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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 버스에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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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 버스 안. 시간은 11시
한없이 커버린 몸이 콩나물처럼 고개를 숙이고 있다
뽑아달라는 듯, 무거워진 머리가 힘겹게 버티고 있었다


버스가 멈출 때마다 몸이 흔들린다

핸드폰을 보고 있다면 안심이 되지만
잠깐의 휴식을 취하는 것이라면 걱정이 된다


콩나물은 박스 속에서 계속 자라지만
우리는 여기서 멈춘 채 흔들린다
아무도 우리를 뽑아주지 않으니까


그래서 나는 맨 뒷자리에 몸을 숨겼다
괜히 다른 척, 그렇지 않은 척
살아있는 척, 고개를 제쳐 의자에게 도움을 청했다


어릴 때는 힘들다는 감정이 굉장히 특별하다고 느꼈습니다. 그게 엄청난 상상과 자의식 과잉이었다는 걸 깨닫고 나서야 주변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다른 세상을 알아갑니다. 그때 느끼는 감정들이 정제되지 못한 채 좋게 혹은 나쁘게 흩어졌습니다. 이 글은 나쁘게 흩어지는 감정들이 처음으로 달라졌던 스물한 살 때의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아직도 기억에 남아 몇 년째 메모장에 있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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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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