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걷는 날들의 온기

27부

by 김대희

세상 모든 불빛이 너를 향할 때


과거의 나는 계절이 변하는 것에 무심했다.

낙엽이 떨어지고, 바람이 차가워지는 계절의 끝자락에서, 함께했던 기억을 더듬거나, 스치듯 지나치는 거리에 시선을 빼앗기곤 했다. 문제는 그 공허함이었다.

사랑을 하고 있을 때조차 마음 한 구석에는 늘

채워지지 않는 허전함이 있었으니까.

내 세상의 모든 불빛이 제멋대로 흔들리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너를 만나고 나서야, 내 세상의 불빛들은

제자리를 찾았다.

가로등 불빛 아래 너의 미소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일상 속에서 무심코 너의 뒷모습을 보며,

마음이 가득 차오르는지, 각자의 일로 바쁜 하루

속에서도 너를 향한 그리움이 얼마나 선명한지,

나는 모든 순간들을 새롭게 발견했다.

과거의 허전함이 컸던 만큼, 너로 인해 채워지는

지금의 충만함은 더 컸다.


너는 내게 완벽한 완전함을 선물해 주었지.

그전에는 늘 무언가 부족하고, 이유 없는 쓸쓸함에

젖어 살았지만, 너의 작은 배려와 사려 깊은 관심이

그 빈 공간을 채워주었다. 특별한 것을 해주지 않아도

괜찮았다. 너의 작은 행동 하나하나가 내게는 가장

귀한 빛이 되었으니까. 너로 인해 비로소 내 세상의

중심이 온전히 잡혔다.


너 또한 깊은 상처를 안고 있었지만, 내색하지 않고

현재에 충실했어.

나는 그 상처의 무게를 짐작했고, 조용히 너에게 다가가

따뜻하게 안아주었지.

네가 겪었을 외로움의 시간들을 내가 채워줄 수 있기를

바라며, 자주 사랑한다고 속삭여 주었지.

네가 힘들 땐, 내가 항상 곁에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어. 그리고 너는 그런 나를 지켜보고 고맙다고 했어.

이제는 알 것 같아. 세상의 모든 불빛은, 가장 빛나는

너를 향하고 있었다는 것을.



눈물 끝에서 다시 시작하는 노래


수없이 흘렸던 눈물들이 이제는 멈췄다.

가장 소중했던 존재를 떠나보낸 아픔, 그리고 삶의

갈림길마다 주저앉아야 했던 좌절의 순간들.

그 길고 길었던 어둠의 심해를 마침내 헤엄쳐 나왔다.

그 많고 많던 눈물이 마르고 난 자리에, 나는 더 이상

아파하지 않는 새로운 나를 만났다.

과거의 잔상은 여전히 희미하게 남아있지만, 더 이상

나를 묶어두거나 흔들지 않았다.

이제 나는 고요해진 내면의 바다에서, 파도치는 감정을

그저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내 안의 고요함이 깊어진 어느 날, 아주 작은 소리가

들려왔다. 메말랐던 감정의 땅에 스며드는 단비처럼,

그녀의 웃음소리가 내게 새로운 멜로디가 되었다.

그녀의 다정한 말 한마디, 따뜻한 눈빛, 그리고 함께하는 모든 순간들의 리듬이 내 가슴에 스며들었다.

그 소리들은 꺼져가던 내 삶의 노래를 다시 시작하는

신호였다.

그때 알았다. 텅 비어있던 공간이 새로운 선물로

가득 채워지는 순간이었음을.


슬픔의 멜로디는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행복의 리듬과 섞여 더 깊고 풍부한 화음을

만들어냈다. 과거의 아픔이 주는 슬픈 음이 있었기에,

현재의 행복이 주는 밝은 음이 더 선명하게 빛났다.

나는 더 이상 과거의 기억에 얽매이지 않는다.

이제는 그 모든 순간들을 끌어안고, 기꺼이 함께

노래를 부른다. 지난날의 아픔은 나를 꺼저가게 한

족쇄가 아니라, 지금의 노래를 완성하는 소중한

음표가 되어 주었다.


눈물 끝에서 다시 시작하는 노래.

그 노래는 우리 두 사람의 이야기가 될 것이다.

더 이상 혼자가 아닌, 함께 부르는 이 노래가

내 삶의 가장 아름다운 선물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 노래는 오직 그녀와 나만이 부를 수 있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노래라는 것을.





작가의 이전글홀로 걷는 날들의 온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