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1

오늘 내 몸에서 가장 먼저 깨어난 감각은 무엇이었는가?

by 전세화

사람들이 눈에 거슬리지 않게 움직인다.

그들의 움직임이 가느다란 잔상을 남긴다.
나는 사람을 보는 게 아니다. 생명이 없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그 주위를 생명들이 조용히 메운다.
내 시야의 주인공을 방해하지 않으려는 듯,
그들은 소란하지 않게, 또 적막하지 않게 주변을 오간다.
공간이 가득 차올랐다가, 다시 여백을 남긴다.


수많은 전등들이 내 눈 속으로 쏟아진다.
밝은 주황빛의 가장자리에서 빛의 선들이 곧게 뻗는다.
그 중심에는 동그란 핵이 있다.
그곳에서 둥근 파문이 번진다.
그 빛이 퍼져나가는 걸 가만히 바라본다.
나의 머리 위로 가장 밝은 빛이 내려앉는다.
그 빛의 끄트머리엔 무지갯빛의 원이 희미하게 맺힌다.
더 자세히 보려 집중하면, 금세 사라진다.


사라졌다 나타나기를 반복하던 빛이

이윽고 커다란 고리로 번져 시야를 가득 채운다.


나는 노트를 바라본다.
조금 전 적어 둔 글자들이 방금 본 주황빛으로 은은히 빛난다.
글씨가 잘 보이지 않는다.
감각에 기대어 검은 글씨의 끝에서부터
새 문장을 이어간다.
방금 본 빛의 잔상들이 사라지기 전에 종이에 옮겨 담는다.


카페의 문이 열리고 닫히며
서늘한 공기를 안으로 데려온다.
조금 전 남자가 남기고 간 한기가 채 가시기도 전에
아주머니들이 무리 지어 들어온다.
몇몇은 카운터 앞에서 머뭇거리고,
몇몇은 케이크 진열장을 들여다보고,
몇몇은 좁은 실내를 천천히 맴돈다.


글을 마치고 고개를 들자
그들은 어느새 사라지고,
그들이 머물렀던 자리를 잊고 있던 한기가 다시 채운다.
카페의 문은 여전히 열리고 닫힌다.


헤드폰 안에서는

〈Try Again (feat. Lauv) - Dallask〉가 흐른다.
네 번째쯤 반복 재생 중이다.
곡의 리듬이 양말 사이로 스며드는 서늘한 공기와 묘하게 어울린다.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옆 테이블의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눈에 들어온다.
컵 표면에 맺힌 물방울들이 빛을 받아 반짝인다.
작은 별빛이 되어 흔들린다.


잊고 있던 내 라테를 들어 한 모금 삼킨다.

부유하던 서늘함이 라테의 표면에 내려앉아 조용히 스며든다.
식어버린 온도가 목을 타고 내려간다.
조금 전까지는 따뜻했던 것 같은데,
이젠 낯선 온도다.



2025.11.10.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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