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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oana Nov 22. 2024

먼 발치에서


먼 발치에서


멍 하니 바라본다

비 오는 밖의 흐릿함을

찬바람에 적셔지고

군내나는 우리 내 일상을


언제였던가

하는 일 마다 미끄러지고

비바람에 주저앉은 적이 있다

추억이라 일컫기엔 

꽤 아픈 상처였다

토로할 수도 없었고

기댈만한 언덕도 없었다


아니 어쩌면

나는 외면한 것일 수도 있다

속앓이를 통해 입 밖에 내지 않고서는

혼자서 외롭다고

혼자인 게 두렵다면서

커다란 유리 막을 덮어 씌었다


곯아져 있는 상처에

새싹이 피어날 거란 기대는

자위일지 모른다

후벼진 상처에 테이프나 갖다 대는 건

치료가 아니라 

잘 보이지 않도록

숨바꼭질이나 하는 것이다


털어놓을 수 없는 그 곳에서

정답게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한 편으론

털어놓지 않는 내 자존심을 책망하며

정답게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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