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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도 Jun 16. 2023

꽃등

보름은 지인즉 지났는데

때아닌 밝은 달에 안해의 눈가에 이슬은 내려앉고

애꿎은 목련화만 부끄러움에 머물 곳 몰라 서글픈 달빛으로 숨고

비치고자 했던 마음은 아니었으나 괜스레 여러워 

이슬비에 몸을 실어 바람에 숨을 죽인다


투둑 툭 떨어지는 봄비에

봄은 자꾸 추위를 타고 제 옷깃을 여민다     


처마 끝 걸친 가붓한 풍경소리 안해 맘에 달은 뜨고

세상 헤매 도는 아들의 걸음 위에 부처의 손길이 닿기를

젖은 소매 끝 접어 올려 합장 한 손은 허전하고

빈 뜰의 고요함 위로 울리는 기도의 울림은 묵직하고

뚝하고 떨어지는 꽃등에 눈가의 이슬도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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