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실비 Sep 15. 2022

독일에서 병원가기

아프면 차를 마셔라

출처: 인스타그램@berlinauslandermemes


하루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이상했다. 친구와 통화를 하고 뒤돌아 서는 순간 어지럼증이 찾아왔다. 순간적으로 속이 엄청나게 쓰리면서 식은땀으로 옷과 머리카락이 순식간에 젖었고 눈앞이  아찔하게 하얘졌다. . 다행히 옆에 침대가 있어서 조금 누워서 쉬니까 다시 괜찮아졌지만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다. 속이 쓰리다고 느끼는 날이 많아졌지만 별로 신경쓰지 않았다. 그리고는 어쩐지 몸이 안좋다는 기분이 계속되었고 언젠가부터 식사를 안하면 속이 쓰리고, 밥을 먹으면 어지럽고 죽을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독일에서 병원에 대한 추억은 그렇게 좋지 않다. 배가 아파 응급실에 갔는데 두시간동안 기다리다가 결국 개인병원으로 간적도 있고, 무슨 말을 해도 차를 마시라고 한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서 기대치가 높지 않다. 이때에도 병원을 두군데나 갔는데, 피검사도 해봤지만 멀쩡하고, 스트레스를 받지 말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한인병원에도 가서 위내시경을 하고싶다고 했지만 그 한인 의사분이 하는 말은 너무 걱정하지말고 공부나 열심히 하라는 것이었다. 한국에서는 내시경을 하고싶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는 내가 원해도 거부한다. 


어느날은 어학시험을 보러 가는데 가는동안에도 식은땀이 나고 어지러우며 속이 쓰렸다. 시험을 보는동안에도 몇번이나 그냥 포기하고 집에 가서 쉴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몇달 동안이나 그런 상태로 지내다가 한국에서 조금 쉬기로 했었는데, 자가격리가 풀리고 병원에서 검사를 해보니 출혈성 위염이었다. 위염이 심해지면 위벽에서 누가 햘퀸것 같은 생채기가 생기면서 피가 나는데, 이제 왜 그렇게 속이 쓰렸는지 이해가 되었다. 이런데도 스트레스를 받지 말라고 차나 마시라고 하다니. 


독일의 의료시스템은 익숙해지는데에 시간이 조금 걸린다. 학교에서 친구들이랑 얘기를 하면서 느낀건, 내가 한국인이라서 더 불편하게 느낀다는 것이다. 독일의 의료가 구린게 아니라 한국이 비교하기 힘들게 훌륭한 것이었다. 그래도 독일의 의료는 나름대로 세계 상위권에 속하는데, 한국의 의료시스템이 워낙에 좋다보니 독일에서 느끼기에 더없이 불편한 것었다. 한국에서는 응급실에 가더라도 오래 대기하지 않고, 어딜가든 병원이 있고, 서울에서는 어느 병원이던지 수준급의 시설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보험료는 얼마나 저렴한가. 독일에서는 학생은 약 100유로, 30세가 넘어가면 200유로씩 지불한다. 수입이 많은 사람은 국가보험인데도 400유로씩 내기도 한다. 물론 직장을 다니면 회사에서 어느정도는 커버해주지만. 대신에 병원비가 무료이긴 한데, 예약을 하고 가더라도 한시간씩 대기하는 일이 생길 수 있고, 일반진료실에 한국만큼 최신기기를 들여놓은 곳은 거의 못봤다. 


독일에서는 하우스닥터라고, 주치의 시스템이 있다. 일반내과 병원 한 곳을 지정해서 다니는 것인데, 때문에 지역이동을 한다면 가정 먼저 해둬야 할 일이 하우스닥터를 찾는 것이다. 병원에 잘 안가더라도 혹시 급하게 갈 일이 생길 때에 편리하다. 코로나가 심각할 때에는 아예 새로운 환자를 받지 않아서 곤란하기도 했다. 처음엔 불편했지만 장점이라면, 괜찮은 하우스닥터를 찾았다면 꽤나 편리한 제도이기도 하다. 예를들어 검사가 필요한 항목들, 내시경이나 초음파검사 등등, 에 진단서를 써주면 그 검사들은 무료로 받을 수 있다. 

여성이라면 더 중요한게 있는데 바로 여성의학과를 찾는 것이다. 독일의 다른 도시에 살고 있다면 훨씬 수월하지만 베를린에서는 여성의학과 주치의를 정하는게 여간 힘든일이 아니다. 대기가  짧게는 일주일에서 한달까지 밀려있기도 하다. 


평소에 건강염려증을 앓고있는 나는 처음에는 강박적으로 병원을 찾아다녔지만 지금은 포기하고 산다. 하지만 정말로 심각한 지병이나 면역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은 다르다. 

내가 느끼기에, 독일의 의료시스템은 자잘한 건강에 대한 이슈들은 어지간하면 자연적으로 해결하도록 내버려두지만(독일의 약차가 유명한 이유가 있다), 실제로 건강에 이슈가 있는 사람들에게는 편리한 제도같다. 예를들어, 독일사람들은 단순히 감기에 걸린다고 병원에 가지 않는다. 감기약은 감기를 치료하는 약이 아니라 증상을 완화시켜주는 약이기 때문이다. 감기몸살로 병원에 간다면 그건 진단서를 받아 회사를 안나가기 위해서다. 반면에 학교친구들 몇명은 면역관련한 지병이 있는데, 백신이 처음 나왔을때도 빠르게 맞을 수 있었고, 관련된 다른 병원에 방문하는것도 정기적으로 예약하기가 수월해보였다. 가장 좋은 혜택은 비싼 MRI촬영같은것도 병원비가 안든다는것. 병원을 자주 가야 하는 몸 컨디션이라면 독일의 의료시스템이 혜택으로 다가올 수 있는듯 하다. 

작가의 이전글 독일에서 알바하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