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선 왜 이렇게 자주 춤을 추나요?”
첫 부임지인 코트디부아르에서 근무하던 시절, 나는 명예 추장 임명식에 참석하여 옆에 앉아 있던
현지인 친구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옆에 있던 현지 친구가 웃으며 대답했다.
“이건 춤이 아니라… 우리의 언어예요.”
아프리카는 종종 ‘춤의 대륙’이라 불린다.
하지만 여기서의 춤은 단순한 퍼포먼스가 아니다.
그것은 기쁨과 슬픔, 환영과 작별, 심지어 전쟁을 앞둔 순간까지…
삶의 모든 장면을 말보다 더 강하게 전하는 감성의 언어이다.
결혼식과 장례식, 마을 제사, 공동체 행사, 그리고 국가적인 정치 의례까지 춤은 늘 중심에 있다.
몸짓 하나하나에 억눌린 감정이 풀리고, 함께 울고 웃으며 공동체 전체가 치유되는 순간을 만든다.
“여기선 감정을 숨기는 게 오히려 이상해요.”
한 현지인 친구의 말이 떠오른다.
감정은 개인의 소유물이 아니라 모두가 나누는 삶의 일부라는 거죠.
아프리카에서는 ‘나’라는 존재가 홀로 설 수 없습니다.
이름보다 먼저 묻는 건 “어느 부족이에요?”, “어느 가문이에요?”이다.
노인은 지혜의 저장소이며, 때로는 그들의 말은 법과 맞먹는 권위를 지닌다.
그러나 오늘날 세상은 변했다.
전통적 권위보다 경제력과 정치적 영향력이 더 큰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
세대 간 가치관의 충돌은 점점 더 뚜렷해지고, 균형이 무너지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가족’은 여전히 삶의 중심이다.
아프리카에서 누군가 경제적으로 성공하면, 그 성공은 곧 공동체 전체의 몫이 된다.
친척과 이웃이 자연스럽게 도움을 요청하고, 이를 거절하면 공동체에서 고립될 수도 있다.
“왜 벌자마자 다 나눠줘요? 미래를 위해 모아야 하는 거 아닌가요?”
제가 이렇게 묻자, 현지 친구는 고개를 저었다.
“미래요? 여긴 오늘을 살아야 하는 곳이에요.
오늘 나누지 않으면 내일은 없을 수도 있거든요.”
이러한 문화는 공동체의 결속을 강화하지만, 장기적인 자산 축적이나 기업가 정신에는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특히 교육 수준이 낮거나 전통 신앙이 강한 지역일수록, 고난과 실패는 개인의 탓이 아니라
신의 뜻으로 받아들인다.
아이가 병으로 세상을 떠나도, 사람들은 종종 이렇게 말하곤 한다.
“하나님이 주셨고, 하나님이 데려가셨다.”
이런 사고방식은 고통을 받아들이는 힘이 되지만,
동시에 사회 문제의 구조적 원인을 직시하지 못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프리카인들은 놀라울 만큼 밝고 긍정적이다.
세계행복보고서에 따르면, 알제리·모로코·나이지리아 등은 소득 불안정에도 불구하고
높은 삶의 만족도를 보였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가족과 공동체의 유대, 음악과 춤, 그리고 현재를 온전히 살아가는 태도.
이것이 이 대륙의 가장 강력한 정서적 자산이다.
도시화와 정보화, 교육 확대는 전통문화를 바꾸고 있다.
젊은 세대는 스마트폰과 인터넷을 통해 세계와 연결되었지만,
여전히 명절이면 고향으로 돌아가 가족과 함께 춤추고 노래한다.
“우린 세계 시민이지만, 여전히 우리 마을의 아들이자 딸이에요.”
한 대학생의 말은 아프리카 젊은 세대의 정체성을 잘 보여준다.
아프리카의 삶은 전통과 현대, 감성과 이성, 공동체와 개인 사이에서 끊임없이 균형을 찾는 여정이다.
춤과 노래는 단순한 문화가 아니라, 고난을 견디고 삶에 의미를 부여해 온 방식이다.
그리고 나는 아프리카에서 머무는 동안 그 리듬 속에서 깨달았다.
행복은 때로, 함께 춤추고 노래하는 순간에 가장 가깝게 다가온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