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기억하고 달려와주는 거죠
친정으로 거처를 옮기면서 자두와 이별했다.
산책하다 지나가는 개만 봐도 눈물이 맺혔다.
자두가 그리워 쓴 글과 시가 수십 편이다.
왕복 4시간 거리도 멀다 않고 만 3년 이상을 한 주도 거르지 않고 자두를 보러 갔다.
우린 충분히 하루를 함께 보냈지만 헤어질 땐 여전히 아쉬웠다.
일주일만 참으면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보고픔을 견뎠다.
자두를 만나러 가는 길은 여행처럼 언제나 기대되고 설렜다.
내가 자두를 보고 싶어 하는 것만큼 자두도 나를 기다리는듯했다.
내가 온 걸 알아차리면 어떤 날은 미친 듯이 날뛰고 어떤 날은 배를 내놓고 누워 오줌을 지렸다.
그런 자두를 2023년 8월 6일 이후로 보지 못했다.
물론 딸이 보내주는 사진으로는 여러 번 만났다.
카톡 속 자두를 보면 그리움이 일어 사진을 보내지 말라고 했다.
맘만 달리 먹는다면 오늘이라도 자두를 만날 수 있다.
하지만 그럴 수 없다. 그래선 안된다.
어차피 함께 살 수 없는 형편이니 자두아빠와 행복하길 바라며 마음을 다잡고 잊는 중이다.
자두에게 한 가지 바라는 게 있다면
나를 잊고 아빠랑 잘 지내는 거다.
지금 자두아빠에게 필요한 건 자두이기 때문이다. 치료견으로.
자두에게 한 가지 더 바라는 게 있다면,
기약할 수 없지만 우리가 함께 하는 날, 나를 기억하고 달려오는 거다.
엄마가 돌아가시면 함께 살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젠 그럴 수도 없다.
자두와 나의 인연은 여기까지 인 걸까.
자두야, 비가 내려
넌 웅크리고 엎드려 빗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겠지
창의 중문이라도 열려 있으면 바깥세상이라도 구경할 텐데
사방문이 다 닫혀있겠구나
3년만 기다려
3년 후엔 엄마랑 같이 살자
그땐 비 맞으며 산책하고
눈 내리는 눈길도 걸어보자
네가 자의식이 없어서 난 마음이 덜 아프다
내가 널 그리워하며 눈물을 흘리듯
네가 그런다면 난 마음이 찢어질 것 같아
자두야, 3년만 기다려
비 오는 창밖을 함께 구경하자
- 2022년 3월 13일 쓴 시
자두는 생후 두 달쯤 엄마를 잃고 형제와 헤어져 우리에게로 왔다.
나의 '셋째 딸'이 되었고 '내 사랑' 자두가 되었다.
견생 7년 5개월인 자두는 올해 나와 동년배가 되었다.
같은 하늘아래에서 함께 나이 들어가지만
자두는 나보다 더 빨리 늙을 것이다.
슬픈 생각이지만 자두가 무지개다리를 건널 때 내가 배웅해 줄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다.
늘 네 마음 깊은 곳에 있는 자두, 무지개 빛 7가지 다채로운 빛깔로 남아있다.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동네 개 들이 눈에 들어왔던 게.
자두를 보지도 만지지도 못하는 그리움과 외로움에 동네 개들을 찾았던 것 같다.
하릴없이 동네를 오가며 동네 개들에게 접근했다.
걔네들 입장에서 보면 난 수상한 사람에 불과했다.
이름을 모르니 부를 수 없었고 간식으로 유인했으니까.
동네 개 친구가 여러 명 생겼다.
첫 번째 친구는 돼지국밥 집 누런 발발이 '안녕이'
두 번째 친구는 '안녕이'때문에 알게 된 카센터 진돗개 '하루'
세 번째 친구는 레이디가구의 레트리버 '레이'
네 번째 친구는 금산마을의 흰 개 '금순이'
물론 걔네들도 나를 친구로 여겼다고 생각한다.
물어볼 수은 없지만. 나를 반겼고 기다렸으니까.
하지만 '안녕이'는 나를 친구로 생각하지 않았을지 모르겠다.
끝내 곁을 내주지 않고 어느 날 사라져 버렸으니까.
스쳤던 떠돌이 개들, 동네 동물 친구들도 가슴 한편에 소중한 기억으로 살아있다.
그것으로 좋다.
이 모든 친구들과 헤어지고 난 새 동네로 이사를 왔다.
다섯 번째 친구는 아직 없다.
산책하며 동네 곳곳을 기웃댄다.
함께 마음을 나눌 친구가 있을까 하고.
길냥이와도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인생이 만남과 이별의 연속이라 하지만 이별은 언제나 마음이 아프다.
그게 사람이든 동물이든.
동물과는 일방적인 단절이라 아픔이 더한 것 같다.
동물은 이별을 받아 들 일수 없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