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싸대기
(13일째)
제주에 머무는 동안 내 개와 나는 최악의 밤과 낮을 보냈다.
불어 닥치는 바람은 나와 내 개만 있는 숙소의 이층을 오르는 계단, 삼층을 오르는 계단에 누군가가 내려오거나 올라가고 있는 듯한 착각의 소리를 만들었고, 때마침 나간 복도의 등은 끊임없이 깜박거렸다.
휘몰아치는 바람에 다시 홀로 남은 새의 울부짖음과 일 미터 개의 슬픈 짖음이 여기저기서 울려 퍼졌다.
이렇게 슬피 울고 있는데, 최악의 기상 조건에 들이닥쳤을 땐 일 미터 개에게도 인정을 좀 베풀어 주면 안 되는 건가.
귀를 틀어막고 싶었다.
오늘이야 말로 최고의 난이도를 보여주고 있는 제주의 날씨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하지만 내 개는 굳세게 나가야만 했다.
비바람은 서 있기도 힘들 만큼 세기였지만 내 개의 몸이 휘청거릴 망정 아주 정확한 조준을 말끔한 배변을 한다.
아주 대단한 스킬이다.
이런, 나는 절망했다.
개가 비에 젖고 바람에 강타당하는 게 문제가 아니다.
배변을 하던 중, 바람에 변이 쏠려 털에 묻고 말았다. 그것도 아주 진득하게 묻어났다.
쏟아지는 비에 이미 개의 곱실거리는 털 안쪽으로 물이 들어찬 상태에 씻기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왔다.
결국 걱정했던 일이 터졌다. 마침 숙소에 개 욕조까지 구비되어 있어 다행이었지만 이제 개와 씨름하는 일만 남았다. 욕조에 물을 받기 시작할 때부터 심기가 불편한 개의 코가 씰룩, 바이크의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젖은 내 머리카락과 카디건에 신경 쓸 새 없이 빠른 시간 안에 물리지 않고 안전하게 일을 마무리해야 했다. 전쟁이 따로 없다.
개의 털을 바싹 말리고, 빗질까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일을 잘 치러냈지만 내 체력은 한 시간 만에 바닥이 나고 말았다. 무엇이든 빨리 입에 넣어야 정신을 차릴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귀신에 홀린 것처럼 물을 끓이기 시작했고 어젯밤 떡국을 요리하기 위해 물에 불려 놨던 떡국 떡도 꺼냈다. 퉁퉁 불어 터져 오른 라면의 면발과 떡을 좋아하는 터라 국물이 졸아들 때까지 끓인 후, 달걀을 풀어 넣었다.
대파 따위는 지금 생략해야 했다.
빠르게 식도를 지나가서 위에 안착해야 안정을 느낄 터였다.
내 개는 말랑한 고기 간식을 씹어 먹으며 혹사당한 몸을 위로받는 듯한 모습으로 오물거렸다.
역시 한국인은 출출해서 참을 수 없을 땐 라면이 빠지면 섭섭하다. 나는 걸신들린 듯, 졸아든 국물까지 싹싹 비워냈다.
큰일이다. 몸이 점점 더 으슬으슬, 거렸다. 며칠 전 증상이 또 시작이다.
몸을 조금 기울여 볼까 하던 중 소름이 돋았다.
이런 맙소사.
젠장, 물이 떨어지고 말았다.
생수 500ml 3개로 오늘을 버틸 수는 없는 일이다.
이 강력한 세기의 비바람 속에 덴젤을 끌고 나갔다간 날아갈지도 모를 일이다.
좋지 않은 컨디션에 마음이 다급하다.
몸살 기운에 혹시 모를 통증이 덮칠까, 진통 해열제와 비타민을 털어 넣었다.
정오가 지나 바람이 조금씩 잦아들기 시작했다. 때는 지금이다.
나는 서둘러 옷을 껴입고 개를 끌어안았다.
자, 출발.
다행히 덴젤은 그 자리에 꼿꼿하게 나를 위해 당당히 서 있었다.
개를 안고 우산을 쓸 수 없기 때문에 후드 티를 걸쳤다. 나름 괜찮은 방법이긴 하지만 굵은 빗줄기에 이 옷이 언제까지 버텨줄지는 예상이 되지 않는다.
덴젤의 나이만큼 앞 길을 훤히 만들기는커녕 와이퍼가 드르르륵 드르르르륵 빗소리를 이겨먹는다.
와이퍼도 소용없는 빗줄기에 나는 시속 50km를 넘기지 않으려 노력했다.
도착한 마트에서 직원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제주에서 살다 살다 비가 2주 내내 오는 건 처음 봐”
아, 역시 나는 비를 몰고 다니는 사람인 모양이다.
