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이 좋은 의사’
청담동 한복판, 조용한 골목에 자리한 르메디크는 단순한 의원이 아니다. 병원이 입소문을 타고 성장했다는 이야기는 흔하지만 개원 초부터 5개월 치 예약이 만석이라는 기록은 예사롭지 않다. 그 중심에는 이서현 대표원장이 있다. 그는 흔한 성공 공식을 답습하지 않았다. "기억이 좋은 의사"를 꿈꾸며, 병원의 모든 결을 그렇게 짜온 것이다.
르메디크의 성공은 요즘 유행하는 단순한 바이럴 마케팅이나 유행의 흐름에 편승한 결과가 아니라는게 내가 글을 쓰기로 한 이유다. 개원 초기, 병원 마케팅 업체들은 인기가 얼마가지 못할 것이라고 치부할 정도로 이를 인정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이 업체들이 르메디크를 마케팅의 교과서처럼 여기고 어디는 아예 표방을 하고 있다고 한다. 브랜딩 매니져로써 내가 생각하는 르메디크는 '뾰족함'이라는 전략적 감각이 핵심이었다. 무엇을 할 것인가보다 무엇을 하지 않을 것인가를 먼저 결정했고 그 중점에는 비비*이 있었다. 당시 한국 시장에서 비비*은 인지도가 거의 없는 상태였고 당연히 기기에 대한 의료진의 이해도도 낮았기에, 어느 누구도 이 비싼 장비를 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이서현 원장은 이를 정면으로 돌파한 것이다. 환자에게 안전하고, 효과가 뛰어나며, 무엇보다도 시술자 의지에 따라 환자가 만족하는 피부 개선이라는 목적에 부합하는 장비로써 비비*을 선택했고, 이는 초기 르메디크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시술로 자리잡았다.
당시 르메디크의 비비* 시술은 단순한 도입이 아닌 패러다임의 전환을 의미했다. 피부의 다양한 문제를 동시에 다룰 수 있는 BBL의 특성을 십분 활용해, 기존 레이저 치료가 갖고 있던 파괴적 이미지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피부가 망가지는 것이 아니라 받을수록 더 건강해지고 있다는 확신을 환자들에게 심어주는 것. 이는 단지 기술력의 문제가 아니라 장비를 꿰뚫어 보는 안목,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시술 디자인, 환자에게 맞춘 커뮤니케이션 능력까지 포함된 총체적 '감각'의 결과였다.
르메디크는 특정 장비 하나로만 승부한 병원이 아니다. 비비*의 성공은 시발점이었을 뿐이고, 현재 르메디크의 시술 장비 사용량은 전국적으로도 손에 꼽힐 정도로 시술량이 많다. 장비 업계의 말을 빌려보면, 강남역이 아닌, 청담동의 1인 의원이라는 한계를 안고 있음에도 여러 장비 사용량이 급격한 그래프를 나타내는게 처음이라고 한다. 특히 새로 개발되는 장비 업체의 사장들은 의례적으로 르메디크 부터 방문한다. 이는 다시금 이서현 원장의 의료적 통찰과 시술 구성 능력을 방증한다. 단지 '기계가 많다'는 것이 아니라, '기계를 쓸 줄 안다'는 신뢰가 쌓인 것이다.
의료서비스는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다. 그래서 르메디크의 본질은 결국 이서현이라는 개인의 철학과 맞닿아 있다. 그녀는 늘 말한다. "의사로서 효과를 내는 건 기본이다. 하지만 환자의 기억에 남는다는 건, 그 사람이 병원을 떠나고도 내 진심을 떠올릴 수 있게 만드는 일이다." 이 철학은 병원의 작은 디테일 하나하나에 녹아 있다. 친절한 관리사, 대기 공간, 진료 과정, 시술 후 관리에 이르기까지 모든 요소가 환자의 경험을 중심으로 재편되어 있다.
르메디크는 다음 단계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단순한 병원 확장을 넘어, 보다 많은 고객이 이 경험을 공유할 수 있도록 물리적, 서비스적 기반을 다듬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핵심은 변하지 않는다. 안전하게, 자연스럽게, 그리고 기억에 남게. 르메디크는 겉으로 드러나는 외형보다, 그 안에 담긴 태도와 기준으로 승부해왔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의료 시장에서 진정한 경쟁력이 (기술과 장비도 중요하겠지만) '의사라는 사람' 그 자체에 있다고 생각한다. 르메디크는 그것을 보기좋게 증명하고 있다. 환자를 위해 무엇을 선택하고, 무엇을 배제할 것인지에 대한 일관된 철학. 그리고 그것을 현실화하는 눈과 손. 청담동의 작은 공간에서 시작된 이 '기억의 병원'은, 이제 더 넓은 무대에서 더 많은 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길 준비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