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 2025. 07. 02.(수)
요즈음 내가 웃을 만한 일은 주로 손녀딸과 관련해 있다. 또래에 비해 말이 빠른 편인 우리 손녀딸은 요즘 부쩍 말이 늘었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자꾸 손녀딸에게 말을 건다.
며칠 전 일이다. 손녀딸을 어린이집에서 하원시켜 딸네 집으로 갔다. 거실에서 한동안 놀던 손녀딸이, 냄새나는 방귀를 몇 번 뽕뽕 뀌더니 응가를 하겠다며 화장실로 다다다 달려갔다. 얼른 뒤따라가 손녀딸을 변기 위에 앉혔다. 손녀딸은 얼굴이 약간 빨개질 정도로 힘을 주며 일을 보았다. 아이들은 뭘 해도 귀엽다. 우리 손녀딸은 응가하는 모습마저 귀엽다. 할아버지의 눈에 낀, 그 단단한 콩깍지 때문일까?
손녀딸의 응가가 생각보다 시간이 걸렸다. 약간 심심해져서 손녀딸에게 "순돌아, 너 아기였을 때는 기저귀에다 응가했다."라고 말했다. 손녀딸은 잠시 무언가 생각하는 듯한 표정을 짓더니 "할아버지, 어떤 아가는 응가하고 나서 으앙 으앙 울어서 엄마, 아빠가 기저귀를 갈아 주었는데, 나는 응가하고 나서도 방긋방긋 웃어서 엄마, 아빠가 응가한 줄도 몰랐대."라고 했다.
손녀딸은 그 이야기를 어떻게 보면 담담한 표정으로, 어떻게 보면 약간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이야기했다. 마땅하게 대꾸해 줄 말을 찾기는 힘들었다. "우와, 대단하다. 정말 잘했다."라고 칭찬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렇다고 흉을 볼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다만 변기 위에서 끙끙 힘을 주며 그런 말을 하는 손녀딸을 보니, 너무너무 귀여워서 계속해서 웃음이 미어져 나왔다.
어제는 일이 있어 서울에 가느라 아침에 손녀딸을 보러 가지 못했다. 아내에게 전해 들은 이야기이다. 아내가 딸네 집에 들어갔더니 손녀딸은 이미 깨어나 제 방 침대에 누워 있더란다. 아내가 손녀딸에게로 다가갔더니 손녀딸은 침대에 누워서 "미야우(miaow), 미야우(miaow)."라는 소리를 계속해서 냈다고 한다. 아내가 왜 그런 소리를 내냐고 물었더니, 손녀딸은 엄마가 그러라고 했단다. 아내가, 손녀딸의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해 재차 물으니 "엄마가 쥐가 나면 '미야우(miaow), 미야우(miaow)' 하라고 했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는 것이다.
발이 저리자 침대에 누워서, 엄마가 한 말을 떠올려 '미야우(miaow), 미야우(miaow)'라는 소리를 내고 있는 손녀딸의 모습을 보지 못한 게 못내 아쉽다. 아내가 전해주는 말만 듣고도 손녀딸의 모습이 떠올라 너무 귀여운데 그 모습을 실제로 보았으면 얼마나 귀여웠겠는가! 나중에 딸내미에게 이 이야기를 했더니, 언젠가 쥐가 나면 '야옹야옹'하면 된다고 얘기해 준 적이 있다고 했다. 손녀딸은 제 엄마 말을 잊지 않고 아주 적절하게 사용한 것이다. 왜 굳이 '야옹'을 '미야우(miaow)'로 바꾸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