비구름이 있는지 대체 왜 나를 따라다니는 건지, 나는 내 머리 위를 잠시 올려 보았다.
정말 미웠다.
제주도민도 황당하다고 말하는 날씨라니, 나는 그 날씨의 중간에 서서 제주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때 문자 알림이 왔다.
웃음이 나왔다.
아마도 어젯밤 보다 더한 바람과 비가 시작되겠지, 마음이 급했다.
하필 주차한 곳이 비를 피할 수 없는 곳이었고 빼곡히 들어차 있는 차들 사이로 짐을 들고 움직여야 했다.
생수가 마치 물을 먹은 듯 며칠 전 보다 더 무거운 느낌이었다.
아, 처음으로 그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 왔다.
짐을 싣고 덴젤에 오르자마자, 시동을 걸고 히터를 틀었다.
덜덜덜, 몸이 떨렸다.
세상에 개도 나와 같이 흠뻑 젖어 있었다.
개를 안을 땐 비에 맞을까, 몸통을 팔로 둘러싸야했다. 하지만 얼굴에 비를 맞는 건 차마 생각하지 못했다.
그 모습이 귀여워 한참을 들여다보며 중얼거렸다.
“너 물 샀으니까 고맙지? 개야?”
욱신거렸던 양쪽 팔뚝에 이제야 슬슬 진통제가 제 역할을 하는 모양이다.
통증이 덜해졌고 한기도 덜 느꼈다.
점점 엉덩이가 따뜻해지고 있었고 개의 털이 마를 정도로 공기도 따뜻해졌다.
우린 한참을 따뜻한 시트 위에 몸을 녹였다.
아, 제주도민도 처음 겪는 이 변화무쌍한 날씨를 내가 겪고 있는 중이다.
내일 그와 마주 앉아할 이야기들이 점점 쌓이고 또 쌓였다.
이번에도 숙소에 도착 후, 짐을 세 번이나 나눠 들어야 했다.
비 맞은 개를 철통보안으로 감싸 안으며 뛰었다. 무슨 영문인지 모를 개가 으르렁거린다.
우린 또다시 털을, 머리카락을 말려야 했다.
나는 지쳤고 말린 머리카락을 빗지도 않고 드러누웠다.
내 개 또한 지친 모양이다.
우린 아주 달달한 낮잠을 잤다.
나의 우렁찬 콧소리에 크렁, 하다 눈을 번쩍 뜨며 놀라 개와 눈이 마주치기도 했다.
짜증 썩인 내 개의 표정은 고개만 살짝 들었다, 눈을 흘기며 다시 잠이 들었다.
나는 다시 우렁찬 소리를 내며 잠이 든다.
왜, 잠이 달콤하고 편안했을까?
그가 내게 오는 날이 내일, 이라서?
(못 말리는 개 녀석)
한참 단잠을 자고 일어나 보니 엎드린 채, 베개 위에 침을 흘린 자국이 남았다.
아, 이런, 내가?
간혹, 육지에서 그 사람이 자고 일어난 후, 자국을 남기면 나는 혹독하게 놀리거나 혹독하게 잔소리를 했다.
물론 일부러 남긴 자국은 아니지만, 알면서도 늘 나는 그렇게 그 사람을 타박했던 것 같다.
나는 나의 그 흥건한 자국을 보며 중얼거렸다.
“나 진짜 나쁜 아이구나”
베갯잇을 벗겨내고 모아 둔 빨래를 돌렸다.
그나저나 비가 와서 빨래가 잘 마를지 모르겠다.
건조기를 써왔던 터라, 빨래를 손수 탁탁 털어내어 건조대에 논다는 것은 약간 뭔가 예스럽다는 생각도 들고 마치 세제 cf를 찍는 것처럼 맑고 깨끗하고 화사한 기분이 든다.
자고 일어나면 꼭 치러야 하는 루틴을 하지 못해서 개가 안절부절, 계속 창문을 긁어댄다.
배변패드를 깔아 놓고 간식을 던져 주며 유도를 해도 개는 말을 듣지 않았다.
왔다 갔다, 안절부절, 아주 정신이 하나도 없다.
분명 우린 오늘 두 번씩이나 털을 말렸다.
“개야, 너도 알지? 내가 정말 수고했다는 거 말이야”
기다려 보자.
정말 급하면 배변 패드를 사용할 거라 생각했다.
저녁 식사를 준비하며 나의 시선은 안절부절 개만 바라보았다. 도저히 그냥 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
에라 모르겠다, 흠뻑 젖은 슬리퍼를 우선 닦아 내고 또 모자를 뒤집어썼다.
그리고 문을 열었다.
“나와”
이 녀석은 꼭 내가 먼저 나가야 했고 비도 내가 먼저 맞아야 확인 후 나온다
후다다다다닥, 내 개의 발이 이렇게 빠르다니, 빛의 속도다.
