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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소미 Oct 24. 2024

4. 결혼 전의 연휴는 어디로?

  주위의  결혼 전  젊은 친구들에게 나는 말한다. 결혼을 하게 되면 달력의 빨간 숫자가 연휴가 아니니 결혼 전에 연휴를 마음껏 즐기라고 말이다. 연휴뿐 아니라 나의 일요일은 교회 대예배 참석, 교회에서 점심식사, 오후예배까지 시댁식구들이랑 드리고 여차여차하면 하루가 다 지나갔다. 손윗동서가 본인 아이들을 나에게 맡기고 일을 보고 싶어 하는 눈치라 간혹 오후예배 끝나고도 어린 남편조카들도 봐줄 때가 있었다. 토요일이 휴일이 아니었던 시기였기에 결혼 후에도 직장생활을 하던 나에게는 쉬는 날이 없어져 버렸다. 요즘처럼 연차 월차가 제대로 되어있던 시기도 아니었기에 하루도 쉬지를 못했다. 결혼으로 갑자기 바뀐 환경에 너무 힘이 들어 주일대예배만 드리고 바람 좀 같이 쇄러 가자 여러 번 부탁을 했다. 시댁눈치를 봐서인지 남편은 내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 결혼하자마자 아이가 생겨 입덧에 직장 생활하는 것도 힘든데 신혼을 즐기긴커녕 하루 밖에 없는 휴일에 시댁식구들과 거의 하루종일 교회에 있는 것이 큰 난관이었다. 내 부탁을 들어주지 않는 남편에게 너무 화가 나서 하루는 나 혼자 큰언니네 놀러 가서 바람을 쇄고 왔다. 손위 형님이 나에게 결혼 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시댁식구들이 다가는 교회에 나 혼자 1부 예배만 드리고 2부 예배 안 드리고 친정식구 만나고 온 것에 대해 좋지 않은 눈치를 줬다. 갓 결혼한 상태에서 본인 식구들만 교류하며 임신한 아내가 바람 쇄고 싶다고 그렇게 부탁을 했는데도 들어주지 않았던 남편의 행동이 아직도 서운하다.

  주일뿐만 아니라 신정, 구정, 추석, 명절이 시작되는 달력의 빨간 날부터 시댁에 가서 일하고 자고 명절날 저녁에 친정으로 갔다. 손윗동서는 제주도라 친정에 가지 않고 시어머니는 시누이가족이 친정에 오면 만나고 가라고 나의 친정에 가란 소리를 하지 않으셨다. 남편이 나름 눈치를 보다 겨우 친정으로 가는 게 반복되었다. 명절마다 막내딸인 나를, 시댁에 다녀온 언니형부들이 늘 우리가 올 때까지 밤 될 때까지 기다렸다. 남동생네는 올케 친정이 시골이라 아침 차례만 지내고 바로 떠나니까 당연히 볼 생각도 하지 못했다. 결혼하니 명절이 휴일이 아니라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평일에는 맞벌이를 하면서도 어디에서 교육이 되었었는지 집안일은 여자가 혼자 다하는 줄 알고 그렇게 했었다. 임신해서도 땀을 뻘뻘 흘리며 힘들어하면서도 남편 와이셔츠 다리미질까지 남편에게 도와달라는 소리도 하지 않고 혼자 다했다. 남편 역시 집안일은 여자만 하고 남자들은 회사만 다니는 줄 알았던지 집안일에 전혀 신경 쓰지 않고 회사만 다녔다. 나중에 맞벌이를 하는 사촌언니 부부가 남편이랑 집안일을 반반씩 나눠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여자들이 집안일을 다하는 것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처음으로 생각하고 깨달았다. 친정아버지는 집안일은 안 하셨어도 부모님 두 분이 요식업에 종사하실 때 같이 마늘도 다듬고 주방일을 같이하셨는데, 여자들이 살림을 다 해야 한다는 것을 어디서 보고 배웠었는지 나도 모르겠다.

  후에 아이들이 태어나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두 아이가 어릴 때 아무의 도움 없이 육아와 집안일을 하면서도 직장에서 일하고 들어온 남편이 집에 와서 내가 집안일을 하고 있으면 불편한 마음이 들까 봐 남편퇴근 전에 모든 일 다 해놓고 같이 쉬었다.

  둘째 아이가 두 돌 되어서 시작한 어린이집운영을 하면서도 육아와 집안일을 누구에게 부탁도 하지 않고 알아서 혼자 했기에 남편에게 집안일을 안도와 준다고 서운해하거나 투정하지는 않았다. 그 당시 나의 행동은 남편을 배려한 사랑이 힘이었으리라. 부작용은 남편이 "집안일이 뭐가 힘드냐? 운동하는 것처럼 하면 되지."라는 말을 듣게 된 거다. 집안일과 운동은 엄연한 차이가 있음을 남편은 집안일을 안 해본 사람이라 알지 못한다. 하지만 애들과 잘 놀아주고 다른 면에서는 잘하는 남편이라 나도 그거에 대해 불만은 없었고 친정식구들도 남편을 좋아했다. 회식하다가도 내가 연락하면 대장하고 달려오는 남편이었다. 내가 아이들을 데리고 친구집에 놀러 가면 데리러 와달라고 부탁을 하지 않아도 늘 차로 데리러 오는 착한 남편이었지만 휴일, 연휴 때는  시댁과의 중간역할을 하지 못해 남편에게 화가 나고 다툼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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