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성수 Dec 16. 2024

꿈꾸는 프로그래머

연재소설 : 러브 코딩 46화 - 꿈꾸는 프로그래머

민수는 모니터에 나타난 화면을 불만스러운 듯 바라보면서 고민한다.

명선은 민수의 그런 모습을 바라보며 묻는다.

“뭐가 잘 안돼?”

명선은 민수 모니터로 의자를 가까이 붙인 후 민수가 바라보는 화면을 본다.

“어머, 거의 다했네? 뭐가 마음에 안 들어?”

“뭔가 어지러워요. 데이터만 산만하게 보일 뿐 보험 계약 정보는 보이지 않아서요.”

민수는 불만스럽게 말한다.

“이 정도면 충분한데…, 뭐가 문제야?”

“뭔가 한눈에 보이지 않아서요…, 그냥 복잡하게 보일 뿐…, 화면을 개발한 내 처지에서는 보이겠지만 사용자 관점에서 쉽게 보이지 않을 것 같아요.”

“유저(user)도 자꾸 쓰다 보면 화면이 눈에 익숙해지지 않을까?”

“글쎄요, 화면에 뭔가 한 방이 없어요.”

민수는 자기가 개발한 온라인 화면이 마음에 안 든다는 듯 얼굴을 찌푸리며 바라본다. 명선은 힘들어하는 표정의 민수를 보며 말한다.

“민수씨, 오늘 저녁 어때? 소라하고 같이 식사하러 갈 건데.”

“잘 되었네요, 오늘 생맥주 한잔해요, 안 그래도 소라씨에게 한잔 사기로 했는데.”

민수는 옆자리의 인주에게도 말한다.

“선배님, 오늘 어떠세요?”

“좋지.”

말을 마친 민수는 손깍지 낀 손으로 머리를 뒤로 받쳐 들고 모니터 화면을 응시한다. 

어느덧 퇴근 시간이 되어 영길은 퇴근한다. 뒤이어 민수도 자리에서 일어나 일행과 함께 사무실을 나선다.


왁자지껄한 생맥줏집, 민수는 생맥주를 들이킨 후 명선에게 묻는다.

“이 집 치킨 어때요?”

“응, 자기 말대로 맛있네.”

“이 선생님은 집에서 저녁 먹는 적 거의 없죠? 야근 아니면 술이죠?”

소라의 장난스러운 힐난에 민수는 한 수 더 떠서 대답한다.

“회사에서 퇴근해서 곧장 지하철을 타면 뭔가 허전해요, 아니 허전한 정도가 아니라 술에 대한 죄책감이 들 정도라니까요.”

민수의 말에 명선이 웃으며 말한다.

“민수씨는 알코올 중독자 되기 전에 빨리 결혼해야겠네. 전화 오는 친구랑은 잘 돼?”

“전화 오는 친구요?”

“저번 주에 소라가 민수씨 여자친구 전화 받았는데, 민수씨 퇴근하고 난 다음.”

소라가 샘을 내듯이 말한다.

“그 언니 목소리 참 이쁘던데요.”

소라의 말에 민수가 어설프게 웃자 소라가 작심한 듯 묻는다.

“그 언니 이뻐요? 아니면 이쁜 편이에요?”

민수에게서 들었던 말을 그대로 돌려주며 웃는 소라. 민수도 미안한 듯 웃는다.

“그 친구랑 결혼하면 되겠네.”

“그게 그렇게 쉽겠습니까?”

그렇게 말한 민수는 쓸쓸하게 웃으며 생맥주를 들이켠다.


술을 마시고 집에 돌아와 잠을 자던 민수가 갑자기 상체를 일으킨다. 잠시 멍하게 앉아 있던 민수는 다시 잠자리에 눕는다. 어두운 천장에 온라인 화면이 입체적으로 펼쳐지고 민수는 그 화면을 바라보며 항목 필드를 이리저리 옮기기도 하고 새로운 필드를 추가하기도 한다. 민수는 그렇게 새벽을 지새운다.


회사에 출근한 민수는 어젯밤 꿈에 나타났던 화면을 메모지에 그린다. 그리고 메모지를 보면서 키보드를 치기 시작한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모니터만 바라보며 키보드를 치는 민수, 때로는 종이에 메모해 가면서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명선은 그런 민수를 신기한 듯 쳐다본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간다.


민수의 모니터에 온라인 화면이 펼쳐져 있다. 보험계약정보가 카테고리별로 분류되어 보여지고 계약 상태에 따라 필요한 정보가 요약된 정보가 왼쪽 아래에 전개된다.

민수는 손깍지를 머리 뒤로 끼고 만족스러운 듯 모니터에 펼쳐진 화면을 쳐다보며 혼잣말한다.

“이제 됐네.”

민수가 하는 말을 들은 명선이 민수를 쳐다본다. 그리고 민수가 쳐다보는 화면을 힐끗 쳐다본다. 그리고 모니터 화면에 머리를 바짝 붙인 채 더 자세히 살펴본다. 

