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부터 친구들은 우리집에는 잘 오지 않으려고 했다.
내 엄마가 무섭다는 이유에서였다.
우리엄마 진짜 화난거 보지도 못했으면서...
왕년에 우리엄마가 좀 무섭긴 했다.
풀어주는 척 하다가도 돌연 불같이 화내는 변화무쌍한 스타일이셨다.
훈육에 임팩트와 가성비가 있었달까?
맞는 순간의 기억은 없다.
심지어 시간이 지나면 뭐 때문에 맞았는지도 잘 기억이 안난다.
하지만 엄마가 회초리로 쓸 나뭇가지를 한아름 끊어왔던 기억과
"몇 대 맞을래?"
하고 물었던 것은 생생하게 기억난다.
나는 눈물 콧물 질질 짜며 어깨를 잔뜩 웅크린채 서있다.
한대? - 미쳤니? 반성을 안 했다고 뒤지게 맞는 수가 있어. 정신 차려!
두대? - 엄마 표정 봐! 이게 두대로 될 일이라고 생각해?
세대? - 이 정도면 충분할까? 으아..너무 애매해.. 엄마는 도대체 몇 대 때리고 싶은 걸까?!
아싸리 다섯 대? - 이 정도면 진짜 충분하겠지?? 하지만 다섯 대는 너무 아프잖아!!
두려움이 너무 컸기에 굴욕감을 느낄 여유는 없었다.
만 분의 일초 동안 살기 위해 내 머리가 풀가동 중이었다.
차라리 그냥 때리지!! 이게 무슨 신종 고문인가?
그 순간의 얼어붙은 아이는 오랜 시간 내 마음 한편에 남아있었다.
유년기 내 삶의 큰 맥락은
[인간은 어떻게 하면 덜 맞을 수 있는가]였다.
모든 선택은 그 맥락 안에서 이루어졌다.
그럼에도 자주 맞았지만 말이다.
그 맥락은 커서도 나를 지배했다.
[인간은 어떻게 하면 무난하게 살 수 있는가]로 모양만 바꿔서.
식당이나 미용실에서 컴플레인을 하는 사람들이 참 용감해 보였다.
아니 밥 한 그릇 가지고 저런 위험한 짓을?
나는 좋은 게 좋은 거고 불편하면 피해 가는 사람이 되었다.
맞다. 쉽게 말해 쭈구리가 된 거다.
아니! 잠깐? 어디서 쭈구리 비웃는 냄새가 나는데?
쭈구리가 나쁜 것만은 아니다!
보정동 쭈구리 대표로서 말하는데 쭈구리에게 장점이 얼마나 많은데~!
눈치가 빨라서 귀신같이 분쟁을 피할 수 있는걸!
어디서 싸움이 났다고?
그게 누구 건 절대 나는 아니다.
심지어 가끔은 불쌍해 보여서 챙김을 받을 때도 있다.
자존심 상한다고?
허허. 당신은 쭈구리로써 탈락이야!!!!
쭈구리라면 응당 자존심보다는 안전이 최우선이거늘!
게다가 같은 쭈구리끼리 만났을 때의 그 편안함이란!!
우리 쭈사모는 서로 딱 보면 딱 알아본단 말이지.
자 어때?! 당신도 당장 쭈사모에 들어오고 싶지 않은가?
엇? 갑자기 눈 앞이 침침한데..
.....
나 눈물 좀 닦고 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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