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때 쯤 쓴 글을 마지막으로, 약 일년만에 브런치에 돌아와서 글을 쓴다.
그동안 논문쓰랴, 졸업하고 일하랴, 정신없이 바빴던 시간들이 지나고 나자 벌써 일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가버린 것이다. 최근에 다시 시간적 여유가 생기면서 브런치에 어떤 글을 써야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브런치에 가입할 당시, 나는 앞으로 쓸 10개의 글감을 목차처럼 정해두었다. 일주일에 몇 회 올릴것인지, 언제 올릴것인지, 거기에 약 3-4개의 글을 미리 써 둔 상태였다.
브런치 가입에 성공한 사람들의 글을 읽었고, 내 브런치 글의 주제, 타겟독자, 그리고 내가 원하는 톤까지 어느정도 생각하고 기획해두었다.
바로 이런식으로 말이다.
노션, 그리고 글쓰기 앱 Ulysses를 사용해 계획충의 노선을 충실히 따랐다.
부끄럽지만 그 당시는 계획짜는것 자체가 즐겁고 신났을 때라서 이런짓이 가능했다. 초반에는 수요일을 마감으로 정해서 대강 글을 글쓰기앱에 써제껴놓고, 하루정도 지난뒤에 다시 읽어보며 어색한 부분을 수정하고 올리는 과정을 거쳤다. (사실 요즘도 마무리가 엉성했던 글은 조금 추가하거나 수정한다.)
이렇게 준비를 한 덕인지, 브런치를 시작하고 올린 두번째 글이 이미 메인에 소개되었고, 다른 글 하나도 메인에 올랐다. 자고일어나 조회수 1000, 2000, 3000 돌파 알림을 보고 얼마나 가슴이 뛰었는지 모른다. 하루종일 핸드폰을 붙잡고 조회수가 올라가는것을 구경했다.
아무튼간에 완벽히 계획을 짜서 정해진 주제로 기획된 글을 올려야 한다는...이상하게 완벽주의적인 성향 때문에 글을 올리는걸 미루고 미루다가 결국 1년이 다 지나도록 하나도 못올렸다는 얘기다.
사실 그동안에 실기형 논문쓰는법 시리즈 글을 기획하고 있었다.
애초에 시작부터 미드처럼 Season 1: 베를린 초기생활, 시즌 2: 학교생활 관련 아카데믹 글, 시즌 3: 직장생활로 기획했던....
그리고 한 편을 다 써놓고도 진행을 못하고있다. 내가 읽기에 재밌는 글을 써야하는데 어쩐지 재미가 없다.
이미 논문을 쓰던 집중력이 떨어져서 기억이 가물가물하고, 다시 내가 쓴 논문을 읽어보는것도 어지간히 오그라드는 일이다.
완벽주의 성향은 내가 완벽해서가 아니라, 내가 완벽한 사람이 아니라서 생기는 압박감이다. 내가 우주먼지이고, 똑똑하지 않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만 하면 되는데 엉성한 스스로를 견디는게 쉽지가 않다.
글을 쉬고있는 동안에도 구독자가 한두명씩 늘기도 해서, 이제는 뭐라도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