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어가면서 누구나 한 번쯤은 생각해보는게 있다. 세월을 지나며 삶을 깊이 이해한 사람은 과연 어떤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그들의 일상은 어떤 얼굴을 하며 지낼까. 표면만 보면 그들은 조용해 보인다. 과시하지 않고, 다그치지 않으며, 잰걸음도 없다. 그러나 그 조용함 안에 단단함이 깃들어 있다. 그러한 사람들을 100명 이상 만나본 분들의 말을 빌려서, 삶을 가까이에서 들여다보며 조금은 도사님 같은 이야기를 해보겠다.
그들은 타인의 평가를 중심에 두지 않는다. 눈치를 보며 살아가는 습관은 사회적 기대 속에서 자란 이들에게는 너무 익숙한 것이지만, 그들은 거기에서 한 발 물러나 있다. 어떤 옷을 입든, 어떤 직업을 가졌든, 자신의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기준이 바깥이 아닌 안쪽에 있다. 그 기준은 단순히 자신만의 취향이 아니라, 삶을 오랫동안 관찰하고 실험해온 끝에 쌓인 정서적 판단이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관계에서 거리감을 두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들은 더 밀도 있는 인간관계를 맺는다. 상대를 고를 줄 알고 스스로도 선택받을 수 있도록 신중히 관계를 만든다. 겉으로는 부드럽지만 그 경계가 분명하다. 무례한 말에는 절대 웃지 않고 불필요한 감정 소모는 피한다. 타인에게 적당히 기대는 법도 알지만 절대로 큰 의존은 하지 않는다. 필요한 만큼 주고, 감사할 만큼 받는다는 뜻이다.
시간을 대하는 태도 역시 분명히 다르다. 일정이 빽빽하지 않아도 불안해하지 않고, 빈틈을 메우기 위해 억지로 바쁘게 움직이지도 않는다. 그들은 하루를 성취의 조각으로 삼지 않는다. 오히려 평범한 순간의 감도를 조율하며 산다. 커피가 입안에서 퍼지는 온도, 나뭇잎이 흔들리는 리듬, 짧은 숨을 들이마시는 찰나까지도 인식하고 음미한다. 이 작은 감각들이 쌓여 그들의 하루는 조용히 충만해지는 것이다.
고통에 대해서도 애써 외면하지 않는다. 이들은 아픔이 지나간 후에야 의미가 생긴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고통이 찾아오면 그것을 밀어내기보다는 자리를 내어준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고 침묵 속에서 감정을 길들이는 데 익숙하다. 감정을 다루는 법은 본능이 아니라 훈련이고 그들은 그 훈련을 반복해왔다.
자신을 대하는 태도는 매우 정중하다. 피곤할 땐 멈추고 실패했을 땐 이유를 따지기보다 위로를 먼저 건넨다. 거울 앞에서 자신을 탓하는 대신, 그날 하루를 무사히 버틴 것에 먼저 고개를 끄덕인다. 그들은 자신에게 너무 관대하지도, 그렇다고 가혹하지도 않다. 마치 소중한 친구를 대하듯, 섬세한 존재로 자신을 대한다.
앎에 대해선 양보다 질을 택한다. 무엇을 아는가보다 그것을 어디에 어떻게 쓰는지가 더 중요하다. 복잡한 정보를 좇기보다, 단순하지만 정확한 통찰을 얻고자 한다. 세상을 해석하려는 태도보다는 이해하려는 마음을 가진다. 숫자와 논리보다는 맥락과 분위기를 읽는 감각에 민감하다. 똑똑한 것보다 지혜로운 것이, 빠른 것보다 진실한 것이 더 큰 무기임을 깨닫고 있다.
그들은 욕망을 감추지 않는다. 다만 그 욕망을 다루는 방식을 훈련해왔다. 원하는 것이 생기면 그것을 향해 천천히 다가간다. 지나치게 갈망하지 않으며 그 과정에서 스스로를 잃지 않는다. 비교하지 않고, 서두르지 않으며, 욕망이 지나간 자리에서 남는 감정을 소중히 여긴다. 욕망은 삶의 에너지지만, 삶의 방향이 되지는 않는다.
삶의 중심은 연결이다. 어떤 공간에서든 소외감을 느끼지 않으며, 누구와 함께 있어도 자신을 잃지 않는다. 그들은 특정한 역할에 갇히기보다 유연하게 경계를 넘나드는데, 그래서 조용하게 있어도 그 존재감이 뛰어나다. 친구로서, 부모로서, 동료로서의 위치를 오가면서도, 어느 한 자리에 고정되지 않기에 사람들과의 관계 안에서 자신을 확장시키되, 그 관계에 지배당하지 않는다.
이러한 삶은 불완전함을 인정하는 데서 시작된다. 완벽을 추구하는 대신 매일을 갱신하려 한다. 자신의 날씨를 읽고 감정을 통과시키며 관계를 재정비하고 자신을 보듬는다. 이것이 반복되면 어느 순간 삶은 더이상 '극복해야 할 무언가'가 아니라, 매만져야 할 대상이 된다. 그는 인생을 '이기는' 방식으로 살지 않는다. 다만, 함께 살아낸다.
이들의 하루는 절대 화려하지 않다. 대신 밀도가 높다. 넓고 깊은 바다처럼 겉으로 잔잔해 보이지만 그 속이 화려하다. 그들은 삶의 의미를 어딘가에서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삶 그 자체를 의미 있게 만든다. 타인을 향한 따뜻함과 자기 자신에 대한 진심 그리고 감각에 깃든 정성이 바로 그 삶의 풍경을 그려낸다. 그 풍경은 누구나 도달할 수 있지만 아무나 닿을 수 없는 곳에 있다. 왜냐하면 그것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너무 가까이 있어서 쉽게 지나치기 때문이다. 인생을 통달한 이의 삶은 바로 그 가까움 속에서 매일 조금씩 다듬어져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