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녀딸과 함께하는 하루하루

<80> 2025. 11. 10.(월)

by 꿈강

딸네 집 문을 열고 들어가니 손녀딸은 제 침대에서 곤히 잠들어 있었다. 독감을 심하게 앓은 끝이라 혹여 후유증이 남아 있지 않을까 염려했는데 다행이다. 사위는 곧 출근길에 올랐고 딸내미도 제 도시락을 싼 뒤 출근한 다음에도 손녀딸은 잠에서 깨지 않았다. 퍽 피곤했던 모양이다.


음식물 쓰레기 버리고 빨래 개키는 등 딸네 집 소소한 집안일을 어느 정도 해 놓고 아내와 아침밥을 먹고 있는데 할머니를 부르는 손녀딸 목소리가 들려왔다. 시계를 보니 7시 30분이 다 되었다. 아내가 부랴부랴 달려갔다. 나도 아내 뒤를 따라 손녀딸에게로 갔다. 손녀딸은 침대에 누워 아내에게 마사지를 받고 있었다. 마사지라고 해야 손가락과 발가락을 꼭꼭 눌러준 다음 손톱과 발톱 부분을 탁 튕겨주는 것인데 손녀딸은 이 마사지를 꽤 즐긴다.


마사지를 마친 아내가 손녀딸에게 이제 나가자고 하자 손녀딸은 애착 인형 '보노'를 끌어안고 거실로 나갔다. 텔레비전을 틀어주고 아침을 먹였다. 소고기 뭇국에 만 밥과 여러 가지 과일이 손녀딸의 아침밥이다. 손녀딸은 대개 밥과 과일을 번갈아 가며 먹는다. 이유는 알 수가 없다. 과일을 반찬으로 생각하는 걸까? 또 밥은 내가 떠먹여 주어야 하는데 과일은 곧잘 제가 집어 먹는다. 언제쯤 제 손으로 밥을 먹을지 자못 궁금하다. 여섯 살이 되면 스스로 먹으라고 해야 하나 생각하다가도 그러다가 어린이집 등원 준비 시간이 한없이 늘어질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 미리미리 연습을 시켜야 할까 보다.


어쨌든 오늘 등원 준비는 평소처럼 순조로웠다. 밥도 잘 먹었고 아내가 골라온 옷도 한 번에 오케이를 받았다. 아내가 양치질을 시킬 때도 아주 협조적이었고 어린이집에 갈 시간이 되어 내가 텔레비전을 끄라고 했더니 순순히 껐다. 화장실 볼 일도 다 보고 이제 신발 신고 문을 나서기만 하면 되는 순간, 사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손녀딸이, 어린이집에 가져가겠다며 무언가를 찾기 시작했다. 잘 들어보니 어제 엄마와 함께 공부한 다음 잘라 놓은 것이라고 했다. 종이와 크레파스 등이 어지러이 놓인 좌탁 위를 이리저리 뒤지더니 그 속에서 한 장을 집어 들었다. 그래서 이제 빨리 어린이집에 가자고 했더니 손녀딸은 하나가 더 있다며 계속 무언가를 찾았다.


손녀딸에게 어떻게 생긴 걸 찾느냐고 물었더니, "핸드폰과 핸드폰 줄 연결하기, 엄마랑 한 거야."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손녀딸의 말이 정확하게 이해되지는 않았지만, 내 머릿속을 휙 스치고 지나가는 게 있었다. 손녀딸이 일어나기 전, 좌탁 주변을 정리하다 흩어져 있는 종이 쪼가리를 몇 개 버렸는데 그중에 손녀딸이 찾는 게 있었던 것이다.


손녀딸이 찾고 있는 그 종이는, 내가 아까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면서 종이 분리수거 포대에 버린 터였다. 찾을 도리가 없었다. 그래서 "순돌아, 다른 거 가지고 가면 안 될까?"라고 말했다. 손녀딸은 금세 눈물을 흘리며 "싫어!"라고 외쳤다. 아무리 찾아도 없으니 다른 걸 가지고 가자고 재차 말했다. 그랬더니 "싫어. 할아버지 왜 그래? 할아버지 미워!"라며 울음을 그치지 않는다.


아내가 나섰다. "순돌아, 울지 말고 같이 찾아보자."라고 말하며 손녀딸을 놀이방으로 데려갔다. 놀이방에 손녀딸이 찾고 있는 물건이 있을 리가 없다. 내가 이미 버렸으니 말이다. 머릿속이 하얘지는 기분이었다. 사태를 해결할 뾰족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런데 그 순간 기적이 일어났다. 아내가 "순돌아, 이거 가지고 가면 어때?"라고 했더니 손녀딸이 "예쁘다!"라며 그걸 가지고 가 친구들하고 놀겠다고 했다. 티니핑들이 잔뜩 그려져 있는 스티커 북 비슷한 것이었는데, 그게 뭐든 손녀딸 마음이 달래져서 천만다행이었다.


손녀딸의 손길이 닿은 것은 아무리 하찮아 보여도 함부로 버리지 말아야 한다는 교훈을 얻은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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