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시를 쓰다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희도 Feb 28. 2023

여우비

 

찰나의 순간에 너를 보았음이라     


땅이 보내는 비릿한 흙냄새로,

이슬방울 꽃 이파리 위로 얹혀

반짝이는 것으로

너를 잃었다는 것을 알았다     


잡을 수도 보낼 수도 없기에 괜한 구름만 헤집었다

아쉬운 손짓에 뜨거운 눈동자로 넘치게 바라만 보았다

불타는 심장이 처절하게 타오른다

그제야 사랑인 줄 알았다     


땅은 불타오르는 대지를 식혀버린 너의 죄를 묻고

너는 꽃 이파리 위에 얹혀 대지의 품을 그리는 헛된 미망을 품고

나는 너를 다시 구름으로 돌려보내야 하는 숙명을 안았다     


해탈의 경지는 인내며 인내의 경지는 허망이라

억겁의 시간을 돌고 돌아 전생을 훑고 훑어

금성과 화성이 한 줄로 서던 날

불꽃 아래로 바람은 숨을 죽이고 구름은 흩어짐이라     


찰나의 순간에 너를 보았음이라     


애끓으며 그림자 쫓고

헤매고 헤집어 너를 만나고자 했음은

지극한 나의 그리움이었다

황금빛 햇살을 안고 떨어지는 너를 진저리 치게 사랑하였다     


구름마저 재가 되어 버린 청명하고 맑은 나의 치 떨리는 사랑이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애먼세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