앗, 이런 모자가 날아갔다. 비바람은 우리가 상상하는 속도를 넘어섰다.
정말이지 이번 제주 생활은 비바람과의 사투다. 먹고 씹기의 이야기가 아닌 비바람 이야기가 가득이다.
얼른 모자를 주워 숙소로 던져 넣고 나는 이제 거의 해탈한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무리 지금 내 모습이 흉측해도 이 순간을 놓칠 수는 없다.
휴대전화를 들고 몸도 잘 가누지 못할 만큼의 바람 싸대기를 맞는 모습을 순간 포착했다.
혼자, 라도 자연이 주는 웃을 수 있는 일들은 넘쳐난다.
물론 자연이 주는 슬픔과 공포도 같다.
이 웃음이 공포가 되기 전 들어가야 한다.
하, 이번 털 말리기는 특별히 개에게만 주어졌다.
어차피 또 내 머리카락은 이리저리 왔다 갔다, 정신없이 날아가고 젖을 테니까.
개가 옆에서 웃는다.
아주 기분이 좋은 모양이다. 개가 웃으니 나도 참 좋다.
설마, 이건 또 내일 그가 오기 때문인가?
에이, 인정하고 싶지 않다.
비도 오고 쟁여 놓은 와인을 마셔 볼 예정이다.
아, 알았다. 와인 마실 생각에 내 기분이 좋은 거다. 맞다 그렇다. 그게 맞다.
냉장고에서 시들시들해 가고 있는 오이와 당근을 꺼내어 손질했다.
마트에서 제주 당근, 이라고 붙어 있는 것을 사고 싶었다. 육지에서는 제주 당근이 유명했고 어떤 이유에서 인지, 대부분 주부들이 제주도 당근을 지향하는 편이다.
나는 제주 당근을 찾았다.
하지만 국내산 당근 또는 수입산 당근이었다.
나는 직원에게 물었다.
“제주 당근은 어디에 있어요?"
“없어요”
응? 그게 다라고요? 제주에 제주 당근이 없다니, 그럼 국내산 당근은 무엇이란 말이지?
나는 좀 찬찬히 마트의 채소를 쭉 둘러보았다.
제주는 정말 의아함을 많이 갖고 있는 곳이다. 왜 채소에 수입산이 이렇게 많은 건지 아이러니했다.
마늘 쫑 같은 채소는 육지에서도 모두 중국산이긴 하다.
근데 제주는 간단히 먹을 수 있는 샐러드 채소나 양배추 까지도 수입산이라고 적혀 있는 것들이 많았다.
이해할 수가 없다.
육지에서는 일부러 당근이나 무 같은 채소를 제주에서 가져온 것들을 골라 먹지 않은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무를 확인했다.
이런 무도 국내산, 다시 물어보니 제주 무도 아니다.
육지에 채소를 판매하는 게 혹여 더 많은 이익이 남는 걸까?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나는 제주 당근과 무를 좀 더 비싸지만 계속 소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확인해 보니, 얼마 전 구매한 유채도 제주산이 아니었다.
아, 나는 조금 실망했다.
제주생활을 하면 제주 당근도 마음껏 먹고 제주 무도 마음껏 먹고 싶었기 때문이다.
육지에 가서 제주 당근을 맛있게 먹어 줘야겠다.
당근과 오이를 먹기 좋게 썰어 후추와 올리브 오일 화이트 발사믹 식초로 버무렸다. 간단하고 맛있는 샐러드 완성이다. 여기에 모차렐라 치즈나 방울토마토를 곁들인다면 더욱 맛있다.
제주에 와서 가장 많이 들른 곳은 정육 코너다. 먹지도 않을 거면서 그냥 훑고 가는 재미와, 정육 코너에서 활어회와 초밥도 판매하는 모습이 신기했다.
매일 다른 메뉴를 판매하는 모습에 열심히 사는 삶, 이란 언어가 떠올라 미소 짓게 했다.
정육 코너에서 구매한 보섭살을 구웠다. 보섭살이란 소의 뒷다리 위, 엉덩이 안쪽에 붙어있는 살, 이라고 한다.
이제까지 몰라봤던 보섭살이다.
개와 함께 먹을 수 있는 기름기 적은 부위를 고르다 보니 제주 보섭살까지 왔다.
개를 위한 고기는 끓는 물에 데쳐야 한다. 소화력이 떨어지는 개는 무조건 데친 후 기름기를 닦아낸 후 주는 것이 좋다.
보섭살을 굽고 난 후 기름에 파채를 5초 정도 볶아준다. 생 채소를 그냥 먹는 것보다 파처럼 알싸한 맛이 있는 채소는 살짝 볶아 주거나 데쳐 주는 것이 소화에 도움이 된다.
