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은 좋았다.
다행이구나 네가 가는 날 이렇게 좋아서.
그래놓고는 나흘 내리 비가 내렸다. 내 마음을 네가 아는구나.
뭐 그리 좋다고 급히 가버린 친구가 아프기도 하고 놓지도 못해서 내내 가슴에 추운 겨울바람이 불었다.
겨우 일어나 걸었다. 바람의 차가움이 살을 파고든다.
온통 눈발 날리던 숲 속 바람은 좀 잦아들었다.
친구는 작년 가을이 시작되던 그날 암 선고를 받았고 가을엔 병원에 있었고 겨울엔 요양원에 있었다.
그저 항암이 독해서 요양원에서 쉬어야 한다고 하던 녀석의 말을 나는 믿었다.
올해 봄 친구는 돌아왔다.
그제야 난 친구가 마지막을 준비 중이라는 것을 알았다.
나의 무심함을 책망했다.
아무리 암이어도 1.2년은 사는 줄 알았고 그 사이 나을 수도 있을 거라 생각했다.
독한 항암의 명성이야 들었으니 쉬느라 못 내려와서 요양원에 있다고 생각했다.
나 갈까 물어도 괜찮다고 오지마라고 남편이 와 있다고 해서 식구들이 같이 있구나 생각했다.
생각, 생각, 생각.
모든 것이 나의 생각이었다.
나의 자만이고 오만이고 이기심이었다.
천근한 나의 지식으로 인한 좁은 늪에 들어앉아서 오로지 내가 보고 듣고 생각하는 바가
옳다고 믿은 나의 오만이 얼마나 비참한지.
친구는 가을에 암 선고를 받고 봄에 떠났다.
7개월 동안 친구는 무엇을 생각했을까?
바람피운 남편을 생각했을까.
그 남편이 키울 나이 어린 딸아이를 생각했을까.
가버린 친구 마음도 헤아려지지 않는 이 밤에 나는 운다.
남은 사람들이 너무 많이 울면 가는 사람이 편히 못 간다고 그러니 웃으라고 그래야 49일 동안
편히 제 찾을 길을 찾아간다고 어느 어른이 말씀하셨다.
그러니 그만 울라고. 편히 가게 해 주라고.
나는 또 눈물이 찬다.
얼른 닦아내지만 자꾸 눈물이 찬다.
너를 보낸 지 이제 열흘밖에 안 됐는데 나... 어찌 버티지?
너 없는 이 세상 이 시간들을 나는 어디다 하소연하면서 살까.
또 이기적인 내 마음이 이 밤 내 맘을 아프게 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