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성수 Nov 06. 2024

전산실 일상

연재소설 : 러브 코딩 30화 - 전산실 일상

출근한 민수가 그의 자리로 다가서자 앞자리에 있는 재현이 일어서서 인사한다.

“선배님, 안녕하십니까?”

“예, 안녕하세요.”

민수는 웃으며 자리에 앉아 단말기 스위치를 누른다. 책상 서랍에서 일일마감일지를 꺼내 책상 위에 놓고 키보드를 치기 시작한다.


“굿모닝!”

출근하는 신규가 기분 좋게 인사하며 재현의 옆자리에 앉는다.

재현은 의자에서 일어서서 인사하고 민수는 앉은 채 신규에게 인사한다.


1년여의 세월이 지나면서 신계약팀에 변화가 있었다. 예전 팀장 일섭은 그동안 선망했던 OA팀 팀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이제 중만이 신계약 팀장을 하고 있다. 그리고 신규는 신입사원 박재현을 조수로 받아 업무를 함께 하고 있다.


출근한 팀원들이 각자의 모니터를 바라보며 일일마감작업을 체크할 때 중만이 출근하여 양복을 벗어 의자에 걸친다. 재현이 일어나서 씩씩하게 인사한다.

“팀장님, 안녕하십니까?”

“오, 재현씨 안녕,”

그러면서 중만은 팀원들을 보며 말을 이어간다.

“휴…. 지하철 파업 때문에 지각할 뻔했네. 자기들은 출근하는데 힘 안 들었어?”

민수는 간밤에 발생한 일일마감작업의 에러에 대해 말하려고 할 때 사무실에 설치된 TV에서 사내 조회 방송이 시작된다. 팀원들은 TV를 향해 자세를 고쳐 앉는다.


사내 방송이 종료 시그널 음악과 함께 TV가 꺼진다. 

민수는 중만을 바라보며 하려다 못한 말을 다시 시작한다.

“팀장님, 어제 일일마감작업에서 에러가 났었습니다.”

“어떤 에러?”

“예, B37 하고 S706 에러가 났습니다.”

“하하, 쌍코피로 터졌네. 잘 해결됐어?”

“잘 처리되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좀 있습니다.”

민수 말한 '문제'라는 말에 중만이 긴장하며 묻는다.

“무슨 문제?”

“계약자 생년월일이 1899년 11월생이 있습니다.”

“1899년생? 그런 계약자가 있어?”

중만은 의외라는 듯 민수에게 묻는다.

“예, 이것 때문에 계약자 연령 계산 로직에서 에러가 났습니다. 현재 92년도에서 계약자가 태어난 년도인 99를 빼니까 계약자 나이가 마이너스 숫자가 되면서 뻑이 났습니다.”

“하하, 골 때리는 에러네, 그래서 연령 계산은 잘 되었어?”

“예, 계약자 생년월일이 현재 날짜보다 더 큰 경우 현재 연도에 100을 더해서 계산하도록 로직을 변경해 놓았습니다. 그렇게 계산하니까 계약자 연령이 93세였습니다.”

“계약자 연령이 93세? 연금형 상품 가입자인가?”

중만의 말에 민수가 모니터를 힐끗 보며 대답한다.

“아, 그러고 보니 연금형 상품 가입자네요.”

“요즘 재산 상속을 위해 연금형 상품에 가입하는 계약자들이 많지.”

“아, 그렇겠네요. 요즘 연금형 상품도 엄청나게 많아졌잖아요.”

“그렇다면 연금형 상품 때문에 에러가 많이 날 것 같은데. 그렇다면 관련 소스 코드를 미리 다 고쳐놓아야 하지 않겠어?”

중만이 예리하게 지적하자 민수는 우려스러운 표정으로 말한다.

“그런 로직이 들어 있는 프로그램을 어떻게 다 찾죠?”

“민수씨가 어제 작업한 필드명을 나한테 좀 알려줘. 그 필드명으로 스캔 작업을 하면 관련된 프로그램이 다 출력되거든.”

