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 러브 코딩 32화 - 급박한 상황
잔뜩 화가 나 있는 승철은 민수 자리 옆에 선다. 그리고 민수를 향해 소리를 높여서 말한다.
“이민수씨, 이민수씨가 SNBPSC05 작업 담당자지?”
민수는 죄지은 사람처럼 바짝 긴장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대답한다.
“예.”
“우리 팀 일일마감 뱃치(batch:일괄) 작업이 이민수씨가 담당하는 뱃치 작업에 디펜던시 (dependency : 종속, 후속) 걸려 있는 것 알아, 몰라?”
“민수는 일전에 연형으로부터 이 말을 들었던 것을 기억하며 대답한다.
“알고 있습니다.”
“그 작업이 안 도는 바람에 우리 팀 작업이 안 돌았잖아. 일이 어떻게 된 거야?”
민수는 쩔쩔매며 대답한다.
“그 작업이 에러가 나서 홀딩되었습니다.”
승철은 더욱 핏대를 올리며 민수를 몰아붙인다.
“이 사람이, 지금 장난쳐? 이 작업을 돌려야 우리 팀 작업이 돌 거 아니야?”
옆에서 모니터를 바라보며 대화를 듣던 중만이 고개를 돌려 승철을 바라본다.
민수는 잔뜩 궁지에 몰린 목소리로 대답한다.
“지금 원인을 찾았고, 에러 복구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승철은 민수 일어섰던 의자를 끌어다 앉으며 민수를 궁지로 몬다.
“이민수씨, 도대체 일을 어떻게 하는 거야? 당신 입사 몇 년 차야?”
민수는 주눅이 든 채 대답한다.
“2년 차입니다.”
“입사 2년 차가 무슨 배짱으로 당신 맘대로 작업을 홀딩시켜?”
계속 승철을 주시하던 중만이 나선다.
“윤대리님, 작업은 저가 새벽에 홀딩시켰어요.”
민수는 잔뜩 쫄아서 대답한다.
“저가 새벽에 전화를 못 받아서 그렇게 되었습니다.”
승철은 더욱 기고만장하여 소리를 지른다.
“도대체 이 팀은 일을 어떻게 하는 거야?”
민수는 쩔쩔매며 대답한다.
“죄송합니다. 빨리 복구하도록 하겠습니다.”
그 말을 들은 중만이 승철을 매섭게 바라보며 목소리를 높인다.
“여기서 그런 말이 왜 나옵니까?”
승철이 큰 소리로 대꾸한다.
“아니, 이 사람이!”
주위에 사람들이 일제히 신계약팀을 주시한다. 소라도 걱정스러운 눈으로 민수를 응시하고 있다.
그때 민수 허리에 차고 있는 삐삐가 진동하자 쫓기는 처지의 민수는 삐삐를 확인할 겨를이 없다. 민수는 삐삐를 보지도 않고 급히 삐삐의 확인 버튼을 눌러 진동을 멈춘다.
서로 신경을 곤두세우며 말하고 있는 중만과 승철, 그것을 보고 있던 서과장이 그 둘을 떼어놓기 위해 중만을 부른다.
“어이, 김팀장, 나 좀 봅시다.”
중만은 서과장에게 가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서며 민수에게 다짐하듯 말한다.
“야, 민수씨, 민수씨는 잘못한 거 없어. 알았어?”
중만의 말에 입장이 곤란한 민수는 어떻게 대답할 줄 몰라 쩔쩔맨다.
중만의 말에 분개한 승철이 민수에게 이유를 따지며 압박한다.
“도대체 어떤 에러이기 때문에 일이 이 지경이 된 거야? 이민수씨 말 좀 해 봐.”
“계약 중의 하나에서 모집 설계사 코드 낫 파운드 (not found : 미존재) 났습니다.”
승철이 한심하다는 듯 민수를 바라보며 말한다.
“그게 말이 돼? 온라인에서 설계사 코드를 베리피케이션 (verification:확인 처리) 안 하고 막 받아주나 보지?”
뒤에서 민수와 승철의 대화를 듣던 소라가 무슨 낌새를 느꼈는지 다시 전화를 걸어서 심각하게 통화하기 시작한다.
민수는 서과장 앞에 서 있는 중만을 미안스러운 눈으로 바라본다. 이 모든 것이 자신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발생한 일이라 민수는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다.
승철이 당황하는 민수를 몰아붙여봤자 해결될 일이 아님을 느꼈는지 다른 방법으로 민수를 옥죄인다.
“어떻게 할 거야?”
지금 당장 어떻게라도 조치를 취해야 하는 처지의 민수는 이런 쓸데없는 것을 따질 것이 아니라 당장 일할 시간을 달라는 듯이 말한다.