산속을 굽이굽이 가서 들고 온 와인을 꺼냈다.
따자마자 과일의 신맛의 향이 풍겼다. 냄새만 맡아도 구운 고기와 찰떡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 고된 노동 후 먹는 술과 음식은 참 끝사람 같다.
백반기행, 이라는 프로그램을 틀었다.
오랜만에 들려오는 사람의 목소리가 정겹다. 그들이 음식을 씹어 삼키는 소리까지 알차고 기차게 들려왔다.
혼자,라는 건 사소하지만 늘 있었던 것이 사라졌을 때 느끼는 공허함과 쓸쓸함을 귀하게 여기게 해주는 경험이다.
늘, 이란 단어를 이제 귀하게 여겨야 한다.
늘, 이란 건 인간 세상에 찾기 힘들다.
(수입산과 국내산 4첩 반상)
밤새 마음이 굉장히 편했던 모양이다.
개와 나는 부족했던 잠을 늦은 아침까지 쭉 채웠다.
개가 으르렁, 한번 하지 않고 잠든 건 제주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내 기분과 감정과 모든 것을 읽어내는 이 녀석은 진짜 귀신같다.
느지막이 일어나 육지에서 하던 것처럼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위해서 밥을 지었다.
시판 재래식 된장이지만 아주 오랜만에 먹어 볼 된장찌개를 끓일 생각이다.
이 시간을 위해서 남겨둔 달래, 그리고 알배추도 손질했다.
조금 남은 청경채는 달걀과 함께 볶아 낼 생각이다.
시판 된장을 풀어 끓인 후 두부 호박을 넣고 마지막에 달래를 살짝 얹고 불을 꺼준다.
그래야만 봄 달래의 향이 진하게 우러난다.
오랜만에 맑게 개인 날씨에 개도 나도 한껏 기분을 뽐내는 중이다.
나는 아예 창문을 열어 놓고 개가 왔다 갔다, 드나들 수 있도록 길을 만들었다.
당연히 개는 내가 먼저 발을 밖으로 디뎌야 나오는 녀석이지만 녀석도 오늘의 맑음이 반가웠는지 꼬리는 살랑, 입은 헤, 하며 통통거리며 드나들었다.
제주살이는 참, 이런 점이 좋다.
조금 남은 알배추는 절이지 않고 씻은 후 물기를 털어낸다.
겉절이로 금방 먹을 반찬은 소금에 절이지 않고 먹는 것이 신선하고 씹는 맛도 좋다.
고춧가루, 멸치액젓, 마늘, 설탕을 넣고 양념장을 만든다. 없는 재료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맛 술의 달큼한 맛은 당연히 없다. 양념장을 만들 때 맛 술을 넣어주면 감칠맛이 올라간다.
절이지 않았기 때문에 양념을 마구마구 무쳐도 괜찮다.
식욕을 돋우는 색깔 덕에 이미 겉절이의 맛이 파악된다.
아, 맛있다.
그와 처음 제주를 맞이했을 때 사용한 밥솥을 오늘 다시 열어 쌀을 채워 넣었다.
밥솥을 나를 위해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다. 한번 먹을 양의 밥을 한다고 해도 밥은 어느새 묵은 밥이 되어 먹기가 싫어지는 이유다.
흠, 요즘 즉석밥은 꽤 괜찮다.
도착할 시간에 맞추어 탁자에 밥상을 차렸다. 굉장히 조촐했지만 따뜻해 보였다.
이 밥상을 아주 오랜만에 받아 볼 그의 표정이 궁금했다.
현관문 밖에서 소리가 났다.
개의 꼬리와 다리가 바쁘게 움직였고 난리가 났다.
그가 도착했다. 기분이 이상하다.
너무 어색했고 그와 얼굴을 마주하고 눈을 마주 보기가 창피했다. 개와 그의 만남은 개의 끙끙거리는 소리와 개의 핥음이 시작과 끝을 알리는 중이다.
개와의 엄청난 입맞춤이 끝난 후, 그의 얼굴을 보았다.
그는 내가 없는 동안 외모적인 것에 아무 신경도 쓰지 않은 모양이다.
곱실거리는 머리카락은 사방으로 날리고 있었고 추운 날씨에 보습이 필요한 입술과 피부는 까칠했고 푸석했다.
마음이 불편해지기 전에 불편한 마음이 말로 나오기 전에 기분 좋게 식사를 해야 한다.
그는 차려진 밥상을 보자 말했다.
“이야, 이거 얼마 만에 당신이 해주는 음식이야?”
그의 얼굴에 유채꽃 보다 더 화사한 봄 꽃이 활짝 피었다.