신기한 듯이 묻는 민수.

“그런 게 있어요?”

“응, 운영팀에 필드명으로 스캔 작업을 의뢰하면 돼. 그런데 어제 몇 시에 기계실에 갔었어?”

“3시 정도에 기계실에 갔었어요.”

“고생했어.”

중만과 민수가 팀원들과 함께 커피를 마시러 나간다.


신계약 팀원들이 커피 자판기 앞에서 차례로 커피를 뽑아서 들고 있다.

중만은 민수를 바라보며 말한다.

“어젯밤에 뺑뺑이 도느라 고생했을 텐데 피곤하지 않아?”

민수 웃으면서 말한다.

“술 많이 먹은 다음 날에 비하면 이것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커피를 마시던 신규가 민수를 향해 묻는다.

“어젯밤에 기계실에 불려 나갔어?”

“예, 새벽에 전화받고 나갔어요.”

“무슨 에러?”

“B37 하고 S706 에러요.”

“S706?”

“계약자 중에 1899년도가 있었는데, 연령 계산에서 에러가 났어요.”

신규가 웃으며 민수의 말을 되풀이한다.

“1899년생?”

“연금형 상품이다 보니 나이 제한 없이 가입했나 봐요.”

“하하하, 프로그램 고치느라 힘들었겠네?”

“예, 연도 계산과 관련된 소스 코드에 대해 시스템 변경 의뢰를 하여지려고요.”

중만이 민수에게 당부하듯 말한다.

“그 시스템 변경 의뢰를 과장 결재받을 때 설명 잘해, 다른 팀도 알아야 하니까.”

“예.”

“앞으로 2000년도 되기 전에 년도 관련 소스 코드를 엄청나게 바꿔야 할 것 같은데요.”

신규의 말에 중만이 재현을 쳐다보며 말한다.

“한마디로 난리 나는 거지.”

중만의 말에 팀원들이 함께 웃는다.


“뭐가 그렇게 재미있어?”

OA팀 팀장인 일섭이 그의 팀원들과 커피 자판기로 몰려오며 묻는다. 그러자 중만을 비롯한 신계약 팀원들이 일섭에게 반갑게 인사한다.

“과장님, 안녕하세요.”

신규도 예전의 사수인 일섭에게 반갑게 인사한다.

“좋아 보이시네요.”

일섭은 신계약 팀원들을 바라보며 반가운 듯이 말한다.

“여전하구먼.”

중만이 일섭을 부러운 듯이 바라보며 묻는다.

“과장님, OA팀은 요즘 어떠세요?”

“개발하느라 정신없어. 민수씨도 잘 있어?”

일섭은 민수에게 반가운 듯 말을 건다.

“예, 잘 있습니다.”

“요즘도 밤에 전화가 자주 와?”

중만이 민수를 쳐다보며 말한다.

“안 그래도 오늘 새벽에 기계실 불려 갔다 왔어요.”

“아, 그래? 우리 OA팀은 야간 처리작업이 없는데… 민수씨 우리 팀에 오고 싶지?“

일섭의 꼬시는 말에 민수가 웃으며 말한다.

“C언어를 알아야 하잖아요.“

“별로 안 어려워. 우리 팀 오면 내가 가르쳐 줄게.”

일섭의 말에 중만이 웃으며 말한다.

“우리는 먼저 들어갈게요.”

“응, 언제 저녁 한번 해.”

“예.”

신계약 팀원들이 자리로 돌아간다.



재희는 자기 방에 놓은 책상에 앉아 카세트를 이용하여 영어 회화를 공부하고 있다.

재희의 동생 호성이 재희의 방문을 연다.

“누나, 미국에서 편지 왔어.”

반가운 듯 긴장하는 재희.

“아, 그래, 고마워.”

