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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의 국경은 누가 그었는가

지도로 읽는 식민주의의 흔적

by 강행구

“저 국경은 왜 저렇게 꺾여 있는 거죠?”
코트디부아르에서 근무하던 어느 날,

나는 현지 직원을 곁에 두고 아프리카 지도를 들여다보았다.

국경선은 마치 자로 잰 듯 곧게 뻗어 있었고,

때로는 아무런 지형적 의미도 없이 사막 한복판을 가로지르며 꺾여 있었다.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아 그에게 물었다.
“왜 국경이 이렇게 그어져 있죠?”

그는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
“그 선은… 유럽 사람들이 그었어요. 백 년도 훨씬 전에요.”

나는 고개를 저으며 다시 물었다.
“그럼 왜 우리는 지금도 그 선 안에서 살아야 하나요?”

그 단순한 질문은, 내가 오랫동안 외면하고 있었던 ‘아프리카의 상처’를 마주하게 한 순간이었다.


아프리카 분할 – 영토가 아닌 질서의 재편

19세기 후반, 유럽 열강은 제국주의라는 이름 아래 아프리카 대륙을 경쟁적으로 나눠 가졌다.

이른바 ‘아프리카 분할(Scramble for Africa)’이다.

이는 단순한 땅따먹기가 아니었다.

유럽 중심의 세계 질서를 아프리카에 주입하는 폭력적 재편이었다.

열강들은 산업혁명 이후 넘쳐나는 자본과 생산력을 유지하기 위해 아프리카를 값싼 원자재의 보고,

신규 상품 시장, 그리고 자본 투자처로 삼았다.

당시 유럽 내부의 세력 균형이 무너지면서,

외부 팽창은 국가의 위신과 체제 안정을 위한 도구가 되었다.


베를린 회의 – 아프리카인 없는 아프리카의 운명

1884년 베를린. 유럽 열강은 아프리카 대륙의 분할 원칙을 논의하기 위해 모였다.

놀랍게도, 이 회의에는 단 한 명의 아프리카인도 초대되지 않았다.

이 회의에서 도입된 ‘실효적 점유’ 원칙은 단순한 지리적 선점을 넘어서,

실제 통치를 근거로 영토를 인정받는 방식이었다.

즉, 힘 있는 자가 그 땅을 차지하게 되는 게임의 룰이 만들어진 것이다.

이 회의의 결과, 30년도 채 되지 않아 아프리카 대륙의 90%가 식민지로 전락했다.


지도 위의 선 하나가 불러온 상흔

이 과정에서 유럽은 자의적으로 국경선을 그었다.

민족, 언어, 종교는 무시되었고, 공동체는 인위적으로 쪼개졌다가 섞였다.

이처럼 인위적으로 설정된 국경은 아프리카 현대사의 민족 갈등, 내전, 국경 분쟁의 씨앗이 되었다.

“왜 우리 부족은 세 나라에 나뉘어 살고 있는 거죠?”
케냐 북부에서 만난 마사이 청년의 질문은 단순하지만 뼈아프다.

그 국경은, 마치 지도 위 연필로 그린 선 같지만, 사람들의 삶과 정체성을 나누고 찢는 칼날이었다.

통치 방식도 식민 열강의 손에 따라 달라졌다


아프리카 분할.png 유럽열강의 아프리카 분할

프랑스는 ‘직접 통치’를 표방하며 본국의 법과 행정을 이식했다.

아프리카의 전통 권위는 무시되었고, 소수의 엘리트만 프랑스 시민권을 부여받았다.


영국은 ‘간접 통치’를 통해 기존의 부족장을 행정 파트너로 활용했지만,

그 과정에서 전통 권력의 정통성이 훼손되고, 기존 공동체 질서는 왜곡되었다.


벨기에는 콩고에서 극단적인 폭력을 자행했다.

고무 채취량이 기준에 못 미치면 손을 자르거나 처형하기도 했다.


독일은 나미비아에서 헤레로족과 나마족에 대한 집단학살을 자행했다.

이는 20세기 최초의 조직적 인종 학살로 평가된다.


아프리카 국경, 아직 끝나지 않은 식민의 흔적

식민지 시대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유산은 여전히 살아 있다.

민족 분열, 권력 독점, 불안정한 정치는 대부분 이 인위적 국경과 식민통치 구조에서 비롯된다.

아프리카의 수많은 내전과 분쟁은 단지 부족 간의 갈등이 아니라,

외부의 논리로 나뉜 구조적 폭력의 산물이다.


당신이 아는 ‘아프리카 지도’는 누가 만든 것인가?

오늘날 우리가 교과서에서 보는 아프리카 지도는 ‘그들이 만든 아프리카’다.

아프리카인 스스로의 선택이 아닌, 유럽의 펜촉이 그은 그림이다.

그 지도는 여전히 사람들을 갈라놓고, 갈등을 남기고 있다.

지금 우리가 묻고 다시 그려야 할 질문은 이것이다.


“아프리카의 국경은 누구를 위해, 어떤 논리로, 어떻게 그어졌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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