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나무
은행잎이 익어간다
여름 땡볕에도 초록 초록 버티고 섰드만
설핏 주저앉은 햇살에 저도 모르게 익어간다
저눔의 가시내
절대 잘못했다 소리 안 하는 저 고집 좀 보소
오장육부에 오기보가 하나 더 있지 저 가시내가
집이 흔들리는 할머니 호통에도 꼿꼿한 계집아이
잘했다 잘했어 니가 허도 안 한 잘못까지 뒤집어쓸 필요는 없제
고만 성깔 부리고 요거 묵자
토닥이시며 증조할머니가 꼴마리 들춰 꺼내 준 사탕에 소매춤으로 눈물 훔치던
가시내를 훔쳐본 게지
그래서 오지게 뜨겁던 여름 땡볕엔 오기 부리느라
초록 초록 버티고선
할머니 꼴마리에서 나온 사탕빛에 익어가는 너도 결국은 나랑 똑같은 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