“빨리 작업하겠습니다.”
승철은 서과장 쪽을 바라보다가 다시 민수에게 다짐받는다.
“어쨌든 10시까지 해결할 수 있지?”
민수는 해결될지 모르겠지만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자 일단 대답부터 하고 본다.
“예.”
민수의 다짐을 받은 승철은 올 때처럼 씩씩거리며 자리로 돌아간다.
서과장에게 불려 간 중만은 서과장의 책상 앞에 서 있다. 서과장이 중만에게 묻는다.
“무슨 일이야?”
“야간 일일마감작업에서 에러가 났습니다.”
“새벽에 에러 복구 안 했어?”
“저가 새벽에 전화를 받고 작업을 홀딩시켰습니다.”
“이민수씨가 담당 아니야?”
“이민수씨가 사정이 있었습니다.”
“뭐가 문제지?”
“설계사 코드 하나가 설계사 마스터 파일에 없는데, 그 이유를 찾고 있습니다.
“설계사 코드를 온라인으로 입력할 테 설계사 코드를 체크 안 해?”
중만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저도 그게 이상합니다. 설계사 코드를 입력할 때 분명히 설계사 코드의 존재 유무 체크를 하고 있습니다.”
“알았어, 우선은 복구가 먼저니까 빨리 일 봐요, 이 일은 나중에 이야기하지.”
중만은 서과장에게 인사한 후 자리로 돌아온다.
중만과 민수가 자리에 앉아서 심각하게 상황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이민수씨, 이게 민수씨만의 일이 아니고 우리 팀 일이야. 신계약을 온라인으로 입력한대서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인데, 일이 복잡해질 것 같아.”
“죄송합니다."
중만은 핀잔을 주듯 말을 한다.
“민수씨 잘못이 아니라니까.”
“저가 밤에 전화를 받았으면 일이 이렇게까지 커지진 않았을 텐데요.”
“그러나 저러나 빨리 복구해야 하는데…. 지금은 그게 문제거든. 원인은 나중에 밝히더라도.”
민수 조심스럽게 해결 방안을 제시한다.
“문제가 되는 그 계약을 패스하고 나중에 처리하면 안 될까요?”
민수의 의견에 중만은 심각하게 말을 한다.
“그 계약 건 한 건을 패스하게 되면 마감 계수가 안 맞게 되고 수습하는 게 더 어려워지는데….”
민수 초조한 듯 말한다.
“지금 문제는 영업관리팀 일일마감작업을 돌려야 되잖아요.”
중만은 민수의 말에 동의한다.
“맞아, 지금은 그 방법밖에 없는 것 같아. 일단 그 한 건 빼고 작업을 돌려, 마감 계수 맞추는 것 때문에 일이 더 커질 수도 있지만, 그것은 나중에 생각하자고.”
“예, 에러가 발생한 한 건을 빼고 수작업으로 처리하겠습니다.”
민수는 단말기 모니터를 바라보며 급하게 키보드를 치기 시작한다. 그때 민수의 책상 위에 있는 전화기가 울린다. 민수는 모니터에 신경을 집중한 채 수화기를 든다.
“예, 정보시스템실 이민수….”
“저 소라인데요, 선생님 지금 비상계단으로 좀 같이 가시겠어요?”
민수는 다급한 목소리로 말한다.
“지금 많이 바빠서 힘들 것 같은데요.”
“설계사 코드 에러 때문에 그래요.”
“그래요?”
민수는 소라가 있는 뒤를 돌아보며 전화기를 내려놓는다.
소라가 수화기를 내려놓고 사무실을 나서자 민수도 소라를 뒤따라간다.
소라와 민수가 비상계단에 들어서자 민수가 곧장 소라에게 묻는다.
“우리 팀 에러가 설계사 코드 때문이라는 것을 어떻게 알았어요?”
“우리 팀에서 보험료 영수증 발행작업을 하잖아요. 거기서 설계 시 코드로 설계사 이름을 가져오거든요. 우리 팀도 그것 때문에 에러가 났어요.”
민수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소라에게 다급하게 묻는다.
“아, 그래요? 왜 에러가 났는지 알아요?”
“저도 이상해서 그 지점으로 직접 전화를 해 봤어요. 그런데 그 계약 건 설계사 관련해서 일이 좀 복잡했었나 봐요.”
“어떻게 복잡했었대요?”
“그 설계사가 이번에 새로 들어왔는데 신계약이건 한 건을 모집하고 회사를 그만뒀데요.”
“그래도 설계사 코드는 등록했을 것 아닙니까?”
