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 러브 코딩 33화 - 세련된 복수
“과장님, 에러가 난 이유를 알아냈습니다.”
중만이 서과장 자리로 다가서며 말하자 서과장이 다급하게 묻는다.
“아, 그래? 이유가 뭐야?”
“영업인사팀에서 해당 설계사 코드를 삭제한 것 같습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어?”
그 말을 듣는 서과장이 의아한 표정을 짓자 중만이 나름대로 추측을 말한다.
“지점과 영업인사팀의 업무 미숙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면 그것을 어떻게 복구하면 되지?"
“영업인사팀이 만든 문제니까, 영업인사팀에서 해결해야죠."
서과장이 웃으면서 말한다.
“윤승철이 여기 와서 그 난리를 피우더니… 이제 곤란해지겠군, 자기 무덤을 자기가 팠어.”
서과장의 말에 중만도 웃으면서 말한다.
“가서 묻어 줘야죠.”
“응, 정말 수고했어, 계속 수고해 줘.”
서과장도 중만이 취할 행동을 은근히 응원한다.
중만은 자리로 돌아와서 민수를 부른다.
“민수씨.”
“예.”
“가자고.”
민수는 무슨 뜻인가 싶어 되묻는다.
“예?”
“영업인사팀에 복수하러 가야지?”
승철에게 당했던 것을 되갚아 준다는 생각에 민수는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서과장은 비장한 각오를 하고 영업인사팀으로 가는 중만을 부른다.
“어이, 김팀장!”
중만은 서과장을 향해 돌아선다.
“예.”
서과장은 웃으면서 중만에게 말한다.
“살살해.”
중만도 웃으면서 대답한다.
“예.”
중만과 민수는 사무실 통로를 따라 당당하게 걸어간다.
중만과 민수 영업인사팀의 윤승철 대리의 자리로 간다.
중만은 승철의 호칭을 생략한 채 인사하며 자신의 감정을 드러낸다.
“안녕하세요!”
승철은 조금 전 자신이 신계약팀을 심하게 몰아붙였던 것이 미안한지 어색하게 웃으며 말한다.
“작업 다 마쳤어?”
“하아... 참. 그 게 말입니다.”
중만은 먼저 한숨을 쉰 후 말한다. 그리고 잠시 뜸을 들인 후 뒤쪽 회의 탁자에서 의자를 끌어다 앉는다.
승철은 중만의 태도에서 뭔가 있다는 것을 직감하며 목소리를 낮추어 묻는다.
“작업처리에 뭐가 문제 있어?”
중만은 승철의 말을 들은 척도 않으며 서 있는 민수를 향해 말한다.
“민수씨, 뭐 해? 의자 끌어다 앉아. 뭐 죄지었어?”
민수는 뒤쪽 회의 탁자에서 의자를 끌어다 앉는다. 중만과 민수의 태도를 보며 승철은 잔뜩 긴장한다.
중만은 차분한 목소리로 승철에게 말한다.
“어제 설계사 코드 삭제 처리하지 않으셨어요?”
중만의 말이 어이없다는 듯 승철은 목소리를 높여서 묻는다.
“그 코드를 왜 삭제 처리해!?”
중만이 추궁하듯이 말한다.
“그런데 삭제 처리가 되었으니까 문제죠.”
승철은 그제야 감을 잡은 듯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연형을 바라본다.
“연형씨 어제 설계사 코드 삭제한 일 있어?”
연형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예, 영업소에서 삭제요청이 있었습니다.”
승철은 화를 내며 말한다.
“야, 이씨, 코드를 삭제 처리하면 어떻게 해? 그러면 물리적으로 그 레코드가 날아가잖아.”
“예?”
연형의 어쩔 줄 몰라한다.
“설계사 관리 화면에서 처리했지?”
“예."
“그 화면에서 해지나 해촉 처리를 선택했어야지, 삭제를 선택하면 어떻게 해?”
“죄송합니다.”
승철은 이제 연형을 냉혹하게 몰아붙이기 시작한다.
“이게 죄송할 일이야?”
연형은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대답하지 못한다.
중만은 씩씩거리는 승철을 향해 말한다.
“어떻게 할까요?”
승철은 시스템2과 과장이 있는 곳을 흘끗 보고 난 후 조용하게 말한다.
“미안하게 됐어, 이번 일은 조용하게 처리하면 안 될까?”
중만은 다른 사람들 들으라는 듯 당당하게 말한다.
“당연히 그래야죠. 전산 하는 사람들끼리 도우며 살아야죠.”
“아까 전 일은 미안하게 됐어.”
“고생하는 사원들 봐서라도 조용히 처리해야죠. 이런 일로 새파란 아랫것들 기 꺾으면 되겠습니까?”
중만은 승철을 가리키듯 말한다. 그러나 승철은 중만의 말에 아무런 대꾸를 못 한다. 중만은 승철에게 쐐기 박듯이 말한다.
“우리 애가 아침에 죽다 살았어요, 아랫것들은 선배들이 챙겨줘야 하는 거 아니겠어요?”
승철은 비굴한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민수는 민망스러워서 고개를 아래로 숙인다.
“민수씨에게는 내가 참 미안하게 됐어.”
중만이 승철에게 따지듯 묻는다.
“우리가 어떻게 작업을 하면 될까요?”