금방 한 하얀 쌀밥 위에 겉절이를 얹어 먹는 모습이 보기 좋다.
그는 밥을 두 그릇이나 비웠다.
뭐, 육지에서도 늘 그렇게 먹긴 했지만 오늘은 감탄사를 뱉는 목소리가 더 많이 들렸다.
어쩌면 내가 하는 음식이 맛있었던 것보다 시판 된장찌개의 감칠맛이 더 좋았을 수도 있다.
육지에서 그라인더를 챙겨 오지 못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커피를 커피콩으로만 봐야만 했었다.
그의 배낭에는 작고 묵직한 원두 그라인더가 짜잔, 하고 내게 인사를 했다.
나를 위해 그것을 배낭에 챙겼을 때의 그의 얼굴을 상상했다.
참, 감사하다.
기쁨의 표정이 그렇게 티가 났을까?
제주에서 한 번도 맛보지 못한 내가 가장 아끼던 원두를 양껏 넣어 갈았다.
곱게 갈아진 원두의 향기가 어깨에 날개를 단 것처럼 기분이 좋아 날아갈 것 같았다.
세심한 그에게 깊은 감사를 보내야겠다.
개가 아주 신났다.
얼마나 총총거리며 다니는지 정신이 하나도 없다.
펜션 지기 서열 1순위 냥이가 창문 사이로 날뛰는 개와 우리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서열 1위 답게, 얼마 전 비가 쏟아지던 날 개를 확인하더니 높은 곳에서 개에게 착지하면서 위풍당당 위세를 보였던 모습이 생각났다.
내 개는 고양이라는 단어가 고양이를 가리킨다는 것을 잘 안다.
위풍당당한 위세에 한번 놀란 내 개는 고양이 온다,라는 말을 들으면 샤샤삭, 숙소 안으로 숨어들었다.
호랑이 보다, 발 닦는 것보다 고양이가 무서운 내 개다.
얼마 만에 마시는 맛있는 커피인가, 얼마 만에 보는 멀쩡한 날씨인가, 얼마 만에 느껴 보는 편한 대화인가.
참 귀하고 또 귀하다.
우리 셋은 정원에서 한참을 보냈다.
꽤 피곤해 보이는 그에게 휴식을 권했다.
그가 재활용품을 가리키며 말했다.
“엇, 이거 버리고 올게”
“오자마자 무슨”
“버리고 와서 쉬지 뭐”
그의 고집을 꺾을 수는 없을 거다.
나는 말했다.
“같이 가요”
덴젤의 운전대를 잡았다.
물론 개도 동행이다.
그 사람은 재활용품을 버리는 클린 하우스를 보고 입이 쩍, 하고 벌어졌다.
굉장히 외진 곳에 있었고 아마도 그는 나 홀로 이곳에 와서 쓰레기를 정리했다는 것에 조금 불편한 모양이다.
내가 말했다.
“그래도 저기 좀 봐요
저 유채꽃
사람이 아무리 이곳을 이렇게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놓아도
자연은 또 이렇게 선물을 주지"
그도 참 씁쓸한 모양이다.
그때 쓰레기를 뒤지던 길고양이가 후다다닥, 도망을 갔다.
나는 놀랐지만 길고양이는 더 놀랐을 거다. 숨어 있는 모습을 보니 어미와 아기 고양이다.
나는 덴젤에 있는 깨끗한 생수를 가져와 종이컵을 낮게 반을 잘라내어 물을 담아 그들이 숨어 있는 구석으로 그것을 밀어 넣었다. 단 한 번이라도 맑고 깨끗한 물을 먹어 봤을 까, 안타까웠다.
새끼 고양이는 태어나자마자 길고양이가 된 것이다.
아마도 깨끗한 물의 맛이 어떤 맛인지 알지 못하겠지, 제발 우리가 이곳을 떠난 뒤 깨끗한 물을 한 모금이라도 마셔 주길 돌아오는 길 내내 기도했다.
내 개는 이른 저녁밥을 먹었다. 개의 체력도 지금은 고갈 상태다.
모두 우리가 노린 것이지만 애써 피곤하지 않은 척, 하는 녀석의 모습이 재밌다.
제주생활을 하면서 처음으로 술 집 다운 술 집을 가보기로 했다.
당연히 딱 세 시간 정도의 시간을 정해 놓은 뒤, 개에게 혼자만의 시간을 주기로 했다.
우리가 처음 찾은 곳은 이름이 굉장히 특이했고 커다란 광고 글을 눈에 띄게 설치해 두고 주차장도 구비해 놓은 곳이다. 물론 인터넷 검색 후기로도 나쁘지 않은 곳이었다. (믿어야 할지는 우리의 몫)
아직 이른 시간, 해가 떨어지기 직전이라 손님은 없었다.
