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운밤 촛불이 찌르르 녹어버린다
못견듸게 묵어운 어느별이 떠러지는가
어둑한 골목골목에 수심은 떳다 가란젓다
제운밤 이한밤이 모질기도 하온가
히부얀 조히등불 수집은 거름거리
샘물 졍히 떠붓는 안쓰러운 마음결
한해라 기리운졍을 몯고싸어 그릇에
그대는 이밤이라 맑으라 비사이다
모란이 피기까지로 유명한 김영랑 시인의 제야란 시입니다.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보내는 마음이 잘 담긴 시라 생각합니다.
우리는 모두 세월이라는 흐르는 강에서 무언가를 건져 올리려는 강태공입니다.
누구는 큰 것을 올렸고, 누구는 작은 것을, 누구는 전혀 올리지 못했다고 투덜댑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 모두는 이미 흘러간 강물을 되돌릴 수는 없습니다.
그리스의 철학자 헤라클레이투스는 우리는 같은 강물을 건널 수 없다고 했습니다.
흐르는 강물도 변하고 건너려는 우리도 같은 우리가 아니라고 합니다.
그는 모든 것은 변한다. 오직 변하지 않는 것은 모든 것이 변한다는 사실 뿐이다고 했습니다. 로고스론을 주장하기 위해 그리고 파르메니데스와 같은 존재론을 반박하기 위한 주장이지요.
그의 주장은 여러 철학적 사고와 전통을 낳았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는 같은 강물에서 낚시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2024년은 이제 저 멀리 흘러 갔습니다.
이제 다가 오는 2025년의 강물에서 우리는 또 부지런히 낚시질을 해야 합니다.
그 결과물이 크든 작든 우리는 모두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우리 보통 시민들은 어떤 형편과 처지에 있든지
새로운 한 해 힘차게 출발하기를 김영랑의 시처럼 빌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