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터널 선샤인' 리뷰
개봉날짜: 2005.11.10
장르: 멜로/로맨스
국가: 미국
감독: 미셸 공드리
주연: 짐 캐리, 케이트 윈슬렛
줄거리
조엘과 클레멘타인이라는 두 연인이 있다. 발랄한 클레멘타인과 차분한 조엘은 서로의 매력에 끌리게 되어 사랑에 빠졌지만 결국 성격차이라는 흔한 핑계로 헤어지게 된다.
하지만 이별의 쓰라림을 잊지 못하는 여주인공 클레멘타인은 남자 주인공 조엘을 잊으려 그와의 기억을 지워버리게 되고, 이를 알게 된 조엘은 이별의 상처가 자존심에 흉터로 번져 그도 그녀와의 기억을 지우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빠져드는 공드리의 연출
미셸 공드리 감독은 이별 영화에 걸맞게 연출을 해주었다. 무엇보다 배우의 감정이 잘 드러나야 하기에 배우의 눈빛과 표정에 맞춰 연출을 한 모습이 돋보였다.
검은 배경에 극단적인 부분 조명과 흔들리는 카메라로 주인공 조엘의 불안정하고 두려운 심리를,
CG와 돈을 많이 쓰지 않으면서 기억이 지워져 가는 모습을 그려내고, 조엘의 기억과 현실과 꿈을 하나로 묶어버리는 연출은 영화의 스토리를 보다 더 깊게 느끼게 만든다.
아름다운 사랑은 위태롭다
영화 속 조엘은 진중하고 조용한 소심남이다. 그와 반대로 클레멘타인은 조금은 충동적이지만 발랄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양극에 서있는 두 남녀는 서로에게 결핍되어 있는 것에 신선함을 느껴 이끌리게 되고, 그 둘이 만나고 사귀게 되는 과정에서 호숫가에서 두 남녀가 누워있는 장면이 나온다.
둘은 언제 깨질지 모르는 위험천만한 언 호숫가에 누워있고 소심한 조엘이 그녀에게 달달한 사랑을 고백하는 장면이 나오게 된다. 하얀 호숫가에 밤하늘이 펼쳐진 아름다운 장면에서 사랑의 두면을 보여준다.
곧 봄이 오거나 아침이 되어 없어질 빙판 같은 사랑은 위태롭지만 아름답다는 것을 또 아름답지만 위태로운 사랑을 하는 두 남녀를 암시한다. 이 두 남녀의 사랑도 언젠가는 녹아버릴 빙판과도 같이 사그라들기 마련이다.
사랑의 해부학
자신의 부족한 면을 가진 성격에 끌렸지만 그런 성격에 싫증이 나게 되고, 그(또는 그녀)와 함께 있으면서 점점 외로워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말하는 성격 차이라는 핑계로 두 사람은 헤어지게 된다. 그렇게 뜨겁게 사랑했던 두 사람의 사랑은 아름다운 추억 속에 남기고 뒤돌아선다.
사랑을 해부해서 책으로 펴낸다면 목차엔 아름다운 기억과 이별이 가져다주는 상처라는 두 가지 목차만이 존재할 것이다.
그것에 대해 영화가 가장 잘 설명하는 장면은 메리가 니체의 말을 읊는 장면이다.
"망각한 자는 복이 있나니, 자신의 실수조차 잊기 때문이라"
영화에서 인용된 니체의 어록
두 사람의 과학의 힘을 빌려 기억을 지울 순 있었지만, 결국 자신의 몸이 기억하는 의식 때문에 다시 그녀를 만나고 다시 사랑에 빠지게 된다.
만약 조엘이 기억을 지우지 않고 마냥 슬퍼하고 그녀를 그리워만 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그는 언젠가는 자연적으로 그녀에 대한 생각들과 감정들을 정리하고 기억들도 찬찬히 지워냈을 것이다. 그리고 그녀와의 기억은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어 한 번씩 열어보았을 때 기분이 좋아지는 예전의 내가 쓴 일기장 같은 존재가 되었을 거다.
조엘은 기억을 지우는 과정에서 깨닫게 된다. 기억을 지우는 것이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란 것을 말이다. 분명 기억은 지웠지만 둘은 운명처럼 다시 만나 불행해지는 것이다.
클레멘타인은 자신은 완벽하지 않다고 영화 속에서 두 번이나 강조한다. 사실 클레멘타인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완전하지 않다. 그래서 사람의 기억 또한 조작하고 망각할 수 있지만 자신이 남겨두고 싶은 기억은 자신의 순수한 의지로 남겨둘 수 있는 것이다.
자신에게 좋았던 기억들, 안 좋았던 기억들도 회상하고 창피해하며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인간이기에 그렇게 배워가며 살아가는 것이다.
마지막 장면에 이런 노래가 나옵니다.
‘Everybody’s got to learn sometimes’
모두 언젠가는 깨달아야 한다고 말이다.
Everybody’s Got to learn sometime
-이 터널 선샤인 ost-
영화의 이름 ‘이터널 선샤인’을 번역해본다면 ‘영원한 햇빛’이라는 뜻이다.
영화의 제목은 많은 해석을 할 수 있다. 조엘의 기억 속에서 클레멘타인은 "이제 이 순간마저 지워지면 어떡해"라고 묻는다. 그리고 조엘은.
"Enjoy it"
-이 순간을 즐겨-
조엘은 체념하고 이 기억들도 언젠간 사라져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그 순간을 아니 현재를 즐긴다.
기억 속 그 순간만큼은 ‘영원한 햇빛’이 비춰주는 아름다운 순간이라고 말해주고 있다.
다른 해석으로는 매 순간 사랑을 하고 이별하는 우리들에게 영원한 행복과 사랑은 없다는 것을 역설로서 말하고 있다.
두 남녀는 기억을 지우는 행위를 함으로써 인간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다시 만나고 사랑에 빠진다. 그렇게 그들은 만나고 헤어지고 다시 지워서 죽을 때까지 서로 사랑하는 ‘영원한 사랑’을 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저는 영화당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사용했던 제목을 인용하고 싶다.
"이 터널이 지나면 선샤인(햇살)이 비출 거야"
-출처 영화당-
기억을 선택해 지운다는 발상과 사랑이라는 것에 대해 관찰하고 그 속의 기억과 추억에 대해서 깊이 있는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 영화 ‘이터널 선샤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