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에 끄적이는 게 벌써 세 번째. 이젠 뭐, 누가 보든 말든 그냥 내뱉고 싶은 대로 지껄이는 공간이 된 것 같다. 어차피 보는 사람도 없을 테고. 아니, 혹시라도 있다면 나와 비슷한 시궁창 인생이려나. 어쨌든, 오늘도 여전히 엉망진창인 하루를 겨우겨우 살아냈다.
오늘은 어제보다는 조금 일찍 눈이 떠졌다. 알람이 울리기 직전이었나. 커튼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이 어제보다 밝아 보였지만, 그게 다였다. 아주 잠깐, 정말 찰나의 순간, ‘오늘은 좀 다를까?’ 하는 헛된 기대감이 스쳤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달라질 리가 없지. 내 인생이 그렇게 쉽게 바뀔 리가.
어젯밤, 엄마와의 통화 이후로 마음이 영 껄끄러웠다.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내 목소리 톤에서 이미 눈치챘을 거다. 자식의 한숨 소리까지 잡아내는 게 부모니까. 괜히 걱정만 끼쳐드린 것 같아 아침부터 기분이 더러웠다. 그래서 오늘은 아침 일찍, ‘별일 없어, 그냥 좀 피곤했어.’ 하고 카톡을 보냈다. 엄마는 짧게 ‘그래, 알겠다. 밥 잘 챙겨 먹어라.’ 하고 답장했지만, 그 짧은 문장 속에 담긴 체념 같은 게 느껴져서 또 한 번 속이 뒤집혔다.
오전에는 억지로 노트북을 켰다. 미뤄뒀던 스터디 과제. 솔직히 말하면, 화면만 봐도 토악질이 나올 것 같았다. 다들 번듯한 스펙에, 넘치는 자신감으로 무장한 것 같은데, 나만 이 모양 이 꼴인 것 같아서. 그래도 꾸역꾸역 자료를 뒤적이고, 뭔가를 쓰는 척이라도 했다. 집중은 당연히 안 됐고, 한 줄 쓰고 멍 때리고, 또 한 줄 쓰고 한숨 쉬기를 반복했다. 결국 마감 시간에 쫓겨 대충 마무리해서 제출했다. 늘 이렇다. 제대로 하는 게 하나도 없다.
점심은 그냥 굶을까 하다가, 어지러워서 찬장에 있던 컵라면 하나를 꺼내 물을 부었다. 예전에는 맛집 찾아다니는 게 유일한 낙이었는데, 이제는 뭘 먹어도 그냥 배만 채우는 사료 같다. 퉁퉁 불어터진 면발을 씹으면서 창밖을 봤다. 다들 뭐가 그렇게 즐거운지, 뭐가 그렇게 바쁜지. 나만 이 세상에 동떨어져 있는 섬처럼 느껴졌다.
오후에는 도서관에 갔다. 집에만 처박혀 있으면 진짜 미쳐버릴 것 같아서. 하지만 칸막이 책상에 앉아 책을 펼쳐도, 글자들은 눈에 들어오지 않고 머릿속에서 맴돌기만 했다. 주변에서 들려오는 작은 소리 하나하나가 신경을 긁었다. 나만 이렇게 잉여인간인 것 같은 자괴감. 결국 한 시간도 못 버티고 도망치듯 도서관을 빠져나왔다. 나오는 길에 공원 벤치에 잠시 앉아 담배 한 대를 태웠다. 어제보다는 맑아진 하늘이었지만, 내 마음은 여전히 시궁창이었다.
집에 돌아와서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서 그냥 침대에 대자로 뻗었다. 천장을 바라보며 끝없는 질문들을 던졌다. ‘나는 왜 이 모양일까.’, ‘언제쯤 이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나 같은 쓰레기도 사람답게 살 수 있을까.’ 답이 없는 질문들이 나를 더 깊은 절망 속으로 끌어내렸다. 그러다 문득, 이 블로그에라도 뭐라도 지껄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정말 미쳐버릴 것 같으니까.
사실 이딴 글을 쓰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 이런 우울하고 패배적인 이야기만 늘어놓는 게 누구에게 도움이 될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계속 쓰고 있다. 어쩌면 이건 나 자신에게 보내는 구조 신호일지도 모르겠다. 아무에게도 닿지 않을 걸 알면서도, 허공에 외치는 비명 같은 거.
오늘은 그래도 스터디 과제를 (대충이라도) 제출했고, 도서관에도 (도망치듯 나왔지만) 다녀왔다. 그것만으로도 대단한 거라고, 그렇게 스스로를 비웃어본다. 완벽은커녕 제대로 하는 것도 하나 없지만, 그래도 숨은 쉬고 있으니까. 그걸로 된 건가. 내일은 또 어떤 끔찍한 하루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기대 따위는 없다. 그냥 그런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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