승철은 기가 죽은 목소리로 말한다.
“되는대로 해줘, 빠르면 더 좋겠지만….”
중만은 승철을 나무라는 듯이 말한다.
“아니 그게 아니고 우리가 어떤 식으로 복구를 하면 되겠느냐고요?”
승철은 얼떨떨한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글쎄…”
“중만은 답답하다는 듯이 말한다.
“그쪽에서 삭제된 설계사 레코드만 복구해 놓으면 되는 거 아닙니까?”
승철은 자신의 부서지는 자존심을 간신히 보듬으며 말한다.
“그렇게 해야 하겠지?”
“그렇게 복구해 놓으면 우리가 재작업 들어갈게요. 이러면 간단하게 끝나는 것 아닙니까?”
그 당당하던 승철이 기죽은 목소리로 대답한다.
“그렇게 하지.”
“설계사 코드 복구되면 알려주세요.”
자존심이 상한 승철은 중만에게 대답하는 대신 연형을 다그친다.
“영업소에 연락해서 삭제된 설계사 코드 빨리 복구해.”
연형은 중만의 눈치를 보며 대답한다.
“예.”
중만은 그런 연형을 바라보며 말한다.
“박연형씨, 힘내.”
연형은 고맙다는 눈빛을 중만에게 보낸다.
중만은 민수를 보며 말한다.
“할 말 있어?”
“없습니다.”
중만은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한다.
“이만 가보겠습니다. 수고하세요.”
승철은 눈길을 다른 곳에 둔 채 머리만 끄덕이며 인사를 받는다.
민수도 중만을 따라 자리에서 일어서며 연형에게 눈인사한다. 연형도 난감한 표정으로 민수에게 눈인사한다.
중만과 민수는 신계약팀으로 돌아온다.
앞서가던 중만은 서과장 자리에 들리는 사이 민수는 자기 자리에 돌아와 앉는다. 중만은 서과장과 웃으면서 간단히 몇 마디를 하고는 자리로 돌아온다.
중만이 자리로 돌아오며 말한다.
“커피 한잔할까?”
신규가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한다.
“아침에 워낙 정신이 없다 보니 커피 안 마신 줄도 몰랐네요.”
재현은 책상 위에 있는 동전통을 들고 따라나선다.
민수는 자리에서 일어나 소라를 향해 뒤돌아서며 말한다.
“같이 커피 한잔해요.”
소라는 민수에게 웃으며 묻는다.
“예, 일은 잘 해결되셨어요?”
“나가서 말해 줄게요.”
신계약 팀원들과 소라가 커피 자판기 앞으로 다가간다. 중만이 먼저 커피 자판기 버튼을 누르며 소라에게 말한다.
“소라씨 고마워."
“호호, 말로만요?”
그 말을 들은 중만은 자판기에서 제일 먼저 빼낸 커피를 소라에게 건넨다.
“자, 커피.”
소라는 웃으며 커피를 받아 든다.
민수는 궁금하다는 듯 소라에게 묻는다.
“어떻게 지점으로 전화할 생각을 했어요?”
소라는 뻐기듯 말한다.
“짬밥이 어디 가나요?”
모두가 웃는다.
재현은 의아하다는 듯 묻는다.
“짬밥을 어떻게 알아요?”
민수가 소라 대신 재현에게 대답해 준다.
“김 팀장님에게서 배웠대.”
재현이 과도하게 감탄하는 표정을 짓는다.
커피잔을 든 소라가 궁금한 듯 민수에게 묻는다.
“어떻게 처리하기로 했어요?”
“영업인사팀에서 삭제된 설계사 코드를 다시 복구해 주기로 했어요.”
“그러면 작업을 다시 돌리기만 하면 되나요?”
“예, 그렇게 하자고 김팀장님이 말했어요.”
“일이 간단하게 해결되네요.”
“예, 박연형씨에게서 다 되었다고 전화 오면 알려줄게요.”
중만은 민수를 보고 말한다.
“자기 동기 박연형씨는 괜찮을까?”
승철의 성격을 잘 아는 신규가 민수 대신 대답한다.
“윤팀장 성격에 그냥 넘어갈 것 같지는 않은데요.”
소라는 신규의 말에 맞장구를 친다.
“그러게요.”
“영업인사팀 가서 어땠나요? 과장님 말씀대로 살살하셨어요?”
신규의 물음에 중만을 커피를 마시며 웃기만 한다.
중만의 대답을 직접 듣기 힘들다는 것을 아는 신규는 민수에게 물어본다.
“어땠어?”
민수는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말한다.
“역시 짬밥이었습니다.”
커피 자파기 앞에서 모두가 웃는다.
민수는 연형의 전화를 받고 기계실로 전화한다. 그리고 모니터를 바라보며 전산 작업 진행 상황을 살펴보는 민수, 그때 민수 허리춤에 차고 있는 삐삐가 진동한다. 삐삐를 들어서 번호를 확인한 민수는 잠시 망설이는 표정을 보이더니 다시 일에 몰두한다.
재희는 자기 방 책상에서 소설을 읽는다. 소설책을 읽던 재희는 피곤한지 눈을 비비다가 전화기를 무심하게 쳐다본다. 그러고는 다시 소설책을 읽기 시작한다.
둘은 이렇게 신경전을 이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