 그만하고 올라와, 아빠하고 같이.”

“아빠랑 좀 더 놀고 올라갈게.”

현수는 웃으며 혜진에게 말한다.

“우리 혜진이 착하네. 우리 더 놀자.”

“응, 아빠, 많이 놀자.”

현수는 혜진이 이렇게 기특하고 이쁠 수가 없다.

미라가 혜진을 향해 다시 외친다.

“혜진아, 엄마 말 안 들을 거야?”

혜진이 대답하려고 하자 현수가 선수를 친다.

“혜진아, 내일 수영장에 갈까?”

“응, 아빠, 우리 꼭 가자.”


현수는 웃으며 혜진에서 셔틀콕을 던져준다.



밥상 앞에 앉아 아침 식사를 하려는 가족.

아이들 모두 형형색색의 수영 모자를 쓰고 있다.


주방에서 밥공기를 들고 온 미라가 한주를 바라본다.

“어머나… 한주도 수영모를 쓰고 있네.”

현수가 미라에게 말한다.

“내 것을 씌워줬어, 안 그러면 난리 나잖아.”

“막내 한주를 누가 말려요. 하하.”


그 말을 듣고 혜진이 미라에게 애교스러운 말투로 말한다.

“엄마, 나는 말 잘 듣지~.”

인주도 지지 않고 미라에게 어눌하게 말한다.

“엄마, 나 말... 듣지이~.”

“그렇지, 오늘따라 밥도 잘 먹고, 아이고 예쁜 인주.”

미라가 인주를 칭찬하자 혜진도 나선다.

“엄마, 나는?”

“혜진이는 원래 예쁘고.”     

혜진과 인주는 경쟁하듯이 밥을 먹는다.



일가족이 아파트 현관에서 나와서 주차장 쪽으로 걸어간다. 

여전히 수영모를 쓰고 있는 인주와 한주.

그 모습이 부끄러운 혜진이 동생들에게 말한다.

“야, 수영모자 벗어. 다른 사람들이 보잖아.”

“싫어.”

인주가 완강하게 말하자 혜진은 미라에게 부탁한다.

“엄마, 수영모자 벗으라고 해, 부끄러워.”

미라는 아이들을 보면서 말한다.

“아이 부끄러워, 빨리 자동차 안으로 들어가자.”


현수는 큰 쇼핑 비닐 가방을 자동차 트렁크에 실은 후 운전석에 탄다.



현수가 자동차를 운전하고 있다.

현수가 뒷자리에 수영모를 쓴 아이들을 보면서 말한다.

“오늘도 날씨가 더울 것 같은데.”

“이런 날 집에 있으면 아이들에게 시달려서 못살아요. 나오길 잘했죠.”

“밖으로 나와도 시달리는 것은 마찬가지일 텐데?”

미라가 아이들에게 웃으며 말한다.

“오늘 아빠 말 잘 들어야 해. 알았지?”


달리는 자동차 차창으로 한여름 거리 풍경이 비치고.

혜진은 수영장에 빨리 가고 싶은 조바심에 현수에게 묻는다.

“아빠 몇 분의 몇 왔어?”

현수는 미라의 말을 흉내 내는 혜진이 가소로워 웃으며 대답한다.

“응, 3분의 4 왔어.”

“그러면 얼마만큼 더 가야 해?”

“3분의 5만큼 더 가야 해.”

미라가 가자미눈을 하면서 현수를 타박한다.

“가르쳐 주려면 제대로 가르쳐 줘야죠. 아이들 바보 만들 거예요?”

현수가 웃으며 말한다.

“얘들이 분수를 어떻게 알겠어?”


미라가 손바닥을 펴고 혜진에게 설명한다.

“혜진아, 손가락 마디가 세 개 있지.”

“응, 세 개.”

“손가락 세 마디 중에 한 개만큼 오면 3분의 1 왔고, 두 개만큼 오면 3분의 2 왔고, 세 개만큼 오면 다 왔다는 뜻이야.”

“그러면 지금 어디만큼 왔어?”

미라가 손가락의 두 번째 마디를 가리키며 말한다.

“여기 3분의 2 만큼 왔을 거야.”

“그럼, 아빠가 거짓말한 거야?”

“응.”

혜진이 현수를 곁눈질하며 말한다.

“아빠, 미워.”

미라는 혜진을 달래듯 말한다.

“그래도 오늘 아빠하고 잘 놀아야 해. 알았지? 엄마는 오늘 좀 쉬어야겠다.”


현수는 미라와 혜진의 대화를 들으며 미소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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