편지를 재희에게 건넨 호성은 편지 내용이 궁금해 문고리를 잡고 서 있는다. 재희는 그런 호성을 쳐다보자 호성은 재희의 뜻을 알아채고 문을 닫는다.

재희는 책상에 앉아 기대에 찬 눈빛으로 우편물의 봉투를 뜯어 인쇄된 내용물을 읽는다. 그리고 이내 우편물을 내려놓고는 멍한 표정으로 한동안 앉아 있다가 일어서서 방을 나선다. 잠시 후 재희는 방안으로 다시 들어와서 책상 서랍에 있는 라이터를 들고 다시 밖으로 나간다.



민수는 시스템 변경의뢰서 양식에 내용을 적어놓고 있다. 민수 바로 앞자리의 재현이 민수의 눈치를 보며 머뭇거리다가 민수의 눈과 마주친다.

“무슨 일인데요?”

민수가 말을 건네자 재현이 기다렸다는 듯이 말한다.

“데이터 리포팅 작업하는데 뭐가 좀 잘 안되어서요.”

“에러 때문에 그래요?”

“아닙니다. 작업을 돌리려고 하는데 계속 안 된다는 메시지가 떠서요.”

민수는 재현 자리로 가서 허리를 굽혀 모니터를 보다가 말한다.

“프로그램을 밑으로 내려 보세요.”

민수는 화면을 바라보다가 싱긋이 웃는다. 재현이 그런 민수의 모습을 보고는 민수에게 묻는다.

“선배님, 뭐가 잘 못 되었는데요?”

“데이터 파일명에 문제가 있는데요.”

“어떻게요?”

“지금 JCL에 적혀있는 파일명이 메인 파일이잖아요. 개발자 환경에서는 테스트 파일만 접근 가능해요.”

“아, 선배님, 맞습니다. 그것을 확인 못 했네요. 감사합니다.”

민수는 싱긋이 웃으며 허리를 편다. 그때 그곳을 지나던 연형과 눈이 마주친다.

연형이 민수를 향해 '커피?'라고 하자 민수는 웃으며 연형을 따라간다.


커피잔을 들고 비상계단으로 들어선 연형이 민수에게 웃으며 말한다.

“오우, 멀리서 보니까 민수 일하는 자세가 각이 딱 잡혔어. 누가 보면 고참인지 알겠는데?”

그 말에 민수가 머쓱하게 웃으며 말한다.

“아예 욕을 해라. 욕을.”

“하하하, 어제 야간 마감 작업 뻑 났지?”

민수 의아한 듯 연형을 바라보며 묻는다.

“그것을 너가 어떻게 알아?”

“내가 맡고 있는 일일 마감 작업이 너가 맡고 있는 작업에 디펜던시(후속작업)로 걸려 있거든. 그 작업에서 만든 파일로 우리가 작업하기 때문에 에러가 나면 우리 팀 작업이 그만큼 늦게 돌아, 그래서 에러 났는지 알았지.”

“그래? 안 그래도 그 작업 때문의 새벽에 불려 나갔다 왔어.”

“그거참, 고생이 많다고 위로해 주기도 그렇고…, 너가 하여튼 밤낮으로 고생이 많다.”

“너는 밤에 기계실에서 호출 전화 안 받아?”

“전화는 받지. 그런데 기계실에는 안 나가.”

“그러면 어떻게 하는데?“

“뒤에 디 바퀴 덮갠 시가 걸려 있는 작업이 없으니까 밤에 고장 나면 아침 일찍 사무실로 출근해서 처리하면 돼.”

“부럽군.”

“부럽긴, 뭐 이제 내가 할 일도 아닌데, 하하.”

민수는 연형의 말의 속뜻을 알아차리고 슬며시 넘겨지었듯 말한다.

“다른 팀으로 옮기는 거야? 기획팀?”

“하하, 글쎄.”

민수는 웃는 연형을 보며 말한다.

“뭐 좋은 일이 있긴 있구먼.”

연형은 웃으면서 커피를 들이켠다.

이전 01화 한밤의 호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