“어머, 계약에 대한 메시지가 뜨네. 한눈에 보이는데! 이것 때문에 지금껏 고민했었나 봐.”

민수가 화면을 뿌듯하게 쳐다보면서 자랑하듯 말한다.

“자다가 꿈에서 해결 방법이 보이더라고요.”

“세상에…, 꿈에서도 프로그램 짠다는 사람이 있다더니, 민수씨가 그렇네.” 

그 말을 들은 민수는 만족스러운 듯 모니터를 쳐다보며 미소 짓는다. 명선도 화면에 눈을 꽂고 쳐다보면서 말한다.

“화면 디자인이 대단해, 대박 치겠는데.”

옆자리의 인주도 고개를 길게 빼 들고 민수의 모니터를 쳐다본다.


영길은 모니터에 펼쳐진 화면을 보고 있다. 민수는 끌고 온 의자에 앉아 테스트용 증권번호를 불러준다.

“15438362요.”

영길은 민수가 불러준 테스트용 증권번호를 키보드로 입력한다. 모니터 화면에 보험 계약 내용이 전개된다. 영길은 모니터에 펼쳐진 화면을 찬찬히 살펴본다. 다시 다른 증권번호를 입력한 뒤 민수가 개발한 화면을 살펴보다가 우측 하단을 가리키며 말한다.

“이 부분이 좀 복잡하지 않아?”

“현재의 계약 내용을 종합적으로 분석해서 계약 상태를 요약 문구로 나타내는 부분입니다.”

“아래쪽에 상세한 내용이 펼쳐지는데 굳이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어?”

“사용자에게 편할 것 같아 만들었어요.”

민수가 힘주어 말하자 영길이 다시 화면을 보며 지적한다.

“이 부분이 너무 빡빡해서 사용자가 보기 안 좋을 것 같은데.”

“보험 계약 상태에 따라 필요한 정보를 함축해서 보여주는 부분인데 한정된 공간에 배치하려다 보니 이렇게밖에 할 수가 없습니다.”

확신에 차서 말하는 민수에게 영길도 고집을 굽히지 않고 말한다.

“다 좋은데, 이 부분이 좀 그렇네.”

서부장이 지나가다가 민수와 영길이 모니터 화면을 쳐다보며 심각하게 말하는 모습을 본다. 서부장이 민수와 영길이 심각하게 쳐다보는 화면을 슬쩍 쳐다본다. 새로운 화면이 펼쳐져 있다. 서부장이 고개를 숙여 더 자세히 쳐다본다.

“뭐야, 내가 만들라고 지시했던 거야?”

“예,”

“내 자리로 가서 좀 봅시다.”

민수와 영길이 자리에서 일어나서 서부장 자리로 간다.


서부장이 자리에 앉아 있고 영길과 민수가 그 옆에 앉아 있다. 서부장은 키보드를 쳐서 테스트 환경을 모니터 화면에 호출한다.

“ICIC를 치시면 됩니다.”

키보드를 치는 서부장, 모니터 화면에 테스트 온라인 화면이 펼쳐진다. 민수는 증권번호가 적힌 메모지를 서부장 앞에 놓는다. 그 증권번호를 치는 서부장. 계약 내용이 나타난다. 말없이 찬찬히 온라인 화면을 살펴보는 서부장은 몇 개의 증권번호를 입력하여 살펴본다. 민수와 영길이 서부장이 보는 화면을 말없이 쳐다본다.

화면을 살펴보던 서부장이 화면의 계약 상태를 요약한 메시지를 가리키며 묻는다.

“잘 만들었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지?”

“꿈에서 나왔습니다.”

황당한 말을 하는 민수를 의아하게 쳐다보는 서부장, 다시 영길에게 말한다.

“백팀장, 이민수씨가 뭐라는 거야?”

영길은 민수를 눈으로 힐난하듯 바라보며 말한다.

“주의시키겠습니다.”

꿈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민수의 말을 믿지 않는 서부장과 영길, 민수는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더 이상 말하지 않는다.

서부장은 화면을 한동안 더 살펴본 후 말한다.

“잘 만들었네, 테스트를 충분히 하고, 완료되면 다시 보자고. 수고했어.”

민수와 영길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자리에 돌아온 영길이 민수를 보며 말한다.

“꿈같은 소리 좀 그만해.”

민수는 뭐라 말하려다가 포기하고 간단히 대답한다.

“예, 알겠습니다.”

“내일 완료해서 부장님께 정식으로 보고하자고.”

“내일 외부 교육이 있어서 출근하지 않습니다.”

“아, 개발방법론 외부 교육 있다 그랬지?”

“예, 하루짜리 교육입니다.”

“만드느라 고생 많았어. 완성되면 나와 최종 검토하자고.”

“예.”

민수는 돌아서서 입을 삐죽거리며 자리로 돌아온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