들어가자마자 인터넷 후기에서 노을이 예쁜 곳, 바다가 보이는 곳, 이라고 칭찬을 내놓았던 그 이야기는 대체 어디를 말하는 건지 나는 계속 가게 안을 두리번거렸다.
바다와 노을이 보이는 곳을 찾아야만 했다.
아, 이런 아주 구석진 곳에서 봐야만 잘 보일까 말까, 한 바다가 흐릿하게 보였고 노을은 분명 나의 등을 지고 있음이 분명했다.
뭔가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탁자와 의자, 그리고 조명들이 마치 중국집을 방불케 했다.
나는 고민했다. 우리가 첫 방문객이 분명했고, 만약 그냥 돌아서 나간다면 이곳 주인장의 기분은 굉장히 불쾌할 것이다.
언제나 그랬듯이 그는 나가자,라는 말을 아주 간단히 했고 나는 홀로 고민했다.
인터넷 후기를 너무 믿으면 안 된다. 진리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필요한 정보를 찾기 위해 우리들은 습관처럼 검색을 하고 휘황찬란한 후기를 두리번거린다.
이번에는 속지 않아,라고 다짐을 한들 지금과 같은 시대에는 도루묵 다짐이다.
나는 아이의 밥을 먹이고 있는 주인장에게 쭈뼛거리며 말했다.
“아 사장님 죄송해요
식사를 하는 곳인지 알았어요
첫 방문객인 것 같은데 너무 죄송합니다”
주인장은 벌떡 일어나 말했다.
“아,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그리곤 하하하, 하며 통쾌하게 웃어 보였다.
미안한 마음에 종종걸음을 걸으면서 나는 계속 고개를 꾸벅거리며 나왔다.
나는 답답한 마음에 아예 덴젤을 해안도로 쪽으로 몰았다.
뭐, 발길 닿는 곳으로 가는 거다.
해가 지기 바로 직전, 해안도로를 달리는 것도 참 매력적이다.
마치 색깔은 새벽을 맞이한 바다 같았다. 바람이 다시 거세지고 있었다.
나는 어디에 가든 참, 주차운이 좋다.
뭔가 반짝이고 바닷가의 비릿한 내음이 풍기는 그곳에 딱 하나 남은 구획선에 덴젤을 밀어 넣었다.
이 구획선은 덴젤의 크기가 아니면 다른 차는 들어가지 못할 정도의 크기였다.
역시 오늘도 운이 좋다.
좁은 계단을 내려가자마자, 검은 줄에 매달아 놓은 예스러운 전구가 눈에 먼저 들어왔다.
포구가 바로 앞이라 파도 소리도 들렸다. 점점 더 바다의 냄새가 짙어지고 있었다.
이곳도 우리가 첫 방문객인 듯하다.
창문을 두고 바다를 볼 수 있는 곳에 자리를 잡았다.
내가 말했다.
“삼십 분만 지나면 저 바다는 이제 캄캄해서 아무것도 안 보일 거야”
그가 포구의 등을 바라보았다.
“그렇겠지”
그렇듯, 한 낮이 아니면 어둠의 해안도로는 눈 보다 귀를 기울이고 코를 벌렁거려야 제 맛이 나는 법이다.
이상하다. 다시 그와 마주 앉아보니 다시 또 어색한 느낌이다.
그때 그가 생맥주를 시켰다.
“자, 오랜만이다”
그와 잔을 부딪혔고 오랜만에 마시는 생맥주는 역시 갈증을 풀어냈다.
또한 그와 마주한 어색함도 조금씩 풀어내기 시작했다.
우린 서로 잘 알고 있는 그 어려움에 대해 굉장히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대화를 해야 한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그가 말했다.
“살면서 가장 힘든 시기였는데
그 시기를 지나가고 나니까 정말 속이 시원하다”
우리는 정해진 그 시기를 서로 각자의 자리에서 겪어 내고 이제 과거를 만들었다.
물론 내게는 과거 속에 덧 나 오래된 상처로 남겠지만 나는 잘 안다.
지워지진 않겠지만 그것을 모나지 않게, 아주 작게 동그랗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십 년 전 아주 어렵게 뱃속에 귀한 생명을 품고 그 고귀한 것을 잃었을 때도 그랬다.
슬픔이 가득하거나 절망이 가득했던 그때를 지나고 또 지나 보니, 완벽하게 사라질 순 없지만 아주 작은 동그란 점이 되었다.
어떤 감정에도 잘 굴러다닐 수 있도록 그렇게 작은 점이 되어 있었다.
아주 기쁠 때도 그 점은 굴러 내게 찾아왔고 절망 일 때도 굴러 나를 찾아왔다.
그게 나다.
