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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story] 날 괴롭히는 사람들에겐 어떻게 할까

착한 사람이 되라는 주문에서 깨어나라

by 매드본

살다 보면 이상한 경험을 다 한다. 나는 특별히 잘못한 게 없는데 누군가는 나를 괴롭힌다. 이유도 없다. 이유를 따져 물으면 “그냥”이라거나 “예민하네?”라는 말이 돌아온다. 학교든, 회사든, 심지어 가족 안에서도 그런 일이 생긴다. 그런데 문제는, 이 상황을 대하는 조언이 대체로 이렇게 생겼다는 것이다. “참아.” “그냥 무시해.” “네가 마음을 크게 먹어야지.” 이 말들은 그럴싸해 보이지만, 실제론 아무것도 해결해주지 못한다. 오히려 피해자에게 책임을 떠넘긴다. 우리가 진짜로 물어야 할 질문은 이거다. 나를 일부러 괴롭히는 사람 앞에서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첫째, 누군가를 괴롭히는 행동은 본능이 아니라 학습된 행동이다. 일부러 누군가를 불편하게 만들거나, 불쾌감을 주는 말과 행동을 반복하는 사람은 의도적으로 그 선택을 하고 있다. 그건 실수가 아니라 기술이다. 상대는 “이 정도는 괜찮겠지”라는 계산을 하고, “이 사람은 반격하지 않겠지”라는 확신 아래에서 움직인다. 그렇기에 그 행동은 멈추지 않는다. 문제는 감정이 아니라 권력의 문제다. 괴롭힘은 대부분 자기보다 약하다고 판단한 대상에게 향한다. 이때 가장 나쁜 대응은 침묵이다. 침묵은 동의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둘째, 괴롭힘은 인간관계가 아니라 권력관계다. 직장 상사, 집안 어른, 선배 등 상대방이 어떤 ‘지위’를 가지고 있을 때 우리는 무력감을 느낀다. 특히 한국 사회처럼 연령과 직급, 위계가 단단한 환경에선 ‘싫은 티를 내는 것조차 결례’로 간주된다. 하지만 그런 순응이 결국 상대의 행동을 강화시킨다. 중요한 건 감정이 아니다. 상대의 태도가 ‘왜 문제인지’가 아니라 ‘어떻게든 막아야 할 행동’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나를 향한 괴롭힘은 설득의 대상이 아니다. 중단의 대상이다.


셋째, 거리를 두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대응이다. 우리가 흔히 ‘대화를 통한 해결’을 말하지만, 괴롭힘에는 통하지 않는다. 괴롭히는 사람은 상대가 상처받는 걸 즐기거나, 상대를 지배하면서 자기 존재감을 느낀다. 이런 사람에게 말로 진심을 전하면 그 말마저 도구로 사용된다. 그러니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이 사람과 나 사이의 경계선을 명확히 그리는 것이다. 회피가 비겁하다는 건 착각이다. 스스로를 보호하는 전략이다. 직장에서라면 공식적 경로를 통해 대응하고, 사적인 관계라면 물리적 거리부터 두어야 한다. 나를 함부로 대하는 사람에게 친절을 기대하지 말자.


넷째, 자기감정을 의심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흔히 “내가 예민한가?”, “내가 오해한 걸 수도 있지”라는 생각으로 스스로의 감정을 억누른다. 하지만 대부분의 괴롭힘은 반복적이고 구체적이다. 눈치채지 못할 수 없다. 문제는 그것을 ‘문제’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사회적 분위기다. 감정을 명확히 인식하고, 그것이 어떤 행동에 대한 반응인지 언어로 정리해 보자. 그 자체가 자기 방어의 시작이 된다. 괴롭힘은 견디는 게 아니라, 끊어내야 하는 대상이다.


다섯째, 절대 참지 말아야 할 이유는 괴롭힘이 한 번으로 끝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구체적인 방법이 필요하다. 첫 단계는 '기록'이다. 어떤 말을 들었는지, 어떤 행동이 반복되었는지를 날짜와 함께 구체적으로 남긴다. 그다음은 '증거 확보'다. 문자, 메일, 메시지 등을 스크린숏하고, 가능하면 녹취도 고려한다. 세 번째는 '공론화'다. 직장 내 인사팀, 학교의 상담실, 또는 외부 기관의 도움을 받는 것도 방법이다. 네 번째는 '제한 선언'이다. 상대에게 조용히, 그러나 명확하게 “그 말은 불쾌하니 하지 말아 달라”는 경고를 한다. 다섯 번째는 '관계 단절'이다. 더 이상 회복이나 개선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면 연락을 끊고, 물리적 접촉을 차단한다. 참지 말라는 말은 결국 '행동하라'는 말이다. 조용하지만 분명한 대응이 가장 강력하다.


가장 중요한 원칙은 이것이다. 피해자가 바뀌어야 할 이유는 없다. ‘착하게 대하면 언젠가 통하겠지’라는 기대는 위험하다. 나를 일부러 괴롭히는 사람은 대부분 그 대상이 약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그렇게 행동한다. 괴롭힘은 성격 차이도, 사소한 오해도 아니다. 그것은 권력의 문제이며, 무례의 반복이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내 마음을 바꾸는 게 아니라, 나를 함부로 대하는 사람과의 거리를 새로 재는 일이다. 관계는 선택이지만, 존엄은 기본값이다. 더 이상 참지 말자. 더 이상 괜찮은 척하지 말자. 명심하자 내 자신을 지키는 일은 나의 가장 큰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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