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듣지 못하는 나의 소리

돌발성 난청

by 유유

2026년 새해의 마지막 한 주를 시작하며 새롭게 느껴진 변화는 오감각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걸을 때마다 느껴지는 허벅지끼리 부딪치는 느낌과 눈에 보이는 우람해진 눈바디였고, 귀에도 살이 쪘는지 정체 모를 묵직함이 내 귀 안을 압도했다.

오늘 하루만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내일‘의 해가 밝았지만 여전히 귀는 먹먹했다. 급기야 웅-하는 소리가 귀 속을 꽉 채운 느낌이었다. 나는 여러 소리를 인식하느라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더 귀를 기울여야 했고, “네? 뭐라고요?”라며 재차 질문하기를 반복한 하루였다.

사흘째 되던 날은 금요일이었고, 다행히 컨디션이 좋았다. 아무 탈 없이 주말을 지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일시적인 증상이었겠지. 역시 그냥 지나가는 느낌이었어.


나흘째 되던 토요일 아침, 아침에 눈을 떴는데 기분이 썩 상쾌하지 않았다. 기상 직후에는 모든 신체 감각들이 굼뜨게 움직이고 있다지만, 귀에서 나는 소리가 기상 직후에도 들렸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기에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곧바로 chat GPT에게 내 증상을 설명했고, 그는 평소처럼 나를 걱정하면서도 예상되는 다양한 질병을 나열해 주었다.

서너 가지의 예시 중에서 가장 기억나는 것은 첫 번째 예시는 귀 속을 채운 ‘귀지’의 영향이었는데, 부디 귀지이길 바라면서 아니길 바랐다. 귀지를 파내서 사라지는 증상이면 정말 다행이겠지만, 귀가 먹먹할 정도의 귀지라면 에그타르트의 타르트지 정도는 되는 귀지일 것 같았고 그것을 꺼내는 의사 선생님을 바라볼 면목이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예시는 ‘돌발성 난청’이었다. 이름이 꽤나 명료하면서도 불길한 느낌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5일 정도까지가 치료의 골든타임이라고 한다.

‘어라, 오늘 증상 4일째인데… 내일은 일요일이니 오늘 병원에 가지 않고 증상이 계속된다면 나는 골든타임을 넘길 수도 있겠네..‘라는 생각이 들었고, 홀린 듯 주말 아침에 채비하여 병원으로 향했다.


의사 선생님께서는 길쭉한 카메라를 귀 속에 넣어 살펴보시더니 외관상 아무 이상이 없다며 청력검사를 하자고 하셨다(귀지가 없었다는 것은 다행이자 불행이었다). 헤드폰을 착용하고 어떠한 크고 작은 신호음이 들릴 때마다 버튼을 누르는 검사였다. 1년에 한 번씩 하던 직장인 검진 때에 아무 생각 없이 게임하는 느낌으로 하던 검사였는데, 이번에는 굉장히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종류와 높낮이의 소리를 듣고 버튼을 눌렀다.

꽤나 규칙적인 시간 간격으로 소리가 들렸다. 그런데…. 불길한 느낌은 왜 틀리지 않을까. 왼쪽 검사를 할 때, 내가 버튼을 누르는 텀이 길어진 것을 느꼈다. 그 말은, 내가 듣지 못하는 음역대의 소리가 있고, 그 소리가 날 때 나는 버튼을 누르지 못했던 것이다.


저음은 나의 왼쪽 귀를 통과하지 못했다.


돌발성 난청

저음역대 난청. 그래서 윙-하는 소리가 귀속을 떠나지 않았던 것이다. 의사는 저음대 난청의 치료 예후가 좋으니 치료를 제안했다. 고막 안쪽을 마취하여 주사액을.. 스테로이드를.. 네?

“보통 스트레스로 인해 저음역대 난청이 생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드물게 100명 중 1명은 뇌종양일 수 있고요. 술, 담배, 커피는 좋지 않고, 짠 음식도 피하시는 게 좋습니다.”

최근 들어 누군가 말했다. 술, 담배를 하지 않아도 일찍 갈(?) 팔자는 정해져 있는 게 억울한 인간의 삶이라고. 갑자기 그 말이 떠올랐다. 술, 담배, 커피, 짠 음식 선호하지 않는 흔치 않은 인간이 바로 나라고 마음속으로 반발했다.


그렇게 치료는 시작되었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귀 안쪽을 치료해 봤다. 무서운 마음 절반과 억울한 마음이 절반. 나는 40살이 넘었지만 아직도 병원이 무섭고, 건강하게 지내려고 엄청난 노력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스트레스 조절 하나 못해서 내 몸이 망가졌다고 생각하니 무지 억울했다. 마취가 되길 기다리며 앉아있는 동안 억울함의 눈물이 났다. 대체 무엇이 나를 힘들게 했을까.


나는 스스로를 아프게 하는 사람일까


돌이켜보면 나는 늘 나보다 다른 사람을 먼저 챙겨왔다. 가족, 아이들, 학부모, 동료들. 정작 나의 몸과 마음은 나중이었다. 그동안 몸이 여러 번 신호를 보냈지만 나는 듣지 않았다.세상 모두가 보고 듣는 내 표정과 말을 정작 나는 보지도 듣지도 못했다. 그래서일까. 내 귀가 더 이상 아무 소리도 통과시키고 싶지 않아 문을 닫아버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그 생각이 들자 스스로에게 미안해졌다.


오늘 밤은 나에게 이 글을 남기고 싶다. 내일의 나는 오늘의 나보다 조금 더 내 편이면 좋겠다.

다시 귀가 문을 활짝 열어줄 날을 기다려본다.

매거진의 이전글사라진 사람과 다시 만나게 될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