지금 그가 내 앞에 있다.
그는 50년이 훌쩍 넘는 세월을 강건하게 보내왔으면서도 단 하루의 그 시간을 잘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인생을 통틀어 가장 겁이 났고 두려웠다고 말했다.
그는 그 시간을 지나왔고 내내 절망스러웠던 나의 얼굴과 어깨를 보며 함께 고통을 느꼈으며 마침 지금 맥주잔을 들고 내게 건배를 하고 있다.
쓰디쓴 건배를 주고받고 헤어진 후, 우리는 지금 격려가 가득 담긴 건배를 했다.
이제야 그와 눈을 마주치는 것이 덜 어색하다.
그리고 우리는 마침내 웃는다.
창문 밖으로 고양이가 우리를 보고 있다. 그리고 정말 빠르게 술 집 안으로 들어와 내게 다가왔다.
눈을 마주했고 나는 오랫동안 고양이의 엉덩이를 두드렸다.
길게 위로 뻗치는 고양이의 꼬리가 참 귀엽다.
사람 손을 많이 탄 모양이다.
신기한 제주다.
어디를 가도 고양이가 자유롭게 드나들었고 그것을 막는 주인장은 아직 보지 못했다.
육지 사람인 나만 길고양이를 안쓰럽게 생각하는 건 아닐까, 란 생각이 든다.
어쩌면 제주 길고양이들은 참, 행복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 본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정말 제대로 된 딱 새우 회가 나왔다.
우와,라는 감탄사를 뿜으며 내 손가락은 이미 딱 새우의 꼬리를 잡고 입으로 쏙 하고 뽑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그는 딱 새우 먹는 법을 모른다.
아니, 잘 안다, 하지만 손가락과 입이 센스를 발휘할 줄을 모른다.
잡고 쏙, 하고 빨아먹어야 할 때마다 꼬리 쪽 살을 똑, 하고 끊어 버린다.
그가 다시 딱 새우를 들고 쏙, 하고 살을 씹었다.
하, 이번에도 실패다. 우린 서로 당황하며 웃었고 나는 남긴 꼬리 쪽 살을 들어 남김없이 다 발라 먹었다.
딱 새우의 개수가 많다고 누가 그랬던가?
이 수는 1인분의 양이 아니다.
적어도 내게는 그렇다. 딱 새우는 그냥 딱 오십 마리 정도는 먹어야 배가 부르다고 할 수 있다.
딱, 오십 마리 딱 새우.
그와 나는 좋아하는 게 많은 부분에서 다르다.
물론 먹는 음식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나는 하얀색 음식을 선호하며 그는 붉은색 음식을 선호한다.
나는 심심하고 조미료가 들어가지 않는 재료 본연의 맛을 선호하며 그는 간간하고 조미료가 들어가 재료와 어우러진 맛을 선호한다.
그의 추억 속 말이 떠올랐다.
“이제 좀 당신 음식이 어떤 부분이 맛있는지 알 것 같아
이젠 맛있어”
결국 오랜 시간 내 요리를 참고 맛있게 먹어 줬다는 이야기다.
나는 간단히 대답했다.
“어, 땡큐”
나의 전투적인 딱 새우 먹방이 지나갔고 이제 그의 차례가 왔다.
요리의 이름도 매운 해물 짬뽕이다.
참, 우린 메뉴 두 가지를 동시에 시켰고 매운 해물 짬뽕이 나오기 전 나는 딱 새우를 해치웠다.
게딱지가 모든 재료 위에 얹어 있었고 게딱지에 눈이 있었다.
역시 예상대로 뒤집어 보니 빈 게 딱지다.
매운 냄새가 술 집 안을 온통 감쌌다.
뚝배기에 담아 나온 이 요리는 정말 그대로 오랫동안 끓어올랐고 비워낼 때까지 뜨거웠다.
지금부터는 그의 손과 입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내가 딱 새우를 해치웠던 것처럼.
한 입, 두 입, 딱 세 입만에 나의 혀가 그만 넣어달라고 애원을 한다.
결국 물로 해결하지 못한 통증을 하이볼로 해결할 작정이다.
이런 세상에, 메뉴를 보던 중 패스포트,라고 적힌 것을 보았다.
잘못 보았을까?라고 생각하며 다시 한번 보고 직원에게 물었다.
이게 그 옛날 내가 한참 어린 시절 슈퍼에서 팔던 국산 위스키 패스포트라는 것이다.
유행이란 건 정해지지 않은 채, 늘 돌고 도는 게 맞는 모양이다.
역시 다시 찾아온 유행은 반갑다.
상쾌함은 뒤지지 않았고 끝 맛은 당연히 느껴지는 위스키의 쓴 맛이었다.
