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매화

by 희도


음력 삼월 열 야드레
할아버지는 돌아가셨다

가끔 동네 어른들 손 부족하다고
할아버지는 삼색 한지를 한 뭉치 들고 와 꽃을 접었다
할머니 잔소리를 곡조 삼아 한 송이 한 송이 피워내셨다
한 손엔 연꽃이 한 손엔 모란이 핀다

노라발갛게 물든 가을 숲이 안 좋으냐며
밝고 맑은 달이랑 그래 살소 잉 하면서
작약을 피워 목련나무를 대청에 키워냈다

"하기사 뭔 상관이것냐 태우면 재가 돼 날아갈 틴디 인생사 그리 덧없는 것인디"

덧없다는 인생을 곱게도 정성 들여 키우신 그 향기는
고스란히 손에 남았다

재가되믄 세상 구경 댕겨 보고 안 좋겄냐며
홀홀 날아다니게 화장을 해 달라던
유음은 아버지 체면치레에 묻혔다

음력 삼월 열 야드레
내가 접은 붉은 꽃은 상여 위에 피어 고샅 아래 매화나무에 걸쳤다

할아버지가 머문 매화는 해마다 붉게 피어
봄은 부끄럽다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