“예, 등록은 했었데요. 그런데 그 설계사 모집 계약을 다른 설계사에게 이전하기 위해서 해당 설계사를 삭제 처리를 했다나 봐요.”
“코드 삭제 처리가 지점에서 가능해요?”
“그 지점 여사원이 정보시스템실로 전화해서 삭제 처리를 했대요.”
민수는 표정이 바뀌면서 소라에게 말한다.
“아, 이제 감을 좀 잡을 수 있겠네요.”
“그런데 어떻게 삭제했는지는 모르겠어요. 그것까지는 못 물어봤어요.”
“어떻게 삭제되었는지 그것만 알면 해결할 수 있겠네요. 고마워요.”
소라는 누가 들을까 봐 낮은 목소리로 민수에게 말을 이어간다.
“조금 전에 신계약팀에 윤승철 팀장이 와서 뭐라고 막 하는 것 보니 신계약팀이 나서서 알아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어서 말씀드리는 거예요.”
민수는 입가에 미소를 띠며 소라에게 말한다.
“정말 고마워요, 어떻게 처리했는지 자세히 알아볼게요.”
“알아보고 저에게도 좀 알려주세요. 우리도 복구해야 하거든요.”
“예, 그렇게 할게요, 고마워요.”
민수는 사무실로 급하게 돌아간다.
사무실로 들어온 민수는 중만에게 다가가서 들뜬 목소리로 말한다.
“팀장님, 설계사 코드 낫 파운드 난 이유를 찾았습니다.”
민수의 말을 들은 중만의 얼굴이 갑자기 화색을 띤다.
“그래?”
“어제 이 계약을 입력한 영업소에서 일이 만들어진 것 같습니다. 정소라씨가 이 영업소에 전화를 해봤는데, 영업소 여직원이 정보시스템실로 전화해서 설계사 코드 삭제를 요청했답니다.”
“그래? 그렇지! 그런데 왜 삭제 요청했대?”
“신입 설계사가 계약을 한 건 모집하고는 그만뒀답니다. 그래서 그 영업소 여사원이 정보시스템실로 전화해서 처리했다고 들었습니다.”
“그래?”
“영업소에서 해당 설계사 코드로 신계약을 입력하고 난 다음 설계사 코드를 삭제했었나 봅니다.”
“그러니까 설계사 코드를 물리적으로 삭제했다는 뜻인데,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저도 그것이 이해가 안 됩니다. 영업소에서 물리적으로 삭제한다는 것이….”
“영업소로 직접 물어보면 알겠지, 그 계약 증권번호가 어떻게 돼?”
민수는 자기 자리의 모니터를 보면서 키보드를 두드린 후 화면을 보면서 말한다.
“예, 12078147번입니다. 12078147."
중만은 민수 불러준 계약번호로 온라인을 조회한다.
“오봉 영업소군. 오봉 영업소 전화번호 좀 검색해 봐.”
민수는 화면을 바꾸어서 키보드를 급하게 치고 난 후 모니터를 바라보며 말한다.
“327에 5973입니다.”
중만은 전화 수화기를 들고 전화기 버튼을 누른다.
“여보세요, 거기 오봉 영업소지요?
상대방의 대답을 들은 중만은 흥분을 감추며 통화를 이어간다.
“여기 정보시스템실인데요, 어제 설계사 코드 삭제를 전산실로 요청했다면서요?”.
수화기를 들고 있는 중만의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아, 예…. 전산실 어디로 전화하셨어요?”.
“아…. 영업인사팀…. 예 알겠습니다.”
중만은 수화기를 내려놓으려다가 다시 담당자에게 묻는다.
“아, 잠시만요, 그러면 이 계약 모집 설계사는 어떻게 할 건가요?”.
상대방의 말을 들으며 통화를 이어가는 중만.
“그러니까 다른 설계사에게로 그 계약을 이전한다고요?”
통화하는 중만은 민수에게 적으라는 신호를 보낸다.
“그럼 이전하려는 설계사 코드는 어떻게 돼요?”.
민수는 펜을 들고 중만을 바라본다.
“아, 예, 잠시만요, 좀 적을게요. 356327, 예 잘 알겠습니다.”
옆에 있는 민수는 중만이 부르는 번호를 메모지 위에 급히 적는다. 그리고 확인받듯 통화하는 중만에게 내민다. 그 번호를 보고 상대방에게 확인받는 중만.
“356327 맞죠?”
중만이 수화기를 내려놓으며 민수에게 말한다.
“이 계약 모집 설계사 코드를 불러준 코드로 변경하면 될 거야.”
중만은 자리에서 일어서서 서과장에게 향하려다가 민수에게 다시 말한다.
“민수씨 잠깐만, 처리하는 것 좀 보류해.”
중만은 서과장에게로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