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퇴근길 버스에서(2)

<3>

by book within

어렸을 적 꿈과 대학 전공에 매달려있던 일에서 떠난 후, 꾸준한 돈을 벌기 위해 시작한 일은 매일 10시~11시에 끝이 났다.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를 타고 집에 도착하면 12시. 그 시간에 서울 종로 중심을 지나는 버스는 지하철역 두 개를 지남과 동시에 지친 몸을 버티고 서있던 사람들에게 자리를 만들어주었다. 처음에는 '앉을자리가 없으면 말고'라는 냉소적인 태도를 유지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앉았을 때 느끼는 감정의 유혹을 참을 수가 없어졌다.


손잡이에 의지하며 앞으로 쏠렸던 몸은 앉자마자 모든 긴장이 풀리고, 이대로 잠들고 싶을 정도로 포근했던 기억이 남아있다. 하지만, 그제야 하루 종일 서서 일하던 다리가 말을 걸기 시작했다. 아프다고, 힘들다고.

고등학교 졸업 직후 부러졌던 기억과 후유증이 과장되기 시작한다.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그때마다 느꼈던 다리의 통증은 볼 품 없는 자기 위로가 되었다.


-참 고생하는구나. 너 의지가 좋구나.


많이 나아진 이유는 지속적인 스트레칭과 병원 치료도 한 몫하겠지만 심리적인 요인이 가장 크다고 생각이 든다. 몸의 불편함은 건강이 안 좋다는 반증이 맞지만, 통증은 고통이 되기 전에 흘려보낼 수 있는 일이라는 걸 알았다. 세상에서 내가 제일 불행하고 아픈 줄 알았으니까.


다들 아프니까, 힘들고. 그래서 나도 흘려보내기로 했다.

아프면 약 먹고, 병원 가고. 운동하고. 딱 여기까지

그 이상의 의미는 절대 두지 않기로 했다.


장마철과 습한 날씨에 때로 통증을 느끼지만 오히려 기쁘다.


평소에는 크게 느끼지 못하는 일이 되었으니까.


몇 년 동안 퇴근길을 함께 했던 익숙한 분들에게 응원을 보냅니다. 알게 모르게 든든한 동료가 되었습니다.

keyword
일요일 연재
이전 03화퇴근길 버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