구운 라임을 부셔서 섞어 먹으니 혀의 통증이 빠르게 사그라들었다.
숙소에 혼자 남은 개를 생각하니 쓴 맛의 술도 매운맛의 안주도 순식간에 비워졌다.
숙소 앞의 조명 등이 모두 소등되어 있었다.
새카만 어둠이 깔렸지만 먼저 밖을 확인한 후 개를 내 보냈다.
세 시간 남짓, 시간 동안 아주 푹 잘 잔 모양이다. 입가의 털이 납작하게 붙은 채, 눈이 풀려 있었다.
어둠 속에서 그와 개가 신이 났다.
나는 마트에서 가져온 딸기를 씻었다. 그리고 숙소에서 제공해 준 감자칩도 꺼내었다.
혼자 과자를 먹을 리 없는 나는, 그로 인해 감자칩을 오늘에야 처음 맛본다.
그도 나도 긴장이 풀린 탓에 얼굴이 발그레하다.
맛있게 마실 수 있을 것 같았던 맥주가 잘 들어가지 않았다.
그도 그런 모양이다.
그가 말했다.
“있는 동안 하루도 잠을 잘 못 잤어”
나는 잠시 고민했다.
나도 그래,라는 말을 해야 솔직한 대답이다.
알면서 모르는 듯 대답했다.
“왜?
난 자다가 닭 개 때문에 깨고
바람 때문에 깨고
개 때문에 깼지”
서로가 서로의 곁이 빈자리였다는 이유, 그리고 혼자라서, 그가 없어서, 또는 내가 없어서,라는 말은 그도 나도 담지 않았다.
좀 속이 뻔히 보였을까?
그의 얼굴을 다시 보니 그의 말대로 피곤함이 눈 속에 입술에 피부에 달라붙어 있었다.
그의 인생의 쓴맛으로 똘똘 뭉친 그 긴장이 오늘 하루 다 풀린 듯해 보였다.
곧 쓰러질 듯.
충혈된 눈이 보여 내 가슴은 미어졌다.
하지만 또 모른 척.
내가 말했다.
“오늘은 잘 잘 수 있어요?”
그가 격한 감탄사를 뱉으며 말했다.
“어우 그럼”
나의 입에서 쇳소리가 난다.
“췌엣”
그리고 중얼거렸다.
“완벽한 백발 되기 전에 자요”
피곤함을 더 버텼다간 그의 남은 검은 머리카락이 금세 완벽하게 하얘질 것만 같았다.
왜, 오늘 같은 날은 바람도 잔잔하고 비도 잔잔할까?
그렇게 울던 새소리도 잠잠하다.
그들도 둘, 또는 셋이 되었단 말인가.
우리 셋은 육지에서처럼 잠자리에 함께 들었다.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내 개와 나는 서로 눈치를 봐 가며 잠을 이루던 모양새에서 벗어났다.
난 내 개가 육지에서 처럼 아주 잘 잘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침대 밑 쿠션과 이불을 깔아 주고 나도 드러누웠다.
“어떻게 이리 고요할 수가 있지?”
신기할 만큼 너무나도 고요했고 그 사이로 그 사람의 며칠 묵은 코골이가 시작되었다.
오분도 채 지나지 않은 시간, 뭔가 사부작 움직거렸다.
개가 내 발 밑에서 침대에 올라오려는 포즈를 취하며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며칠 동안 함께 침대를 사용했던 게 악영향을 끼칠 줄은 생각도 못했다.
큰일이다.
나의 입에서 스읍, 스읍, 안돼,라는 단어가 아주 오랜만에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침대에 오르는 게 통하지 않자 개는 이제 침대 옆을 공략했다.
나는 침대의 공간을 주지 않기 위해 가장자리에 붙어 다시 스읍 습은 안돼를 연발했다.
스르르르륵, 침대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들며 몸이 붕 뜨는 것 같은 그 찰나, 다시 개의 발소리가 들렸다.
아장장장장, 아 저 발톱소리.
다시 눈을 뜨고 발 밑을 확인했다.
개가 사라졌다. 다시 옆을 확인했다.
이런 개가 어딜 갔지?
나는 벌떡 일어났다.
젠장, 개가 이미 침대에 올라와 그의 얼굴을 맛있게 핥고 있었다.
그는 거의 시체와 같았으며 코 고는 소리 사이로 개의 촵촵촵, 명란젓 혓바닥 소리가 찰지게 들렸다.
나는 밤 새, 개와 씨름을 하며 이 모든 행동을 계속 반복해야 했다.
아마도 나의 개는 셋으로 뭉쳐진 이 시간을 축하라도 하는 듯 굴었다.
젠장 젠장 젠장, 닭 개가 울었다.
하지만, 피곤함은 편안함을 따라오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