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데 뭘 시켜서 와야 하는 거야? 짜장면 시켰나 보다. 웬일이시래? 절대로 그런 것을 일꾼들에게 먹이시는 거 아니다는 분이. 밥이 보약이라며 힘들게 내 일 해주는 사람들에게 그런 소화 안 되는 면 쪼가리 먹이는 거 아니라는 분이?! 일하느라 힘겨운 사람들 배부르게 밥 먹여야 한다는 분인데. 뭐 읍이래야 5분도 안 걸리는 거리니 떡지지는 않겠으나 그래도 이 많은 양은 좀 아닌데? 트럭으로 오실래나....
경운기에 이것저것 밥상에 필요한 식기들 챙겨 담아 올리고 할매가 올라가신다. 그리고 할아버지 부축을 받아 상할매가 올라가신다.
거동도 불편한 양반이 왜? 아이 씨. 상할매까지 날 버리는 거야?
“왜 상할머니도 가시게? 나 잘못했다고 비는 거 구경하게?”
입을 삐죽이니
“얼매나 좋은 구경이냐. 놓칠 수 없는 구경거리 아니냐. 울 손지가 넘한테 비는 거 보는것이 어디 쉬운 일이간디. 잘못했다 생각 안 들믄 맞음서도 절대 빌도 안하는 인사 아녀 니가. 그랑게 꼭 가서 봐 줘야 쓰겄냐 안. 이 할미가!”
몬살아. 가끔 보면 상할매도 꼭 할아버지 같다. 자식을 보면 부모를 안다더니 딱 맞는 말이여.
아니다 그럼 나도 울 아비 딸이 되니까 딱 맞는 말은 아닌 걸로.
경운기는 나의 창피함을 외면하고 더 큰 소리로 털털 소리를 내면서 내가 가고 있노라고 알리고 있다. 중간에 몇 번 세우고 물어오시는 어른분들께도 내려서 깍듯하게 걱정 끼쳐 죄송했노라고 지금은 괜찮다고 말씀드려야 했다. 그때마다 울 할매들의 웃음소리는 영판 즐거운 것이 아니었다. 경운기는 신나서 달리고 나의 머리는 점점 더 무거워진다.
길가에 경운기를 세우기가 무섭게 울 목청 좋은 아재
“아재요 오늘 새참이 많이 늦소. 배고파서 자라지도 않은 모라도 씹어 묵겄소.
오메, 울 조카는 거머리 띠었냐아. 겁나게 조신해져서 와붓다 잉.”
갈아입고 온 셔츠와 청바지를 보고서는 놀리기까지 하신다. 참 힘도 좋다, 아재는.
그새 네 번째 논이 시작을 알리고 있었다. 그만큼 새참이 늦었다는 것이다.
나와서 새참 먹으라는 할아버지 말씀에 모두 탈탈 털면서 걸어 나오셔서야 상할매를 보고 인사들을 하신다.
“어쩌게 여그까지 오셨어라. 집에 계시덜 않고, 날도 더운디.”
“괘안네, 바람도 쐴 겸 그리그리 따라 나와봤네. 우리 집 일 해 주는디 와바야제. 울 아그가 말짓도 부렸다 글고.”
“말짓은요. 이뻤당게요. 어디 가서 저 이쁜 짓을 또 보겄어요. 안 한다고 다들 도망가기 바쁜디 해보겄다고 나서는 것만도 이쁘제라.”
다행이다. 창피해 죽겠는데 아짐이 편을 들어 주신다. 감사하다. 그래도 지금이 기회다. 죄송했다고. 고생해서 일하시는 데 방해만 되고 수선만 피웠다고. 정말 죄송하고 잘못했다고 정중하게 사과드렸다.
“아이고 숙모. 좋은 구경거리 놓쳤어라. 아짐 몸빼 입고 모 밟으면서 발랑발랑 뛰어가던 거를 봤어야 했는디. 아조 볼만했당게요. 아이고 놀란 걸 생각하믄, 내가. 아픈 애가 쌩하니 뛰어 가는디 지가 다 정신이 없드랑게요. 괘안은가 아재 오실때가정 편칠 않았당게요. 가봐야 하나 어째야 하나 싶고. 하여간 애가심이여. 그래 몸은 괜찮은거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