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부
앞만 보고 따라갈께
더 이상 뒤를 돌아보지 않기로 했다.
발목을 잡던 오래된 그림자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냈다. 그 동안 힘들었지.
고생 많았다고, 나는 이제 돌아보지 않을거야.
과거의 모든 흔적들을 뒤로한 채, 나의 세상은
너를 만난 후 새로운 시작을 맞이했다.
길을 잃어버리고서야 보게 된 풍경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길을 잃지 않아도 된다.
네가 내 앞에 서 있고, 네가 걸어가는 길에
가장 밝은 빛이 드리워져 있으니, 너의 발걸음을
따라가다 보면, 내가 잃어버렸던 모든 것들을 다시
찾을 수 있을 것만 같아.
때로는 문득 불안이 스쳐 지나갈 때도 있다.
과거의 아픔들이 불쑥 찾아올 때도 있다.
하지만 나는 이제 두렵지 않다. 너의 손을 잡고
걸어가는 이 길이, 가장 안전한 길임을 믿으니까.
과거의 실패가 오히려 너를 향한 맏음을 더욱
확고하게 만들어주었어.
나는 이제 오직 너만을 바라본다.
과거의 모든 흔적을 뒤로한 채, 앞만 보고 따라갈께.
너의 손을 놓지 않고, 너의 발걸음에 맞추어,
우리의 가장 아름다운 미래를 향해 걸어갈께.
너와 함께하는 모든 순간이 나에게는 기적이야.
살아남기가 무의미한 것이 아니길
한 때는 내 존재의 모든 것이 허무하게 느껴졌던
시간이 있었다.
사랑도, 꿈도, 의미를 잃은 채 손끝에서 부서져 내렸다.
나는 왜 이 길 위에 멈춰 서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모든 것을 잃었다고 여겼던 시간, 주변은 온통 짙은
어둠으로 채워져 있었다.
삶의 고통이 나를 짓누르는 나날이었다. 그때의 나는
이토록 무력하게 버텨내는 삶에 작은 의미라고 있기를
간절히 원했다.
어깨 위에 짊어진 무게가 너무 버거워, 숨을 들이쉬는
것조차 내게는 고문이었다.
폐 속으로 들어오는 공기는 날카로웠고, 내쉬는 숨은
끈적하고 무거웠다.
나는 그저 비참하게 숨을 쉬고 있었고, 살아남는 것이
삶의 가장 큰 형벌이라고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의미 없이 흘러보냈다. 마치 거대한 바다에 던져진 채, 발버둥 칠 힘조차 없이 떠다니는 부유물 같았다.
그 모든 것이 끝나기만을 바라면서도, 나의 심장은
멈추지 않았다.
나를 집어삼키려던 절망 속에서도, 기어코 살아남은 것은 나의 의지가 아니었다.
찢겨진 상처 위로 새 살이 돋아나듯, 나는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계속 살아남았다. 그것은 희망이 아니었다.
그저 살아내야 하는 비참한 의무였다. 하지만, 그 비참함이 나의 몸에 쌓였고, 나는 고통을 견뎌낸 틈 자체가 나를 증명하는 것임을 알았다. 가장 밑바닥에서 생존을 위해 발버둥치던 내가, 이제는 무엇도 두렵지 않은 단단한 존재로 변했다.
나의 살아있음은 무의미했던 것이 아니었다.
가장 비참했던 그 시간이, 너를 만나 다시 시작될 이 삶을 위한 가장 숭고한 과정이었다는것을.
과거의 고통을 감당해낸 내가 있었기에, 지금의 행복이
더욱 선명하게 빛난다.
나의 살아남음은 너와 함께 새로운 삶을 노래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했던 소중한 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