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시를 쓰다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희도 May 02. 2023

소나무

              소나무 

                                                          

휘돌아 휘감는 바람은 매몰차게 가지를 꺾고 웃으며 이파리 흔들며 떠나간다

바람은 방향을 잃고 구름 잡고 숨 한번 돌린다     


매서운 바람과 세찬 소나기를 온몸으로 받으며

휘고 꺾어 잔가지를 부러뜨리면서 굴하지 않고 잎들을 피워내고

벼랑 끝에 서서 바람도 소나기도 삼킨다

사랑과 이별을 견디며 풍운화를 피워내고 향을 삼키며 지켜낸 수려함인가

인간의 욕심이 한스러워 세상을 등졌던가 

벼랑 끝 바위들의 텃새를 홀로 견뎌야 했던 외로운 시간

스쳐 지나가는 인연을 안으며 배웅조차 하지 못하고도 의연했던의연해야 했던 시간

잔바람이 새살 대는 소리에 잠시 넋을 둔 행복의 시간

물바람이 쌕쌕대는 잔소리에 시름을 얹어 슬픔을 마주하던 시간

애써 잊으려 않고 그저 그 자리에 두어 거두어들이지 않던 치 떨리는 적막한 고독의 시간

시간을 기워 엮어 만든 고운 비단 천 펼친다달빛 은은한 밤에      


제 몸을 휘어 하늘을 품고 

홀로 바위를 품고

세상사 인간의 경외를 품은 벼랑 끝 소나무      


두루마리 속 화선지 안에서 작은 세상을 무심히 내려본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 월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