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를 만나러 와서 헛탕친 시인

by 올드 뉴요커

尋隱者不遇(심은자불우) 은자(隱者)를 찾아왔으나 만나지 못하고

松下問童子(송하문동자) 소나무 아래서 동자에게 물었더니
言師採藥去(언사채약거) “선생님께서는 약초를 캐러 가셨는데
只在此山中(지재차산중) 다만 이 산 속에 계시기는 하지만
雲深不知處(운심부지처) 구름이 깊어 계신 곳을 모르겠습니다.”라 하네.

이 시는 널리 알려진 시입니다. 아시다시피 이 시의 저자는 賈島(가도)입니다. 당(唐)나라 말기의 시인으로 자는 낭선(浪仙)입니다. 혹 여러분 퇴고(推敲)라는 말을 아시지요. 이 유명한 일화의 주인공이 바로 이 가도입니다. 이왕 말이 나온 김에 이 퇴고의 유래도 알아봅시다. 가도는 일생 가난하게 살았습니다. 가난한 삶에 밀려 승려가 되었다가 환속하기도 하고 일생 독신으로 쓸쓸히 살았지요. 가진 것이라고는 작은 당나귀와 거문고 같은 악기 하나였다고 합니다. 어느 날 당나귀 위에 올라 길을 가다가 길가의 아름다운 풍경에서 좋은 시상이 떠올라 얼른 시를 글로 옮겼습니다.

閑居隣竝少(한거린병소) 이웃이 드물어 한거하고
草徑入荒園(추경입황원) 풀숲 오솔길은 황원에 통하네
鳥宿池邊樹(조숙지변수) 새는 연못가 나무에 잠자고
僧敲月下門(승고월하문) 중은 달 아래 문을 두드린다

상당히 근사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마지막 줄을 달아래 문을 중이 민다[推]’고 하는 것이 좋을지 ‘두드린다[敲]’고 하는 것이 좋을지 고민하며 골똘히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하도 깊이 생각에 빠져 높은 고관의 행차를 보지 못하고 부딪치고 말았습니다. 아뿔사! 크게 경을 칠 일이 생겼습니다.

그런데 뜻밖에도 그 고관은 당대(唐代)의 대문장가로 유명한 한유(韓愈)였습니다. 당시 한유의 벼슬은 경조윤(京兆尹:도읍을 다스리는 으뜸 벼슬)이었다고 합니다. 그는 한유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습니다. 한유는 무례를 범한 가도에게 벌을 내리기는커녕 한참 그와 시를 논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는 두드리는 고가 더 좋다고 추천하였습니다. 이 이야기에서 유래한 말이 유명한 퇴고(推敲)입니다. 밀 것인 지 두드릴 것인지. 글을 쓰고 또 고치고 또 쓰고 이런 과정을 거쳐 좋은 글이 탄생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대표적인 시인이 제가 좋아하는 두보입니다. 가도는 이 이야기에서 보듯이 일생 시를 쓰기 위해 단어를 골라 적절한 시를 지으려고 무척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그런 시를 향한 그의 열정은 평생 가난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겨우 마지막에 낮은 하급 직책을 받아 근근히 살았다고 합니다. 어떻습니까? 시어를 찾기 위해 작은 당나귀 위에서 씨름하는 모습에서 평소 그가 시를 대하는 모습이 연상되지 않습니까?

그런 그가 갈고 다듬어 낸 시가 은자를 찾아 왔으나 만나지 못하고란 시입니다. 그가 귀한 의사 선생님을 찾아 왔습니다. 산에서 귀한 약초를 캐고 조제하여 치료했기에 많은 사람을 구했습니다. 명성이 자자한 사람이었으나 산 속 깊이 은거하여 세상에 나오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몸이 고단하고 지친 시인이 먼 산중으로 찾아갑니다. 그는 없고 푸른 기운이 청청한 소나무 아래 작은 동자가 집을 지키고 있습니다. 그래서 묻습니다. 스승은 어디 계시냐? 약초를 캐려 가셨는데 이 산에 계신데 구름에 가려 어디에 계신지 모르겠습니다. 오호라. 먼 길을 찾아 왔는데 정작 스승은 만나지 못하고 어린 동자에게 안타까운 소리만 듣습니다. 발길을 돌려야 할지 아니면 기다려야 할지 고민하는 자신을 이렇게 시로 남겼습니다.

이 시는 드물게 이렇게 문답식으로 그리고, 소나무, 약초, 산, 구름 등 자연을 등장시켜 우리네 고달픈 삶의 모습과 지향해야 할 자세를 말해 줍니다. 푸른 기상의 소나무, 우뚝한 산, 그 속에서 생명을 치유하는 약초, 정처없이 흘러가는 구름 등은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소나무와 약초는 웅장한 산에서 기운을 먹고 자랍니다. 태산 같은 장엄한 산의 골짜기 골짜기 마다 푸른 소나무와 약초가 있습니다. 그런데 스승은 저 구름과 같이 먼 데 있는데 보이지 않습니다. 신통한 의사를 찾아온 시인은 그만 맥이 빠집니다. 우리도 이 시인과 같은 고달픈 인생사를 살아갑니다. 우리네 인생을 잘 묘사한 것 같지 않습니까? 멀리서 아픈 몸 이끌고 의사를 만나는데 기다리는 시간에 비해 의사가 치료해 주는 시간은 턱없이 짧습니다. 그렇다고 의사를 볼 것을 멈출수도 없습니다. 이렇게 병든 인생은 더욱더 삶이 어렵게 됩니다. 인생은 고통의 연속이다. 인생 자체가 고통이다. 어디서 많이 듣던 말 아닙니까?

미국 뉴욕 타임즈의 베스트 셀러 순위에 50 주 이상 등재되었던 유명한 책,The road less traveled (가지 않은 길)이 있습니다. 이 책의 첫 줄은 Life is difficult.입니다. 아, 저자의 이름이 생각 났습니다. 스캇 펙인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인생은 고통의 연속이라 설파한 석가의 가르침을 되새깁니다. 석가는 잘 아시다시피 생노병사가 다 고통인 것이 우리 인생의 본질이라 보았습니다. 태어나고, 늙어가고, 병들고 죽는 것 이 모든 과정이 고통이라는 것입니다. 우리 심정은 어떻습니까? 또 몸은 아프고 괴로운데 명의는 만나지 못하는 작가의 심정은 어떨까요? 그러나 그는 담담히 붓을 꺼내 저 멋진 시를 남겼습니다. 우리의 삶이 괴롭고 어렵더라도 후대에 남길 멋진 시나 언행을 남길 수 있도록 오늘도 몸가짐을 생각합니다. 유명하지는 않더라도, 그러나 적어도 우리 가족, 이웃에게는 멋진 사람으로 남을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합시다. 감사합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다사다난한 2024를 보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