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고 느끼는 감상(鑑賞)
충격적이다. 일부러 하루 지나 글을 적고 있음에도,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그래도 한 가지 말할 수 있는 것은,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내가 실소를 금치 못했다는 것. 폭주하는 결말부를 바라보고 있자니, 뇌절도 끝까지 하면 예술이 된다는 말이 절로 떠오른다.
영화의 주제 의식은 비교적 선명하다.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라. 엘리자베스 ─ 수는 '더 나은 자신'의 모습만을 사랑할 뿐, '덜 나은 자신'의 모습을 사랑하지 않았기에 결국 비참한 결말에 이른 것이다. 다만 조금 의아한 포인트는 있다. ─ 기억하라. 당신은 하나다. 라는 문장이 계속해서 제시되지만, 엘리자베스와 수가 마치 별개의 인물인 것처럼 그려진다는 점이 바로 그렇다. 특히 엘리자베스에 대한 수의 인터뷰 답변은, 보는 이로 하여금 저 둘이 정말로 같은 인격체가 맞는지 의심하게 만들 정도다.
여기에 대한 내 생각은 이렇다. 엘리자베스의 육체에서 수의 육체가 갈라져 나올 때, 인격 또한 갈라져 나온 것이다. 다만 '더 큰 욕망', 그리고 '더 큰 어리석음'을 지닌 채로 말이다. 그렇기에 엘리자베스는 수를 끝내지 못했지만, 수는 엘리자베스를 끝낸다. 그리고 파멸을 향해 계속해서 질주한다. 이쯤 되면 '서브스턴스' 약물의 효과에도 의문이 생긴다. 과연 정말로 '더 나은 나(better version)'를 만드는 것이 맞을까? 단지 '강화된 나(amplified version)'를 만드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