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태양이 반짝이는 이유
리에 대하여
학학, 숨이 차오른다.
귀가 먹먹해질 때까지 오르고 또 올랐다.
초록 잎이 세찬 바람에
나부끼는 소리는
가쁜 리의 숨소리보다
더 거칠고 또는 부드럽게 귀를 맴돌았다.
더욱 귀를 기울여야만 했다.
바스락 또 바스락
가파른 오르막에서
리가 잠시 멈추고
뒤를 보며 숨을 고른다.
“헉헉
이제 그만인가?”
발을 멈추자마자
축축한 땅의 모든 것들이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리는 가늘게 눈을 뜨고
지나온 길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초록 잎에 가린 반짝이는
강렬한 볕이
흔들흔들 땀이 흐르듯
축축한 땅을 군데군데 비추었다.
발 등의 하얀 속살 위로
땅의 것들이 흐드러지고
길게 뻗어 나온 발톱 사이가 가뭇했다.
리의 숨소리가
천천히 고르게 퍼져나갔다.
“하아
포기할 것 같았으면
따라오지 말았어야지.”
리는 가파른 길의 반대편으로
발을 옮겨 걷기 시작했다.
초록 잎 사이로
리를 비추는 태양이
검은 머리칼을 태우듯 쫓아갔다.
정수리의 땀이
관자놀이를 타고
귓속으로 헤매다 목덜미를
그리고 가슴을 타고 내려갔다.
다시 리의 숨소리가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어디선가 비릿한 냄새가
태양과 함께 리를 쫓기 시작했다.
리의 두 다리가 겹치며
팔이 흔들거렸고
흐릿해진 시야는
어느새 어둠으로 바뀌었다.
풀썩.
리에 대하여
한낮 여름 태양의 맛은 텁텁했고
색은 반짝이며 냄새는 시큼,
촉각은 끈적하다.
하얀 셔츠가 살색을 띠며
몸의 구멍마다
물이 흘러 다리까지 적셨다.
눈앞에 하얀 연기가 피어올랐다.
리는 눈을 다시 깜박이며 말했다.
“이런 맙소사.”
땅의 색으로 몸을 감싼
작은 몸집의 그녀가 누워있었다.
뚝뚝, 떨어지는
흐르는 것의 무게를 이기며
누워있는 그녀에게 달려갔다.
그녀를 둘러싸고 있던
하얀 연기가 서서히 걷히고 있었고
리는 그녀의 볼을 탁탁,
어깨를 탁탁,
그리고 말했다.
“죽고 말 거야
이대로는 죽고 말 거야
일어나.”
리를 뒤따르던 그녀다.
리가 주위를 살폈다.
죽은 나무에서 붉게 피어난
버섯의 갓 위에서도
하얀 연기가 피어났다.
“맙소사 독버섯이야.”
리는 재빨리 숨을 멈추고
작은 그녀를 잡아 올렸다.
여자의 몸에서도
물처럼 뚝뚝 흘러내렸다.
얕은 물 속으로
그녀를 밀어 넣고
리도 함께 첨벙.
리는 그녀의 입을 벌리고
물이 흐르도록 도왔다.
끊임없이 흐르던 땀이
물에 희석되며
타는 듯한 그을음의 냄새가 사라졌다.
그녀가 격렬한 기침을 하며
상체를 흔들었다.
발이 닿는 얕은 물에서
깨어난 그녀는 허우적거렸다.
리가 말했다.
“괜찮아, 잘 봐.”
리가 발을 꼿꼿이 세우고
천천히 몸을 세우며 일어났다.
허우적거리던 그녀가
리를 따라 몸을 일으켰다.
리가 다시 말했다.
“어때? 이제 편해?”
정신이 든 그녀가
리처럼 말했다.
“어때? 이제 편해?”
리가 말했다.
“나 말고 너 말이야.”
그녀가 리를 빤히 들여보았다.
천천히 고개를
오른쪽 왼쪽으로 반복하며
갸우뚱하며 믿을 수 없다는 듯
두 손을 리에게 뻗었다.
리가 말했다.
“너 정말 아름다워.”
그녀가 말했다.
“너 정말 아름다워.”
리가 말했다.
“나 말고 너 말이야.”
그녀의 두 손이
리의 목을 감싸 쥐었다.
엄청난 힘과 압박이다.
리는 목소리도 낼 수 없을 만큼
목이 압박되었고
팔과 다리가 물 위에서
흐느적거렸다.
희석되었다고 생각했던 땀이
다시 정수리에서 발끝까지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리의 시야가 흐려지기 시작했다.
리의 단 한마디가
물 위에 떨어진다.
“나 말고 너... 말이야.”
그녀의 두 속에 잡혀있던 리가
물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축축하게 검게 묻어있던
땅속의 것들이
그녀의 몸에서 떨어져 나갔다.
그때 숲을 이루고 있던
초록 잎과 땅의 것이
가장 큰 창문을 열어 내듯
입을 벌렸다.
채 기울지 않은
한낮의 뜨거운 태양이
물 위를 반짝거리게 했다.
그녀의 하얀 속살이 검게,
아주 검게 그을리기 시작했다.
그녀가 물속에 비친
리를 바라보았다.
“하얗고 하얗고,
아름답고 아름다워
반짝이는 건 오직 나야.”
사라졌던 하얀 연기가
붉은 버섯의 갓 위로
퍼져 물 위에 앉았다.
더욱 가까워진 태양의 열기가
그녀의 손가락부터 발가락,
살색의 모든 것들을
하얀 연기와 함께 섞여갔다.
한여름 낮 태양은
반짝이는 아름다움을 집어삼킨다.
여름의 빛은 더욱 반짝거렸고
두 눈으로 바라볼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다.
그 아름다움을 마주하는 순간
검게 또 검게 타버린다.
태양 속, 리가 갇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