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지은 May 02. 2023

소통의 시작은 나 자신에게 귀 기울이는 것이다.

힐링육아 프로젝트

딸래미 눈물 쏙뺀 날을 꼽자면 열 손가락 열 발가락 다 합쳐도 부족하지만은 그 날은 좀 더 기억에 남아요. 아이가 밥을 먹다가 실수로 물을 쏟은 상황이었는데 그 맘때 저는 소통을 수박 겉핥기 식으로 배운 상태였죠. 저는 배운대로 "괜찮아~ 실수할 수도 있지~" 를 말하려고 준비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아이가 하나도 미안해하지를 않는거에요! 


좀 미안해하고 눈치보는 기색이 있어야 배운대로 '괜찮아~'를 시전하며 마음 넓은 엄마, 배운 엄마, 좋은 엄마 노릇을 할텐데 오히려 흘린 물이 자기 옷에 묻어 기분 나쁘다며 짜증을 내는것이 아니겠어요.


어라? 요것봐라?

니가 '하우아유'를 해야 

내가 '아임 파인 땡큐'를 할거 아냐!!


순간 저는 당황스러움과 분노를 동시에 느꼈답니다. 요놈이 너무 오냐오냐해서 기고만장 해졌구나! 그래서 준비했던 멘트는 다 내팽겨치고 내가 가진 모국어로 네살짜리 아이에게 실컷 화를 냈지요. 그러자 아이가 울며 잘못을 빌었어요. 저는 그제서야 '괜찮아'를 시전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기분이 영 깨림찍하더라구요. 

직감적으로 아주 기본적인 것이 어긋났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어요.


이해하지 못한 공식을 냅다 외워버린 적이 있나요? 그런 경우에는 문제를 풀때 공식을 대입하기가 참 어렵지요. 어떤 문제 상황에서 어떤 공식을 대입해야 할지 잘 떠오르지 않아요. 외운 공식도 자꾸 잊어버립니다. 하지만 기본부터 탄탄하게 이해를 했을 때는 공식이 내것이 되버리지요. 그럴때는 외운다는 개념 자체가 사라집니다.


그렇다면 소통의 기본은 무엇일까요? 

소통은 왜 배우는 것일까요?


아이가 울고 화내고 짜증내고 말 안듣는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배우는 걸까요?

좋은 엄마, 마음 넓은 엄마라는 자부심을 느끼기 위해 배우는 걸까요?

양육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의무감으로 배우는 걸까요?

내 감정을 감추기 위해 배우는 걸까요?


아닙니다.


우리는 인간대 인간으로 서로의 영혼에 가닿기 위해 소통합니다. 마음과 마음이 만나 함께 공명하며 울리기 위해 우리는 말을 하고 그림을 그리고 글을 씁니다. 육체가 맞닿고 싶은 순간조차 우리의 깊은 마음속은 영혼이 가닿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지요.


그 영혼이 지금 울고있던, 화를 내고 있던, 기뻐하고 있건 상관없어요. 나이도 역할도 책임도 의무도 상관없지요. 잘했냐 못했냐 평가도 상관없답니다. 그런것들은 오히려 '가면'처럼 작용해서 영혼의 대화를 하는데 방해가 될때가 많아요


마음과 마음이 만나 '와! 너와 나는 이렇게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구나. 우리 이렇게 함께 있구나. 우리는 하나구나.' 하는 마음을 느끼면 충분하답니다. 그럴때 우리는 치유되고 힘을 얻어요.


길바닥에 털석 털석 주저앉아 야한 농담도 곧 잘하던 나를 보고 친구들은 '넌 털털해서 좋아. 넌 꾸미지 않아서 좋아.' 라고 얘기했지요. 그래서 저도 제가 제법 솔직한 사람이고 생각했답니다. 


하지만 저는 진정 가슴의 빗장을 열어 누군가에게 나의 영혼을 보여주려 한적이 있었던가 생각해봅니다. 


나는 다른이의 영혼을 진심으로 마주하고자 했던 적이 있었던가? 

나의 털털함은 어쩌면 쿨~해보이고 싶은 또 다른 가면은 아니었을까?

제가 아이에게 얼마나 저를 보여주었나 생각해봅니다. 좋은 엄마이고 싶어서, 내 안의 분노가 두려워서, 또는 나조차 나를 몰라서 저는 아이앞에서 저 자신을 많이 감췄어요. 제 아이의 삶은 게임 속 npc와 함께 사는것 같이 인위적이로 외로웠을것 같아요.


물을 흘리면 호되게 혼이 나던 어린시절의 저 또한 많이 외로웠지요. 엄마의 책임감과 분노에 가려져 저는 엄마의 영혼과 단 한번도 제대로 만난 적이 없네요. 아이들은 영혼의 빗장 없이 태어나지만 이렇게 외로움이 계속되면 엄마를 따라 서서히 빗장을 걸어잠근답니다. 찬바람을 언제까지고 맞고 있을수는 없으니까 말이에요. 그렇게 빗장을 잠근 아이는 자기 자신과도 멀어집니다.


아이가 물을 흘려 짜증을 낼 때 제가 진짜 하고 싶은 말은 "니가 흘려놓고 난리야! 그만 징징거리고 당장 닦아!" 는 아니었을 거예요. 저는 무엇을 느꼈고 저의 영혼은 무슨 말을 하고 싶었을까요? 저의 진짜 속마음은 무엇이었을까?


오늘부터 우리의 영혼에게 귀 기울여보기로 해요. 적어도 나 자신에게 만큼은 빗장을 열고 그 안의 날것의 마음을 비판없이 만나봐요. 바보같고 이기적이고 아기같은 모습이라도 좋아요. 소통은 나의 영혼에 진심으로 스스로 귀기울이는 것부터 시작이니까요. 그리고 그 마음을 조금만 어른스럽게 다듬어서 아이와 만나봐요.


"옷이 젖어서 속상하구나. 엄마도 식탁이 엉망이 되서 속상하네. 엄마는 어렸을 때 물을 쏟으면 엄청 혼이 났어. 널 다정하게 달래주고 싶은데 그때 생각이 떠올라서 자꾸 억울한 마음이 들어. 엄마도 이렇게 달래주는 엄마가 있었다면 정말 좋았겠다."


아이에게 해주고 싶었던 말 "괜찮아. 실수할수도 있지~" 는 저 자신에게 해주고 싶었던 말인지도 모르겠어요.


지은아

너 자신을 솔직하게 표현해도 괜찮아.

실수할수도 있지.

누구나 그렇게 배워하는거야.


아이와 소통하기 힘들었던 시간을 떠올려보자. 나는 무엇을 느끼고 말하고 싶은가?나의 진짜 속마음을 솔직하게 적어보자.
이제 그 언어를 조금만 어른스럽게 고쳐보자.

 

소통을 배우는데 도움이 되는 서적

- 부모역할훈련 (토마스 고든)

- 비폭력대화 (마셜 B, 로젠버그)

- 내 아이를 위한 감정코칭 (최성애,조벽,존 가트맨)


글 : 이지은 @written_by_leejieun

그림 : 정정민 @jungmin_day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