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발치에서
멍 하니 바라본다
비 오는 밖의 흐릿함을
찬바람에 적셔지고
군내나는 우리 내 일상을
언제였던가
하는 일 마다 미끄러지고
비바람에 주저앉은 적이 있다
추억이라 일컫기엔
꽤 아픈 상처였다
토로할 수도 없었고
기댈만한 언덕도 없었다
아니 어쩌면
나는 외면한 것일 수도 있다
속앓이를 통해 입 밖에 내지 않고서는
혼자서 외롭다고
혼자인 게 두렵다면서
커다란 유리 막을 덮어 씌었다
곯아져 있는 상처에
새싹이 피어날 거란 기대는
자위일지 모른다
후벼진 상처에 테이프나 갖다 대는 건
치료가 아니라
잘 보이지 않도록
숨바꼭질이나 하는 것이다
털어놓을 수 없는 그 곳에서
정답게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한 편으론
털어놓지 않는 내 자존심을 책망하며
정답게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