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권 강화와 학생 인권 강화는 모순이 아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교육부에서 내놓은 교권 강화 대책들도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교사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교권 강화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데, 교육부에 그걸 바라는 건 정말 언감생심이다. 그러나 지금 상황으로는 교육부를 통하지 않고 교권 강화 대책을 마련할 뾰족한 방법이 없으니 그야말로 답답한 형국이다.
교권 강화와 관련한 논의 중 가장 걱정되는 점은 '학생인권조례'를 손보자는 움직임이다. 정부 여당 일각에서 이런 말이 나오고 있는 듯하다. 학생들의 인권이 신장되어 교권이 추락했다는 인식을 하는 경우도 있다. 35년 교직생활 경험상, 학생 인권 강화와 교권 추락은 별다른 상관관계가 없다.
별개의 사안이다. 학생 인권도 지금보다 더 강화해야 한다. 옛날보다야 많이 나아졌지만, 학교에서 학생들은 그다지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 내가 교직생활을 시작한 때와 비교했을 때, 학생들의 복장 관련 규정과 용모 관련 규정이 좀 더 허용적으로 되었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학생들은 여전히 일단 학교에 등교하고 나면 학교 밖으로 자유롭게 나갈 수 없다. 물론 담임교사에게 이야기하면 대개의 경우 외출이나 조퇴를 허락해 주지만, 교사에 따라 꽤 까다롭게 구는 경우도 있다. 담임교사에게 구구절절이 이야기하는 게 싫어 외출이나 조퇴를 포기하는 경우를 보기도 했다. 학생 인권적 측면에서 볼 때, 학생이 조퇴를 원하면 그 까닭을 너무 시시콜콜하게 묻지 말고 허락해 주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물론 부모님과 통화해서 동의를 얻은 다음에 말이다.
이 밖에도 학생들은 자연인으로서 마땅히 누려할 것들을 누리지 못하는 경우가 아직 제법 많다. 이런 점에 대해 동료 교사들과 얘기해 보면, 동료 교사들은 그게 무슨 문제냐는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 하나만 예를 들어보자. 내가 근무한 고등학교 학생들은 슬리퍼를 신고 등교하면 벌점을 받는다. 몇몇 학생에게 슬리퍼를 신고 등교하면 안 되는 이유를 물었더니, 모른단다. 담임 선생님이 슬리퍼 신고 등교하면 안 된다고 했단다. 그래서 몇몇 담임교사에게 물었더니, 이유는 정확히 모르고 학생부장 교사에게 전달받았다고 했다. 학생부장 교사에게 물었더니, 학생생활규정에 그렇게 되어 있다며 본인도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내가 근무한 그 학교의 교사들 중에는 슬리퍼를 신고 등교하는 사람이 꽤 많았다. 교사들은 슬리퍼를 신고 등교해도 되고 학생들은 안 되는 이유를 명확하게 해 주어야 하는데, 그 누구도 그러지 않고 슬리퍼를 신고 등교하는 학생들에게 벌점을 부과한다. 그래서는 안 되지 않는가. 자신이 신고 싶은 신발을 신고 등교할 자유 정도는 학생들에게 주어도 좋지 않을까?
학생들의 인권도 강화하고 교권도 강화함이 마땅하고 옳은 일이다. 학생의 인권을 옥죄고 교권을 강화하는 것은 올바른 방향이 아니다. 교육 당국이 교육 현장과 적극적으로 소통하여 교육 현장에서 요구하는 교권 강화 대책을 내놓기를 진심으로 빈다. 교육이 바로 서지 않으면 우리나라의 미래는 매우 불투명해질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아울러 유명을 달리한 선생님들의 명복을 마음속 깊이에서부터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