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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르지마! [기쁨버튼]

성적 기쁨을 누리자.

by 이지은

당신의 첫 자위는 어떻게 시작됐는가?

그런 거 모른다고?

허허 이거 왜 이래? 선수들끼리.

그럼 내 이야기부터 해볼까.


나의 첫 자위는 샤워를 하다가 시작됐다.

샤워기로 내 몸을 구석구석 닦다가 그만 물줄기가 성감대를 자극한 것이다.

그때 나의 봉인되었던 [기쁨 버튼]은 눌려버렸다.

오 이런. 맹세컨대 정말 이건 실수로 일어난 일이었다.


난 직감적으로 알았다.

방금 엄청난 것을 알아버렸다는 것을.

그리고 이건 비밀로 간직해야한다는 것을.





그날부터 나의 샤워는 길어졌다.

종종 한 시간 가까이 한적도 있으니 당연히 수도세가 많이 나왔을 거다.


화가 난 엄마는 내가 샤워를 할 때마다 문을 쾅쾅 두드렸고, 엄마 눈치를 보면서도 나는 [기쁨 버튼] 누르는 것을 멈출 수가 없었다.


그렇게 [기쁨 버튼]을 누를 때마다 혼나고 눈치를 보게 되다 보니 마치 종만 치면 침을 흘렸다는 개처럼 나의 [기쁨 버튼]은 어느새 [기쁨+죄책감 버튼] 이 되어있었다.


자꾸 내가 나쁜 아이가 되는 것 같았다.

떳떳하지 못한 사람, 죄인이 된 기분이었다.

내 마음에 그늘이 생긴 것이다.

나는 태양을 피하고 싶어 졌다.

오 신이시어!

왜 내 몸 한가운데에 [기쁨 버튼]을 만들어 놓고 누르지 말라 하시나이까!!

애초에 이 딴 것을 몰랐다면 더 행복했을 것을!

처음부터 이런 기쁨따위는 느끼지 않도록 창조하시지 그러셨어요!


혹시 이건 천국에 갈만한 고결한 자를 선발하는 자제력 테스트인가?

그렇다면 고결한 자들의 자발적인 멸종이 신의 뜻이란 말인가?


.........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 안 된다.

사랑의 상징인 신이 그럴리가 없지 않은가.


이렇게 생각해 보면 어떨까?

우린 이 [기쁨 버튼]을 선물로 받은 거라고 말이다.


인간의 삶은 사실 너무 고되다.

특히 아이를 낳아 기르는 과정은 거의 고행에 가깝다.

나는 외동딸을 기르는 과정에서 (거의)부처가 되었다.

이제 어느 회사에 어느 상사를 만나도 유연하게 대처할 자신이 있을 정도다.

그 어떤 진상도 내 얼굴에 모래를 뿌리거나 욕조에 똥을 싸지는 않을테니까.


이런 우리네 삶에서 [기쁨 버튼] 이 없었다면 우린 진짜 멸종했을지도 모른다.

이를테면 우리삶의 당근(위험할때 흔드는 용 아님)이자 위로인 셈이다.


하지만 이 선물에 인간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죄책이란 딱지를 덕지덕지 붙였고 그러다 보니 우리도 모르게 스스로를 감옥에 가둬버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신승리라고?

상관없다.

나는 전자보다는 후자가 훨씬 더 말이 되는 것 같다.

그것이 내 정신건강에도 나을것이다.


그래서 나는 내 기쁨 버튼에서 죄책감을 지우기로 했다.

쓱쓱!

[기쁨+죄책감 버튼]


아 이제야 개운하다.

속이 아주 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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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맘 편하게 기쁨을 누릴 수 있겠다.


후우~

멋진 글을 하나 썼으니

개운하게 샤워나 한 번 하고 와야겠다!



이지은의 인스타

https://www.instagram.com/written_by_leejie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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