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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말 많다 Jul 05. 2021

안나: 죽지 않는 아이들 리뷰

모순 속 맹인들을 포장한 아름다움


나는 어릴 적 어른들이 사라진다면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을 자주 했었다. 그런 내 상상을 가장 먼저 묘사한 곳은 예상치 못하게도 한 애니메이션에서 보게 되었다. '짱구는 못 말려: 어른 제국의 역습'말이다.

악당이 20세기의 향수를 느끼기 위해 어른들을 모두 자신의 왕국으로 납치해간 후 떡잎마을에는 아이들만 남아있는 세상이 되었고 짱구와 친구들이 그들을 구하러 간다는 이야기의 내용은 20세기의 향수를 고파했던 어른들과 그런 어른들이 사라지면 어느 것도 해낼 수 없던 아이들의 초조함을 눈여겨볼 수 있었다.

난 지금까지도 '히로시의 회상'장면을 다시 보면 눈물이 흐를 때가 있다. (실제 영화는 아이들을 데리고 간 부모들이 눈물을 더 많이 흘렸다는 설이 있을 정도로 명작이다.) ​


이렇듯 애니메이션에서까지 많은 이들이 어릴 적 또는 성인이 되고서도 어른들이 사라진 세상을 상상하곤 한다, 왓챠에서 이번에 이탈리아에서 만든 포스트 아포칼립스물 드라마를 제작해냈다.


*안나: 죽지 않는 아이들은 왓챠에서 독점으로 공개해 왓챠에서만 감상할 수 있다. ​


안나: 죽지 않은 아이들

방영 채널: sky Italia

분량: 총 6부작

장르: 포스트 아포칼립스, 스릴러, 공포

연출: 니콜 리 암마니티

각본: 니콜 리 암마니티, 프란체스카 마 니에리

출연: 줄리아 드라고 토, 알레산드로 페코렐라, 클라라 트라몬티노, 지오반니 마 빌라

국가: 이탈리아


줄거리

바이러스가 퍼져 많은 이들이 죽어가고 어느덧 멸종을 눈앞에 둔 인류는 바이러스에 한 가지 신기한 사실을 발견한다.


아이들은 바이러스에 걸리지 않는다는 것. 이로써 시간이 흘러 어른이 모두 사라진 세상에서 아이들은 자신들만의 지도자와 궁전을 만들어 환상의 세계를 실현시킨다. ​


같은 시간 안 나와 그의 동생 아스트로는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는 숲 속에서 살고 있었지만 환상의 세계에서 살고 있는 파란 아이들에게 잡히게 되었다. 그렇게 안나는 그런 아스트로를 구하기 위해 여정을 떠난다.​



#최악의 상황을 최대한 아름답게

드라마는 시작 오프닝부터 굉장히 몽환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어둡고 오묘한 분위기의 노래는 나를 압도하는 느낌이었다.


드라마는 팬데믹 현상의 이전에 제작되었다고 알려주는데 바이러스로 모두가 사라지는 세상은 마치 우리가 살고 있는 코로나 시대와 비슷하기 때문이었다. ​


나도 모르게 보면서 소름 끼치는 기분이 들었다. 현재 우리가 사는 코로나 시대에 백신이 개발되고 모두가 희망을 바라보지만 혹시라도 변이종이 발생하고 치사율이 높아진다면 인류가 멸종할 수 있는 단계까지 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의문점이 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기 때문이다. ​

그런 멸종 이후의 세상 즉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상을 드라마는 굉장히 현실적이면서도 어둡게 그려내고 있다. 신기한 건축물과 풍경 그리고 아름다운 미장센이 어두운 이야기와 만나 기괴한 아름다움이라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된다.

화려한 조명 없이 대부분을 자연광으로만 비추지만 최악의 상황을 최대한 아름답게 그리는 신기한 이 드라마는 내 머릿속에 강렬하게 번쩍인다.

​​


# 아이들의 세상도 다르지 않았다

안나를 주인공으로 한  이 드라마는 자신의 동생을 찾으러 간다는 이야기로 그녀가 영웅이 되기를 바라지만 한낱 어린 소녀일 뿐 그녀는 결국 파란 아이들에게 붙잡히고 만다.


그 속에서 보이는 파란 아이들은 마치 또 다른 포스트 아포칼립스 영화 매드 맥스에서 임모탄을 추앙하는 이들처럼 안젤리카라고 불리는 하얀 페인트를 잔뜩 바른 소녀의 밑에서 자신들의 몸에는 파란 페인트를 발라 그들을 파란 아이들이라 부르며 그녀의 말에 복종하고 따른다. ​

많은 포스트 아포칼립스 물들을 보면서 남겨진 대다수의 성인들의 추악함과 상실해가는 인간성에 눈을 외면하고 싶으면서도 인간의 본성을 찾아감에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흥미를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어른들이 모두 사라진 아이들의 세상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더 잔인하다면 더 잔인하고 영악하다면 더 영악했다. 성인들의 축소판이었다. ​


그런 세상을 안나의 눈을 통해 서로 포옹하면서 웃다가도 지도자의 말이면 어떤 잔인한 짓도 하게 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경악하게 된다. 천진난만하지만 잔인한 아이들은 마치 잔혹동화를 보는 것만 같다.


#눈먼 자들의 도시

나는 드라마를 보며 다르게 생각이 들게 되기도 하였는데, 어른들이 사라진 것이 아닌 관점을 바꾸어 인류의 수명을 단축시킨 세상이라고 보아도 된다. 어른이 되고 싶어 하던 아이들은 언젠가 어른이 되어야만 하고 그런 어른은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죽게 되는 모순이 가득한 세상 말이다. ​


그런 세상에서 환상의 세계에 살고 있는 아이들도 결국 죽음을 기다리며 살아야 하고 자신의 미래를 외면한 채 누구도 홍열 반점을 눈치 채지 못하게 페인트를 뒤집어쓰고 살아가는 맹인이다. 드라마는 맹인들과 모순이 가득한 세상을 안나의 눈을 통해 보여준다. ​

안나의 눈은 곧 우리들의 눈이었고 바이러스가 만연한 세상은 우리에게 익숙하다. 그래서 더 흥미로웠고 익숙한 세상 속 잔혹동화 같은 어두운 이야기에 마음의 눈물이 흐르기도 했다. ​​


*왓챠에서 4개 기기 동시접속이 가능한 프리미엄 이용권도 출시되었으니 왓챠에 많은 이용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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