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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운 Mar 28. 2024

천사 같은 아이들을 키우면서 성악설을 믿게 되었다

순자 만세


아이들은 정말 예쁘고 사랑스럽다. 정말 순수하고 맑다. 순수하고 맑아서, 인간의 본성이 투명하게 나타나는 것 같다.



내가 말하고 싶은 ‘악’은 ‘나쁨’이 아니다. 남에게 직접적으로 큰 피해를 주는 범죄류의 악함이 아니라, 단순히 성선설에서 말하는 ’선함‘의 반대이다. 성선설의 유명한 예시에, 우물에 빠지려는 아이를 보면 구하려는 마음이 든다는 내용이 있는 것으로 보아 성선설은 주로 타인을 향하는 마음, 이타심을 본성이라고 이야기하는 것 같다. 내가 아이를 키우면서 든 생각은, 인간의 본성이 이타심보다는 자기를 향하는 마음인 이기심에 가깝다는 것이고, 이런 성악설을 주장했던 순자가 천재 같다는 것이고, 이기심이 막연히 나쁜 건 아니라는 것이다.



아이들은 어리면 어릴수록 자기밖에 모른다. 갓 태어난 아기들은 무작정 본인의 상태에 따라 울고 웃는다. 주변에 누가 있건 없건, 그 누가 날 도와줄 수 있건 없건, 신경 쓰지 않는다. 오직 자기 자신만 중요하다. 너무 당연한 말인가? 그래서 더욱 인간의 본성은 이기적이라는 말이 맞는 것 같고, 그게 생존에 유리한 것 같다.



아이들은 배워야 한다. 네가 이렇게 행동하면 다른 사람이 슬프다, 또는 아프다, 또는 화가 난다는 것을 가르쳐줘야 한다. 다른 사람을 밀고 때리고 깨물면 안 되는 이유를 알려줘야 하고 친구가 먼저 가지고 놀고 있던 걸 뺏으면 안 되는 이유를 알려줘야 하고 질서를 지켜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 또한 네가 이렇게 말하면 다른 사람이 기분이 나쁠 수도 있다는 것을 가르쳐줘야 한다. 아이들은 악의 없이 보이는 그대로를 얘기할 뿐이지만 사실이더라도 함부로 얘기하면 안 되는 이유를 알려줘야 한다. 이런 것들을 몇 년에 걸쳐 셀 수 없이 여러 차례 반복해서 가르쳐야 한다.



초등학교 교과에 ‘바른생활’과 ‘도덕’이 있다. 실생활에서 그치지 않고 책으로도 배워야 한다고 국가에서 정한 것이다. 그런데 아무리 가르친다 한들 직접 겪어보지 않고는 공감하는 데 한계가 있어, 그렇게 하면 안 되는 이유를 이해시키기 어려울 때도 있다. 그럼에도 가르쳐야 한다. 타인을 생각해서, 자기의 기분과 생각을 그대로 표출하지 않고 잠시 숨길 수 있게 교육해야 한다. 타인을 이해하고 공감하고 배려하고 양보하는 법을 알려줘야 하고, 안되면 이타적인 ‘척’이라도 하게 만들어야 한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사회이니, 다른 사람들과 잘 지내는 것이 본인에게 이득이니까.



가르쳐야 알고, 배워야 아는데, 심지어 배우는 이유가 본인의 이익에 있다면, 이건 분명 본성이 이타심과는 거리가 있다는 게 아닐까. 가끔 사람이 아닌 것 같은 이타심을 가진 사람들이 있기도 하다. 하지만 주류는 사람 같은 이타심과 사람 같은 이기심을 가진 사람들이고, 가끔 사람이 아닌 것 같은 이기심을 가진 사람들이 있어 어지러운 뉴스들이 터지는 것 같다.



아이들은 정말 예쁘고 사랑스럽다. 특히 조용할 때, 잘 때는 천사가 따로 없다. 천사 같은 모습을 하고 있어서 악한 행동을 하더라도 귀엽게 넘어갈 수 있다. 그래서 남들에게 본성을 드러내도 실수라고 용서받을 수 있을 때, 어릴 때, 귀여울 때, 이틈에 잘 가르쳐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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