션 베이커,《아노라》

영화를 보고 느끼는 감상(鑑賞)

by 동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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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대로 '아노라'의 이야기다. 얼핏 보면 냉혹한 현실을 마주한 비극적인 신데렐라 이야기라 생각될 수도 있겠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이 영화는 진정한 사랑이라 믿었던 대상에 대한 배신감, 그리고 상실감을 그려낸 작품이다. '아노라'가 순수한 의도를 갖고 '이반'을 만났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나는 '아노라'가 '이반'의 청혼을 진심으로 받아들였다고, 그리고 정말로 그를 사랑했다고 믿는다. 음울한 현실 속에서 스트리퍼로 일한다 해서, 진정한 사랑까지 꿈꾸지 못할 이유는 없으니까.


그렇기에 사랑이 아니었음을 인정하는 것은 너무나도 아픈 것이다. 처음부터 마음의 무게가 달랐다는 것을, 그리고 이 사랑이 정말로 끝났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건,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듯이 쉬운 일이 아니다. 마음의 깊이만큼, 깊은 상처를 남긴다. 마지막 장면에서 '아노라'가 흘리는 눈물은, 분명 지금의 이 마음의 상처가 결코 쉽게 아물지 않을 것이라는 걸 스스로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마치 나 역시, 이 글을 적으며 오래된 내 상처는 아물었는지 다시 한번 들여다보듯이.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 집에 갇혔네


기형도, 「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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